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훈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 인터뷰
'0% 수준' 희석·사찰 강화 등 살라미 스몰딜 전망
"수수료, 中도 반대…미국, 다자체제로 제어 시도"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이란 정권이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핵 문제와 경제 제재 해제를 논의하는 본협상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60일로 규정된 시한 내에 핵 합의를 최종 타결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11월3일 미국 중간선거 등 주요 분기점을 앞두고 '스몰딜' 성과를 발표해나가는 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백승훈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9일 뉴시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60일은 짧다. 1년 반 정도까지 걸릴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60일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했다. '스몰딜'로 계속 연장하면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상 우라늄 농축 한도인 3.67%보다 낮은 희석, 핵 사찰 강도를 끌어올리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추가의정서 조기 비준 등이 예상 가능한 '스몰딜' 카드로 꼽힌다.
그는 이란 고농축 우라늄 '현지 희석'과 석유 금수조치 면제, 동결자산 해제 등이 구체적으로 들어간 MOU에 대해 "이란이 원하는 안이 다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전쟁을 왜 시작했으며 JCPOA를 왜 파기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지금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울 만한 성과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다만 백 연구원은 이란이 장기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수수료를 걷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그는 "중국도 절대적으로 반대한다"며 전후 호르무즈 해협 체제에 대해 "미국은 다자 플랫폼을 구축해 이란을 제어하려고 하고, 이란은 미국이 합의를 어기거나 공격을 재개할 경우 대응할 수 있도록 권한을 일부 인정받으려고 한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백 연구원과의 일문일답.
-미국과 이란이 종전 MOU를 체결하고 60일간 본협상을 시작했다. 기간 내 타결이 가능한가.
"트럼프 대통령도 '60일이라는 시한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조금씩 합의를 이루는 '스몰딜'로 계속 연장하면서 갈 가능성이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JCPOA를 타결할 때 비밀 협상 1년, (공식) 협상 1년 6개월로 총 2년 6개월이 걸렸는데, 그 기간보다 길지는 않을 것이다. 그 때는 맨땅에 헤딩하듯 조항 하나하나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벤치마킹할 안이 있기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 때보다는 빠를 것이다.
그러나 60일은 짧다. (중간선거가 있는) 11월 전에 끝낼 가능성도 낮다. (협상을 타결하려면) 3000억 달러 재건기금을 어떻게 조성할지, 우라늄 농축을 어느 정도로 허용하는지 등을 얘기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울 만한 성과가 나올까 싶다. 이란도 중간선거 전 타결을 별로 원하지 않는다.
11월 전에 끝내더라도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성과로 내세울 수 있는 스몰딜을 조금씩 공개해서 '내가 이것을 이뤄냈다'고 홍보하는 살라미 전술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할 선례가 있기 때문에 2년 안에는 끝날 것으로 보지만, 굳이 예상하라면 1년 반 정도까지 걸릴 수 있다고 본다."
-종전 MOU에 이란 고농축 우라늄 처리 방안이 '폐기'가 아닌 '희석'으로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발전용 농축까지 금지하기는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중에 가서 '0%로 희석하겠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지만, 0% 희석이라는 것은 없다. 미국 입장에서도 국제법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허용하는 핵 주권을 없애는 건 어려우니, JCPOA의 3.67%보다는 낮은 수준으로 희석하고 이란에서 갖고 있는 대신 엄격한 검열과 통제, 그리고 언제든지 들어가서 샘플링도 할 수 있는 감시 체계를 만들겠다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아이젠하워가 말했던 '아톰 포 피스(Atom for peace·평화적 핵 이용)'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안 것이다.
