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못 하면 끝"…오픈AI가 '조 단위 적자'에도 치킨게임 뛰어든 까닭

기사등록 2026/06/13 15:00:00 최종수정 2026/06/13 16:06:25

오픈AI 샘 올트먼, 기업용 서비스 비용 낮추는 '토큰 단가 인하' 전격 시사

앤트로픽 '클로드' 견제…기업 시장 점유율 방어 총력전

한 번 쓰면 바꾸기 힘든 '낙인 효과' 노려…당장 손해 보더라도 시장 독점 포석

[보스턴=AP/뉴시스] 중국 개인투자자들이 스페이스X와 오픈AI 등 미국의 인기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활용한 우회 투자에 나섰다. 중국 당국의 엄격한 자본통제와 암호화폐 규제에도 고수익 기대가 커지면서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상품이 투자 통로로 떠오른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중국 투자자들이 위안화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 등을 산 뒤 이를 이용해 스페이스X, 오픈AI와 연계된 디지털 토큰을 매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2023년 3월 미국 보스턴에서 챗GPT 출력 화면이 표시된 컴퓨터 앞에 놓인 휴대전화에 오픈AI 로고가 보이고 있는 모습. 2026.06.11.
[서울=뉴시스]이주영 기자 = 세계 최고 인공지능(AI) 기업인 오픈AI가 서비스 가격을 대폭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인프라 투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가격 인하는 당장의 적자를 키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오픈AI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 전 세계 IT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표면적으로는 후발 주자들을 따돌리기 위한 대책이지만, 이면에는 시장을 완전히 독점해 고객을 가두려는 고도의 플랫폼 전략이 깔려 있다.

◆적자 19조원에도 '가격 인하' 강행 검토 속사정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비용은 기업 고객들에게 거대한 문제"라며 가격 인하 방침을 시사했다. 기업들이 인공지능을 사용할 때 지불하는 데이터 비용 단위인 '토큰'의 단가를 낮추겠다는 뜻이다.

현재 시장에서 예측하는 오픈AI의 올해 적자 규모는 무려 19조 원에 달한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어 수익성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그런데도 올트먼이 가격 인하를 강행하려는 이유는 후발 경쟁사들의 추격세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업계의 가장 뜨거운 격전지는 기업용(B2B) 시장이다. 현재 오픈AI 출신 연구원들이 독립해 세운 앤트로픽이 '클로드 코드'를 앞세워 기업 시장을 무서운 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오픈AI 챗GPT의 글로벌 트래픽 점유율이 주춤한 사이, 앤트로픽은 기업시장에서의 무서운 성장세로 오픈AI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Sam Altman, co-founder and chief executive officer, OpenAI, appears before a Senate Committee on Commerce, Science, and Transportation hearing, Thursday, May 8, 2025, in Washington. (AP Photo/Kevin Wolf)
앤트로픽 역시 현재 가격 인하 카드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 입장에서는 경쟁사보다 먼저 가격을 후려쳐 고객 이탈을 막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여기에는 인공지능 시장 특유의 '전환 비용' 구조가 작동한다. 기업들이 한 번 구축해 놓은 AI 업무 시스템은 특정 기술 규격(API)에 맞춰 설계된다. 이 때문에 도중에 다른 회사의 인공지능으로 갈아타기가 매우 까다롭다. 시스템 뼈대를 통째로 뜯어고쳐야 하는 데다, 인공지능에게 일을 시키는 명령어(프롬프트)를 최적화하는 데 들인 시간과 비용을 처음부터 다시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가격을 낮춰 기업들을 자사 생태계에 묶어두면, 향후 독점적 지위에서 막대한 장기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다.

◆후발주자 제미나이·클로드 맹공…치킨게임 불가피
[서울=뉴시스] 앤트로픽 인공지능(AI) 서비스 '클로드' (사진=앤트로픽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과거 스마트폰 초기 시장에서 구글은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안드로이드를 전 세계에 무료로 배포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 시장의 치킨게임도 이때와 똑 닮아 있다. 초기에 판세를 장악하지 못하면 영원히 2등으로 밀려나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가격 인하라는 강수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최근 기업 고객들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다는 점도 오픈AI를 압박했다. 기업들이 단순 챗봇을 넘어 스스로 비서 역할을 하는 'AI 에이전트'를 앞다퉈 도입하면서 데이터 소비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비용 부담이 커진 기업들 사이에서 단가를 낮춰달라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글로벌 차량 공유 기업 우버는 올해 할당된 AI 관련 예산을 예상보다 훨씬 일찍 소진했다. 이 때문에 내부적으로 직원별 사용 한도를 급히 도입하는 등 비용 효율성에 대한 수요가 극에 달한 실정이다.

인공지능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비용 불만이 폭발하고 앤트로픽의 추격이 거세진 상황에서 이번 가격 인하는 단순한 할인이 아니다"라며 "경쟁사를 고사시키고 판을 뒤흔들기 위한 치명적인 승부수"라고 진단했다. 다만 "플랫폼 간 치킨게임이 본격화되면서 AI 데이터센터 등 천문학적인 인프라 투자비를 어떻게 계속 조달할지 가시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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