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크림이 흔들린다…우크라 드론, 러 육상보급로 때렸다

기사등록 2026/06/18 14:47:50 최종수정 2026/06/18 15:42:24

유조차·철도·교량까지 드론 표적

러시아군 남부 보급망 압박 커졌다

[케르치=AP/뉴시스] 러시아 본토와 크림 반도를 연결하는 크림 대교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2.10.08.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로 이어지는 육상 보급로를 드론으로 집중 타격하면서 러시아군의 남부 전선 보급이 압박받고, 크림반도에서는 휘발유 부족과 여름 관광 차질까지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확충한 공격 드론 전력으로 크림반도로 향하는 핵심 보급로를 집중 타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현지에서 휘발유 부족과 관광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다. 하지만 크림반도는 러시아 본토와 떨어진 지리적 위치 때문에 보급망이 약점으로 꼽혀 왔고,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명분 중 하나도 크림반도로 이어지는 ‘육상 통로’를 확보하려는 것이었다.

이제 우크라이나는 바로 그 통로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몇 주 동안 크림반도로 이어지는 주요 고속도로를 오가는 트럭과 철도 수송망을 잇따라 공격했고, 크림반도와 러시아 점령지인 우크라이나 남부를 잇는 교량도 타격했다.

소셜미디어에는 드론 공격을 받은 연료 운반 트럭이 불타는 영상과 주유소 주변에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공격을 크림반도 ‘물류 봉쇄’ 작전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우크라이나 무인시스템군 사령관 로베르트 브로우디는 엄폐물 없는 도로를 달리는 러시아 군용 차량을 공격하는 일을 “탁 트인 들판에서 자고새를 쏘는 것”에 비유했다.

크림반도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남부 작전을 떠받치는 주요 보급 거점이자 병력 집결지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러시아 본토와 분리하는 데 성공할 경우 남부 전선에서 러시아군의 보급과 병력 이동이 약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뉴시스]러시아 야당 지도자였던 알렉세이 나발니가 만든 반부패단체 '반부패재단(FBK)'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림반도 흑해 연안에 1800억원 상당의 초호화 궁전을 보유하고 있다며 내부 사진과 평면도 등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사진은 FBK 홈페이지 갈무리. 2025.12.31 photo@newsis.com
크림반도는 군사적 의미 못지않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정치적 상징성도 크다. 러시아가 전리품처럼 내세워 온 크림반도가 보급난에 흔들리면 “러시아가 크림을 지킬 수 있다”는 안전지대라는 인식도 흔들린다.

우크라이나가 겨냥한 보급로에는 군수품뿐 아니라 민간 생필품도 오간다. 연료 운반 트럭이 공격받으면서 크림반도 곳곳에서는 휘발유 배급이 시작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휘발유 판매가 아예 중단되기도 했다.

러시아 관광객들도 불편을 겪고 있다. 크림반도는 러시아인들이 자동차로 많이 찾는 여름 휴가지지만, 최근 온라인에는 “휴가가 아니라 휘발유 찾기였다”는 불만이 올라오고 있다. 러시아 남부에서 온 한 방문객은 휘발유가 10ℓ밖에 남지 않아 크림반도를 빠져나가지 못했고, 결국 약 290㎞ 떨어진 크라스노다르에서 동료가 기름통을 싣고 왔다고 전했다.

보급로 공격의 여파는 통행량 감소로도 드러나고 있다. 브로우디 사령관은 우크라이나의 작전 이후 러시아가 ‘노보로시야’라고 부르는 크림행 주요 고속도로의 차량 통행량이 기존보다 3분의 2 감소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수치는 독립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직접 잇는 케르치해협 대교에서도 연료 수송은 제한돼 있다. 이 다리는 2022년 우크라이나의 차량 폭탄 공격으로 큰 피해를 본 뒤 연료 수송이 금지됐다. 러시아의 마지막 크림행 철도 페리는 지난 4월 파괴됐고, 크림 남부 해안의 석유 터미널도 최근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을 여러 차례 받았다.

크림반도의 여름 관광 시즌도 흔들리고 있다. 러시아 여행 예약 회사 자료에 따르면 5월 마지막 주와 6월 첫째 주 사이 크림반도 예약의 약 80%가 취소됐다.

[세바스토폴=AP/뉴시스] 18일(현지 시간)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광장에서 어린이들이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크림반도의 러시아 합병 11주년을 기념하고 있다. 2025.03.19.
일부 현지 사업자들은 관광객들에게 올해 방문을 자제하라고 권하고 있다. 한 와인 생산자는 잦은 경보와 연료난을 이유로 “관광객을 맞이하고 싶지만 생명이 돈보다 중요하다”며 지금 크림에 오는 것은 “러시안룰렛을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휘발유 부족은 크림반도 밖의 러시아 점령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도네츠크 외곽에 사는 한 23세 주민은 “한때 전선에서 멀다고 여겨졌던 곳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반도 연료난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물자 부족 사태가 실제 공급난이 아니라 주민들의 불안 구매 때문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의미를 축소했다.그러나 세바스토폴 시장 미하일 라즈보자예프는 최근 “연료 트럭이 밤사이 도시에 들어오지 못했다”며 다음 날 줄을 서도 소용없다고 주민들에게 알렸다.


◎공감언론 뉴시스 yunghp@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