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샤헤드 잡는 AI 요격 드론, 1만건 넘는 전장 영상으로 표적 학습
"요격 과정 95% 자동화"…최종 공격 승인엔 아직 인간 개입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중부의 한 소나무 숲속 시험장에서 진행된 AI 요격 드론 시연을 전했다. 복면을 쓴 남성들이 위장막을 걷어 러시아가 운용하는 샤헤드형 드론의 경량 모형을 꺼냈고, “발사”라는 구호와 함께 삼각 날개 드론이 숲 위로 떠올랐다.
그 옆에는 프로펠러 4개가 달린 검은색 소형 로켓 모양의 드론이 대기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의 첫 AI 기반 요격 드론 가운데 하나인 ‘P1-선 롱’이었다. 이 드론은 샤헤드형 드론을 찾아 추적하고 격추하도록 훈련됐다.
샤헤드형 드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도시를 향해 거의 매일 발사하는 자폭형 무기다. 기반시설을 파괴하고 민간인을 숨지게 하며 주민들에게 공포를 심어왔다.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는 중기관총, 전자전 장비, 때로는 미사일로 샤헤드를 요격했다. 지난해 8월부터는 사람이 조종하는 요격 드론을 본격적으로 배치했고, 최근에는 AI가 요격을 보조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주요 드론 제조업체 스카이폴은 지난해 11월 이후 자사 요격 드론이 샤헤드형 드론을 상대로 수십 차례 AI 지원 요격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전체 요격 건수는 수천 건에 이른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AI 무기는 요격 드론에만 그치지 않는다. 전쟁 과정에서 축적된 방대한 영상과 전장 데이터는 무장 무인 지상차량, FPV 드론 대응 체계 에도 활용되고 있다.
AI 개발자들과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위험성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 인권단체들은 생사를 가르는 판단이 알고리즘 계산으로 축소되는 것은 인류 전체에 대한 위협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대규모 드론 공세를 막아야 하는 우크라이나는 샤헤드 요격률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 현재 단계에서 AI가 모든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며, 핵심 절차에는 여전히 사람이 개입한다.
스카이폴의 AI 체계는 샤헤드 요격 영상 1만건 이상을 학습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국방기술 허브인 브레이브1에 따르면 수십 개 기업이 이 영상을 활용해 샤헤드를 인식하는 AI 체계를 훈련하고 있다.
최근 숲속 공터에서 진행된 시연에서 스카이폴 요격 드론 조종사는 원격 조종기를 들고 드론을 하늘로 띄웠다. AI 체계는 조종사가 육안으로 확인하기 훨씬 전에 샤헤드 모형을 먼저 탐지했고, 조종사 화면에는 초록색 사각형으로 표적이 표시됐다.
조종사는 요격 드론을 표적 가까이 접근시킨 뒤 자동 표적 추적 체계에 추적 명령을 내렸다. 이후 조종기에서 손을 뗐고, 드론이 샤헤드 모형을 타격할 수 있을 만큼 가까워지자 버튼을 눌러 최종 공격을 승인했다.
이 기술은 아직 자동으로 발사를 시작하지는 못한다. 사람이 표적을 고르고 공격을 승인한 뒤부터 AI가 요격 드론을 샤헤드 방향으로 유도하고, 표적을 자율적으로 식별해 접근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을 만든 곳은 지난해 초 설립된 국방기술 스타트업 맥슨이다. 자동화가 더 진행되면 레이더가 공격을 탐지한 뒤 대기 중이던 요격 드론이 자동으로 발사되는 방식도 가능해질 수 있다.
이런 발전은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군에도 중요하다. 지금은 조종사 1명이 한 번에 하나의 임무를 맡는 방식이지만, 자동화가 더 진행되면 조종사 1명이 여러 임무를 동시에 감독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스카이폴의 자율비행·컴퓨터비전 책임자는 자사만으로도 한 달에 요격 드론 5만대를 생산할 수 있지만, 숙련된 조종사를 충분히 훈련하는 것이 더 큰 병목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이 기술을 자국 방어뿐 아니라 수출 상품으로도 보고 있다. 값싼 드론을 값비싼 미사일로 막아야 했던 중동 국가들에는 우크라이나식 저가 요격 드론이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전쟁에 돌입한 뒤 미국, 이스라엘, 페르시아만 국가들은 값싼 이란제 샤헤드를 격추하기 위해 값비싼 요격미사일 수백 발을 사용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AI 무기의 위험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는 드론이 스스로 드론과 싸우고, 핵심 기반시설을 공격하며, 사람을 표적으로 삼는 시대가 오는 것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AI로 강화된 드론이 더 싸지고 확산되면 소규모 테러단체나 마약조직도 공격에 이를 활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카이폴 같은 업체와 군 지휘관들은 최종 타격 전 인간의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인간 개입을 어디까지 유지할지는 이제 기술보다 윤리의 문제가 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unghp@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