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관현악단과 AI 첫 협연…김백찬 작곡가 "AI, 그루브가 사람보다 과해"

기사등록 2026/06/15 18:59:11

관객 설문 바탕으로 AI가 초안 생성

창작자 및 연주자의 편곡·해석으로 재가공

26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서 '공존' 콘서트

[서울=뉴시스]15일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분장동 연습실에서 인공지능(AI)이 작곡·작사·노래를 맡은 '그대라는 기적'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여성 가수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대금과 피리, 가야금, 해금 등 국악기의 소리가 함께 어우러진다. 무대 앞에는 지휘자와 모니터만 보일뿐, 목소리의 주인공은 여기에 없다. 그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생성형 AI(인공지능) 페르소나 '지음'이다. 

15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인공지능(AI) 보컬과 첫 협연 공연 '공존'을 앞두고 연습실을 공개했다.

여성 가수의 노래인 줄 알았다가 뒤늦게 AI의 목소리라는게 밝혀져 이목을 끌었다. 실제 인간의 발성 및 목소리와 흡사한 질감을 구현했기 때문이다.

'그대라는 기적'이라는 이 곡은 관객들이 남긴 '나를 위한 한마디'를 바탕으로 AI가 작사·작곡은 물론, 노래까지 부른 작품이다.

편곡을 맡은 작곡가 김백찬은 "AI 보컬의 그루브가 과하다"면서 "인간 연주자라면 구사하지 않을 방식의 기계적인 애드립이 노래 곳곳에 있어 과한 부분이 있다"고 짚었다.

[서울=뉴시스]15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분장동에서 국립국악관현악단 인문학 콘서트 '공존'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생성형 AI(인공지능) 페르소나 '지음'이 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이번 공연은 AI가 예술가를 온전히 대체할 수 있는지가 아닌, '창작 파트너'로서의 실효성을 묻는 시험대다.

AI '지음'은 관객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음악적 초안을 생성했으나, 이를 실제 무대에 올릴 수 있는 수준으로 견인한 것은 결국 인간의 노동력이었다.

김백찬 편곡자는 AI 작곡의 기술적 한계를 짚었다. 그는 AI가 만든 원곡이 대선율이나 화성 측면에서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 강했다고 밝혔다.

특히 국악기를 표현할 때, 가상악기 데이터가 풍부한 중국이나 일본 악기 샘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오류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결국 불필요한 화성과 이질적인 요소를 덜어내고 국악 관현악에 맞게 전면 재가공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김 편곡자는 본인의 역할을 두고 "마치 클라이언트(AI)가 던져준 곡을 수습하는 어시스턴트 같았다"고 털어놨다.
[서울=뉴시스]15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분장동에서 국립국악관현악단 인문학 콘서트 '공존'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김백찬 작곡가가 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지휘를 맡은 정예지 역시 AI 음악의 구조적 단순성을 지적했다. 그는 "AI의 곡이 리듬 패턴과 섹션은 명확하게 짜여 있지만 다소 단순하게 들린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AI가 만든 음원을 편곡한 악보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했다. 정예지 지휘자는 "곡의 전개가 아주 극적으로, 멋지게 잘 되어 있다"며 "'참 되게 듣기 좋다'란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연의 주제가 '공존'이다 보니까 AI가 음악적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면, 사람의 감정 흐름이나 긴장, 위안에 따른 변화를 해석에 넣어보면 어떨까하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에서는 KAIST 뇌인지과학과 정재승 교수가 국립국악관현악단 전용 AI 페르소나 '지음'과 공동 사회자로 무대에 오른다. 지음은 단순히 정해진 문장을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성격과 성향, 가치관 등을 기반으로 구축된 대화형 AI로, 실제 공연에서도 정재승 교수와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받을 예정이다.

기술 개발을 맡은 포자랩스의 손영웅 이사는 단기간에 방대한 국악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대신 서양 음악 어법 안에서 국악적 표현을 구현하도록 자문을 거쳤다며,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한 AI의 일방적 산물이 아님을 강조했다. 포자랩스는 100만 개 이상의 자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번 공연에 사용되는 5개의 AI 창작곡을 구현했으며, AI 페르소나 '지음' 개발에도 함께 참여했다.
[서울=뉴시스]15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분장동에서 국립국악관현악단 인문학 콘서트 '공존'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정예지 지휘자가 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손 이사는 "서양 음악 어법에 익숙한 AI가 국악 창작자들과 협업을 통해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냈다는 점이 의미있었다"며 "AI가 가능성을 제안하고 인간이 그것을 해석하며 완성하는 과정 자체가 이번 공연에서 말하는 공존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연에서 관객들이 듣게 될 음악은 AI의 결과물도 인간만의 결과물도 아니고 서로 다른 존재가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해서 함께 만들어낸 그런 새로운 창작의 결과물"이라고 덧붙였다.

인간과 AI가 서로의 빈틈을 채우며 새로운 형태의 국악 관현악을 선보일 이번 공연은 오는 26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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