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의회, 종전 합의에 충돌…"트럼프 생일선물" vs "역사적 전환점"

기사등록 2026/06/16 09:54:33 최종수정 2026/06/16 09:57:01

강경파 "최고지도자 레드라인 위반" 반발

온건·개혁파 "혁명적 외교 성과" 환호

[베이루트=AP/뉴시스]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 합의를 발표한 가운데 이란 의회 내에서 강경파와 온건파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사진은 2026년 4월4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손된 건물 인근에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사망한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초상화가 보이고 있는 모습. 2026.06.09.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 합의를 발표한 가운데 이란 의회 내에서 강경파와 온건파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합의 발표 타이밍을 둘러싼 논란까지 불거지며 이란 정치권의 내홍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15일(현지 시간) 이란 인터내셔널은 이번 합의를 놓고 이란 내부에서 의회 의원, 언론, 소셜미디어 이용자들 사이에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 강경파 "최고지도자 레드라인 위반"
의회 내 강경파 계력인 제브헤예 파이다리(Jebhe-ye Paydari·인내전선) 일원인 호세인 삼사미 의원은 "핵 협상과 지역 협상은 허용될 수 없다"며 앞으로의 협상은 시간 벌기용에 그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고지도자의 지시를 따르지만 전문가로서의 판단은 다르다"고 소셜미디어에 적었다.

같은 파이다리 소속인 아미르호세인 사베티 의원도 이번 합의를 "성급하고 취약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이번 합의는 현 상황에서 고위 관리들의 역량과 판단을 반영한 것이지 최고지도자의 만족을 반영한 것이 아니다"라며 "경제적 안도도, 국가 안보 보장도 가져다주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다른 강경파 의원 마흐무드 나바비안은 당국에 해상 봉쇄 해제, 석유·석유화학 수출, 은행·보험 서비스, 동결 자산 해제 등 각서 이행 조항에 대한 상세한 보고를 국민에게 제공할 것을 촉구했다.

강경 보수 성향의 라자 뉴스 웹사이트는 '지도자 살해자'인 트럼프 대통령과의 합의라고 비판하며 이란의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데 의문을 제기했다.

◆ "트럼프 생일선물" 타이밍 논란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합의 발표 타이밍에도 강하게 반발했다.

이란 현지 시각 자정 이후에 발표됐지만 워싱턴 기준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인 14일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보수 성향 언론인 파리사 나스르는 "워싱턴에서 6월14일이 지날 때까지 몇 시간만 더 기다렸다가 미-이란 평화합의를 발표할 수는 없었느냐"고 비판했다.

또 "순교한 최고지도자의 살인자에게 생일 선물을 주는 것도 합의의 숨겨진 조건 중 하나였냐"고 날을 세웠다.

강경파 활동가이자 국제법 연구자인 아흐마드 가디리도 "이란이 얻은 것은 약속뿐"이라며 "트럼프가 즉각 얻은 것은 저항 전선 내에서 이란의 신뢰 상실, 유가 하락, 그리고 자신의 생일날 합의 발표"라고 지적했다.

◆ 온건파 "미사일 제한 없어…군사력이 협상 이끌었다"
반면 합의를 지지하는 의원들은 이번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온건파 성향의 로홀라 라크-알리아바디 의원은 "미국의 초기 요구와 달리 미사일 능력 제한에 대한 논의가 없다"며 "이슬람공화국의 군사적 역량이 협상 경과에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사베티 의원이 최고지도자가 지지하는 결정에도 반대하겠다고 밝힌 것을 "근본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태도"라고 정면 비판했다.

의회 의장이자 이란 측 수석 협상가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는 소셜미디어에 "이란은 최종 승리를 향한 중요한 걸음을 내디뎠다"며 "그들은 원했지만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사법부 수장 골람호세인 모흐세니-에제이도 이슬람공화국이 "품위 있고 혁명적인 외교"를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 개혁파 "역사적 전환점"…페제시키안 대통령도 환영
개혁파에서도 지지 목소리가 높았다.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은 각서 수용을 "중대하고 용기 있는 행보"로 평가하며 "진심으로 기뻐할 일"이라고 밝혔다.

2015년 핵합의 협상을 이끌었던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외무장관도 지지 입장을 나타냈다.

개혁파 언론인 아흐마드 자이다바디는 이번 각서가 어느 한쪽의 완전한 항복도, 완전한 승리도 아니라고 신중한 평가를 내놓았다.

그는 "이것은 당사자들 간의 역학관계의 최종 결과"라며 어느 한쪽에 유리한 절대적 해석은 최종 합의를 위한 향후 협상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각서의 모든 조항이 올바르게 이행된다면 "국가의 자랑이 될 수 있다"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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