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예상 최대 과징금 넘긴 600억 제안
'역대 최대급' 배민 3000억 지원안도 불발
입점업체·소비자 직접지원 대신 국고 귀속
금액 외 평가기준 불명확…업계 셈법 복잡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민·쿠팡의 동의의결 신청을 기각하면서 피해구제형 자율시정 제도의 예측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정위는 배달앱 시장의 경쟁질서 회복이 충분하지 않다고 봤지만 예상 과징금과 유사하거나 이를 웃도는 상생안까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동의의결 제도를 활용하려는 기업 입장에서는 계산이 복잡해졌다는 평가다.
20일 업계와 공정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27일과 이달 10일 전원회의를 열고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이츠 운영사 쿠팡의 동의의결 절차 개시신청을 기각했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업자가 피해구제와 거래질서 개선 방안을 제시하면 공정위가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등을 거쳐 법 위반 여부 판단을 유보한 채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사건 성격, 시간적 상황, 공익부합성 등을 종합 고려할 때 양사의 신청 내용이 개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양사가 제시한 상생지원 규모가 작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아한형제들은 3년간 총 3000억원, 쿠팡은 4년간 총 600억원 규모의 상생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쿠팡은 동의의결 신청 대상인 최혜대우 요구 건에서 예상 과징금을 웃도는 지원안을 냈다. 쿠팡의 최혜대우 요구 사건의 예상 과징금은 약 250억~420억원이다.
쿠팡이 제시한 600억원 규모 지원안은 최대 예상 과징금을 50% 가까이 넘어선 셈이다.
쿠팡은 기존 와우매장 선정 기준 충족 여부 표시 삭제, 와우배지 부착, 와우매장 제도와 무료배달 혜택을 연계하는 정책 중단 등을 시정방안으로 제시했다.
입점업체 지원 방안으로는 상생협력기금, 수수료·배달비 지원, 광고·마케팅 비용 지원 등을 제안했다.
우아한형제들의 경우도 유사한 쟁점이 있다. 우아한형제들이 제시한 3000억원 규모 지원안은 심사관이 밝힌 예상 과징금 범위 안에 있다. 심사관이 제시한 우아한형제들 3개 사건 예상 과징금은 약 2390억~5100억원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최혜대우 요구 폐지, 가게배달과 배민배달 동일 기준 노출, 가게배달 품질 개선 등을 시정방안으로 제시했다. 상생지원 방안에는 가게배달 입점업체 수수료 인하, 배달비 지원, 교육 인프라 확충, 창업 및 재기 지원,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 지원 등이 포함됐다.
양사는 동의의결이 개시됐다면 입점업체에 대한 직접 지원과 거래질서 개선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었다는 입장이다. 장기간 본안 심의와 소송이 이어질 경우 실제 입점업체가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은 늦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동의의결 기각으로 피해구제 실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쟁점이다. 본안 심의에서 과징금이 부과되더라도 이는 국고로 귀속된다. 반면 동의의결은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거쳐 입점업체와 소비자 지원 방안을 보완할 수 있다.
실제 우아한형제들의 상생안에는 영세 입점업주 수수료 부담 완화와 배달비 지원 등 직접 지원 성격의 방안이 담겼다. 쿠팡도 입점업체 수수료·배달비 지원과 광고·마케팅 비용 지원 등을 상생안에 포함했다.
다만 공정위는 동의의결이 개시된다고 해서 피해구제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동의의결 절차가 개시되더라도 이해관계자 의견수렴과 잠정안 심의 등을 거쳐야 하며, 최종 의결에 이르지 못하면 본안 판단만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 심사관 측은 전원회의에서 이번 위반 행위로 영향을 받는 다수 입점업체와 소비자가 있고, 경쟁제한 효과가 현저하기 때문에 동의의결 신청을 기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동의의결 절차를 통해 신속히 집행하기 어렵고, 제시된 시정방안만으로 경쟁질서 회복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부 상생지원 방안이 기존 프로모션과 중복되거나, 시정방안의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도 기각 의견의 근거로 제시됐다. 신규 입점업체 대상 프로모션처럼 과거 법 위반 행위로 영향을 받은 업체에 대한 피해구제로 보기 어려운 방안도 포함됐다는 취지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시정방안이 어느 정도 부족했는지, 어느 수준의 보완이 있었다면 동의의결 개시가 가능했는지는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금액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공정위 설명과 별개로, 금액 외 평가 기준이 불명확하면 향후 사업자들이 동의의결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정위 관계자는 "원사건 심의를 통해 우아한형제들의 최혜대우 요구, 배민배달 우대, 배달예상시간 부당광고 혐의와 쿠팡의 최혜대우 요구, 끼워팔기 혐의에 대한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준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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