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네이버스 교육전문위원 인터뷰
최규남 광주교육청 AI교육원장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 학생들에게 생성형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25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10명 중 6명은 생성형 AI를 학습은 물론 고민 상담에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성인보다 3배 높은 수치다.
교실 풍경도 크게 달라졌다. 정보 탐색과 분석, 문제 해결까지 AI가 대신하는 시대. 교육의 방향 역시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됐다. 파편화된 정보 속 맥락을 읽고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 인간 고유의 영역인 '공감'과 '사회정서적 역량'이 미래 역량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30년 이상 교단에 서 온 굿네이버스 교육전문위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AI 시대,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의 본질을 짚어본다.
◆생성형 AI는 미래 세대의 '기본 언어'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올라탄 아이들이 기술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방법은 무엇일까. 올해 3월 광주교육청 AI교육원에 부임한 최규남(59) 원장의 고민이다.
"과거에는 코딩이나 소프트웨어 교육이 원하는 학생만 배우는 '선택 과목'이었다면 이제 AI는 모든 학생이 익혀야 할 기본 언어가 된 셈이죠."
최 원장은 AI 기술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 결정하는 건 결국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언어도 상황과 문맥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 것처럼 AI를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이 '왜 이 기술을 써야 하는가'를 스스로 묻고 이웃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음을 가질 때 비로소 기술에 휘둘리지 않는 인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AI교육원에서는 이러한 철학을 반영한 프로젝트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어떻게 만들까'가 아니라 '누구를 도울까'라는 질문으로 수업을 시작하는 식이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지역의 기후 문제나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을 AI와 고민하거나, 아픈 사람을 돕는 헬스케어 기술을 직접 체험해 보기도 한다.
아이들은 그 과정에서 지역의 경계를 넘어 기술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 자신이 직접 혁신할 수 있는 무대로 느끼게 된다.
"단순히 기술의 기능을 익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기술을 설계하며 얻는 성공 경험은 AI를 가장 강력한 공감의 도구로 활용하는 법을 깨닫게 합니다."
◆AI에 종속되는 것이 아닌 '기술의 주인'으로
최 원장은 AI는 질문하면 즉각 답을 내놓는 점을 우려하기도 한다. AI가 알려주는 정답에 길들여진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을 잃고 수동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기기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스스로 외로움을 느끼거나 정서적 고립이 심화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AI 활용이 확대되면서 디지털 기기 전반의 과의존 문제도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5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청소년(만 10~19세)이 43.0%로 가장 높았고, 유아동(만 3~9세)이 26.0%로 뒤를 이었다.
성인과 60대는 비율은 1년 사이 감소했지만, 유아동과 청소년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는 짧은 동영상 콘텐츠와 AI 서비스 확산 등 디지털 이용 환경 변화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기술을 쓰는 법만 배우고 그 안에 담겨야 할 윤리를 모르는 게 가장 위험합니다. 마치 교통법규를 모른 채 운전대를 잡는 것처럼 의도치 않게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부모들은 혹시라도 내 자녀가 AI 시대에 뒤처질까 불안해한다. 하지만 최 원장은 기술이 아무리 고도화되도 교육의 출발점은 결국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에서는 AI를 '사람을 돕는 수단'으로 바라보고, 학생들도 'AI 기술의 주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변화가 요구됩니다."
◆AI 교육 격차 우려…학교 밖 협력 중요
AI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대두되는 또 다른 문제는 AI 교육 격차다. 경제적 형편이나 지역에 따라 AI 접근성의 차이가 벌어질 경우 소외나 차별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 원장은 그 해결책도 기술을 대하는 사람의 마음에서 찾아야 한다고 봤다.
"타인을 이해하는 공감을 배운 아이들은 디지털 시대의 불평등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게 됩니다. 소외와 차별을 해소하는 건 여기서부터 시작입니다.
그는 AI 시대 공감 능력을 강력한 기술의 토대가 되는 뼈대로 비유했다.
"공감은 기술이라는 강력한 '근육'의 중심을 잡아주는 '뼈대'와 같습니다. 공감 교육이 기술 발전으로 생길 수 있는 차별을 예방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특히 공감 교육 확산을 위해 학교 밖 협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교와 가정, 시민사회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굿네이버스 희망편지쓰기대회같은 세계시민교육에 대해 "멀리 있는 이웃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소속감을 심어 주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준다"고 말했다.
그는 AI 시대 교육의 본질을 "따뜻한 기술로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세계시민을 키우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성적은 AI가 도와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타인과 마음을 나누고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인간다움'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우리 아이만의 자산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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