"월드컵 져라"…한국전 앞둔 '남아공' 향한 아프리카 팬들 분노, 왜?

기사등록 2026/06/19 21:31:52
[아크라=AP/뉴시스] 27일(현지 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내 외국인 혐오 정서로 인해 본국으로 송환된 가나 국민이 가나 아크라 국제공항에 입국장에 도착하고 있다. 최근 남아공에서 외국인 혐오 정서와 이에 따른 시위가 이어지면서 가나 정부는 자국민을 본국으로 송환하고 있다. 2026.05.28.

[서울=뉴시스]이기주 인턴 기자 =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출전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축구대표팀이 대회 초반 부진한 성적을 거둔 가운데,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아프리카 축구 팬들의 조롱과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대회 초반만 해도 기대됐던 '아프리카 연대' 응원 분위기 대신, 남아공 내 외국인 혐오 정서에 반발한 일부 팬들이 상대 팀을 공개적으로 응원하는 이례적인 현상도 나타났다.

지난 12일(현지 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남아공 대표팀을 조롱하는 밈과 게시물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솜브레로, 마리아치 밴드, 타코 등 멕시코 문화를 활용한 가벼운 유머 형식이 주를 이뤘지만, 그 이면에는 남아공 내 외국인 혐오 폭력 사건에 대한 분노가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남아공은 조별리그 개막전에서 개최국 멕시코에 0-2로 패하며 아쉬운 출발을 했다.

경기 전부터 일부 아프리카 축구 팬들은 남아공 내 이주자 문제를 이유로 멕시코를 응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한 X(옛 트위터) 이용자는 "아프리카라는 이유만으로 왜 응원해야 하느냐"고 비판했고, 케냐의 유명 변호사 아흐메드나시르 압둘라히도 SNS를 통해 남아공 내 이주민 문제를 언급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팬들은 '멕시코 대 외국인 혐오(Mexico versus xenophobia)' 해시태그와 함께 멕시코 국기 프로필 사진을 공유하며 온라인에서 반(反)외국인 혐오 메시지를 확산시켰다. 콩고 출신 팬 다니엘 카니키는 "한 나라가 다른 아프리카 사람들을 쫓아낸다면 우리는 더 이상 가족이 아니다"라며 멕시코 응원의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남아공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다. 남수단 팬들은 과거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 반대 투쟁과 자국 독립 운동의 역사적 연관성을 들어 남아공을 응원하며 현장에 모였다.

이 같은 온라인 논쟁에 대해 남아공 정부와 국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대표팀이 세계 무대에서 단결과 결의를 보여줬다며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부 국민들은 "외부의 지지 없이도 월드컵에 진출했다"는 반응과 함께 강경한 반이민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남아공에서는 반이민 정서가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실업률이 30%를 넘어서면서 이주민이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최근 몇 주간 다른 아프리카 국가 출신 이주자들을 향한 폭력과 위협도 이어지고 있다. 반이민 단체들은 불법 체류 외국인의 자진 출국 시한을 설정하기도 했으며,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법 집행은 공식 기관만이 할 수 있다며 자력구제를 경고하면서도 사회적 우려도 함께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나이지리아를 비롯해 가나, 짐바브웨, 말라위 등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자국민 보호를 위해 체류 중인 국민들을 철수시키거나 송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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