이란 입장에서는 '핵 능력은 저하됐지만 주권은 살렸다.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빼앗기지 않았다'고 얘기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트럼프 행정부는 비난을 피해갈 수 없다. '오바마의 JCPOA와 다른 것이 뭔가'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희석 수준이) 1.5%든 3.67%든, 93% 이상 농축할 경우 핵무기가 될 수 있는 기술은 남아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실제로 '검증·사찰'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IAEA에 대한 핵 활동 보고 의무를 크게 강화하고 사찰을 보장하는 NPT 추가의정서 조기 비준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추가의정서에 서명(비준)하는 시기를 앞당기고 싶을 것이다. '시작 단계에서 추가의정서에 서명한다면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허용해주겠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란이 이것을 받을지는 모르겠다. 이란은 추가의정서 서명의 대가로 더 큰 보상을 받아내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NPT 추가의정서는 미국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서명하지 않은 것으로, 서명하는 순간 강력한 검열을 수용해야 한다. 이란은 2015년에도 핵 합의 프로세스가 모두 끝나고 (서방이) 경제 제재를 풀면 추가의정서에 서명한다는 순서로 합의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오바마는 못한 추가의정서 서명을 이뤘다'고 해야 할텐데, 이란은 '더 큰 것을 주면 생각해보겠다'는 정도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MOU에는 이란 탄도미사일 문제, 헤즈볼라 등 '대리세력(이란 측 명칭 '저항의 축')' 관계 단절 문제가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탄도미사일 전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본협상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나?
"MOU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고 제외됐는데 본협상에서 얘기를 꺼낸다고 먹힐 것 같지는 않다. 탄도미사일 문제가 어려운 것은 이스라엘 때문이다.이스라엘은 사정거리 2000km가 넘는 제리코(여리고)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란의 논리는 '이스라엘이 우리를 주적으로 규정하고 실제로 공격하는데, 우리는 왜 가지지 못하게 하나'다. 이스라엘은 건드리지 않은 상태에서 이란만 사정거리를 700km로 제한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국제법상 어렵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이 문제 때문에 JCPOA에서 탄도미사일을 뺐던 것이다. 괜히 일을 복잡하게 만들었다가 협상이 결렬되는 것보다는 핵 문제에 집중하자는 의도로 미사일을 뺀 건데, 트럼프 대통령과 폭스뉴스는 이것을 뻔히 알면서도 대선 국면에서 오바마 행정부를 흔들었던 것이다. 그것이 지금 와서 자승자박이 됐다."
-MOU 제5항에 따르면 호르무즈 통행료는 '60일에 한해(for 60 days only)' 면제되고, '이란은 오만 및 다른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과 논의해 호르무즈 해협의 미래 관리 체계와 해상 서비스 운영 방안을 수립한다'는 문구까지 들어갔다. 미국이 수수료(fee)를 수용한 것인가.
"수수료를 인정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아무런 통제 체계 없이 그냥 둘 수 없다는 것을 인지했다. 지금은 이란이 '2월28일에 먼저 공격당해서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했다'고 주장할 때 국제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미국도 다자간 플랫폼이 있어야 유사시 이란을 제재하거나 책임 추궁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란은 그 안에서 돈을 받아낼 수 있는 뭔가를 원할 것이다. 동상이몽이다. 그러나 프랑스·영국뿐 아니라 중국이 절대적으로 반대하고 있어서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다자 플랫폼을 통해 이란을 제어하려는 의도라면, 이란으로서는 미국이 제재 해제 합의를 어기거나 공격을 재개할 경우 대응할 수 있도록 (해협) 관리 권한을 일부 인정받으려는 보험 차원의 의도가 있을 수 있다."
-마지막 변수인 이스라엘은 레바논 리타니강 남부에서 버티기에 들어갔다. 미국은 이스라엘-헤즈볼라 휴전을 촉구하고 있지만 레바논 남부 지상전 자체에 대해서는 애매한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당연히 레바논에서 버티려고 하겠지만, 튀르키예가 경제 제재를 가했고 유럽도 제재에 나서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계속 배짱을 부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물론 이스라엘은 60일간 미국-이란 협상에 어깃장을 놓을 수 있는 변수가 될 수 있지만, 과거처럼 레바논 남부를 점거하고 버티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스라엘은 1985년에도 리타니강 남부를 점령해 2000년까지 15년간 영토화한 적이 있는데, 지금은 그 때보다 국제사회 여론이 나쁘다.
이스라엘은 고립됐다. 전쟁 초기 최대 승자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였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승자고 네타냐후 총리는 얻은 것이 없다. (미국에) 토사구팽을 당했다. 국제사회 역시 반(反)헤즈볼라 조셉 아운 대통령이 집권해 국가 정상화에 나섰는데도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를 공격함으로써 오히려 헤즈볼라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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