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DI, '출석이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교실'
韓 장기결석률 최저…고교생 27% 수업 중 잠
공부는 학원에서…행동·정서·제도적 이탈 발생
획일화된 교육 등 원인…"평가·내용·방법 바꿔야"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장기결석률이 최저 수준이지만, 출석이 학습 참여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학교가 실질적인 배움의 공간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입시 중심의 학교 기능 왜곡과 획일적 교육과정, 학습 동기 소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교육의 내용·방법·평가 전반을 바꿔야 한다는 제언이 뒤따랐다.
11일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발간한 '출석이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교실' 브리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OECD가 발표한 회원국 장기결석 실태 비교에서 한국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OECD가 공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22에서도 학교를 3개월 이상 연속 결석한 학생 비율은 조사 대상국 평균 7.6%인 데 반해 한국은 2%에 그쳤다.
문제는 출석이 학습 참여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출석을 '학생이 학교라는 공간에 신체적으로 존재하는 상태'로, 참여는 '학생이 수업 활동에 행동적·정서적·인지적으로 관여하는 상태'로 구분했다.
현재 한국 학교에서는 ▲수업 중 잠을 자거나 무관한 행동을 하는 행동적 이탈 ▲또래·교사와의 관계는 원만하나 수업 자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정서적 이탈 ▲입시 유불리를 따져 자퇴를 택하는 제도적 이탈 등이 동시에 관찰된다.
행동적 이탈의 실태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교육부의 '교실수업 혁신을 위한 고등학교 수업 유형별 학생 참여 실태 조사'에 따르면 수업시간에 '자는 편이다'라고 응답한 학생은 27.3%, '수업과 상관없는 행동을 하는 편이다'는 19.2%에 달했다. 특히 일반고 학생의 수업 중 취침 비율은 28.6%로 자율고(17.9%)·외국어고(13.1%)·과학고(14.3%)보다 10%포인트(p) 이상 높았다.
실질적인 학습은 이미 학교 밖으로 이동한 지 오래다.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사교육 참여율은 75.7%에 달하며, 학생들은 주당 평균 7.1시간을 사교육에 쏟고 있다.
행동적 이탈은 정서적 이탈과도 맞물린다. PISA 2022에서 한국 학생의 학교 소속감은 세계 최상위권이었고 또래·교사와의 관계 역시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수업과 학습으로부터는 정서적으로 멀어지고 있다. 2024년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교우관계 만족도는 71.6%, 교사와의 관계 만족도는 65.3%인 반면 전반적인 학교 생활 만족도는 57.3%, 교육 방법에 대한 만족도는 50.3%에 그쳤다.
가장 극단적인 이탈은 입시에서의 유불리를 따져 자퇴하는 제도적 이탈이다. 연구진은 "학교가 배움의 공간이 아니라 내신을 얻기 위한 수단이며 그 수단이 불리해지는 순간 학생들이 미련 없이 떠난다는 점에서 이는 학교의 학습 기능 약화를 가장 명시적으로 보여주는 신호"라고 짚었다.
학교알리미 공시 자료에 따르면 고교 학업중단율은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 1.1%를 기점으로 2021년 1.5%, 2022년 1.9%, 2023년 2.0%, 2024년 2.1%로 5년 연속 상승했다. 자퇴 사유 중에서는 검정고시 준비·대안교육 등을 포함하는 '기타'가 68.8%로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으며, 학업 중단은 고1에 집중됐다. 지역별로는 강남구(2.2%)·서초구(2.3%)·송파구(2.3%) 등 학구열이 높은 곳에서 두드러졌다.
수능 응시자 중 검정고시 출신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22학년도 1만4277명에서 2026학년도 2만2355명으로 57%(8078명) 증가해 1995학년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고, 전체 응시자 대비 비율도 4.0%로 올랐다.
연구진은 "1학년 초기에 내신 경쟁에서 불리하다고 판단한 학생들이 자퇴 후 검정고시와 수능을 거쳐 정시로 우회하는 사례가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검정고시 우회 경로를 택하는 학생 중 적지 않은 비율이 상위권 수험생이며, 이는 학교 학습을 우회하려는 선택이 학력이 높은 학생들에게도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행동적·정서적·제도적 이탈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배경에는 입시를 매개로 한 학교 기능의 왜곡이 자리한다.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서 사교육을 받는 가장 큰 목적은 학교 수업 보충(49.5%)이었고, 선행학습(22.0%)·진학 준비(16.2%)가 뒤를 이었다. 사교육이 학교 수업의 대체와 선행을 동시에 담당하는 동안 학교는 내신을 위한 통과 의례이자 불리할 경우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공간으로 전락했다.
양극화된 학생 수준에도 수업은 획일적으로 운영되고, 등급과 서열 경쟁이 학습 동기를 소진시키는 구조적 문제도 겹쳐 있다.
출석을 학습 참여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학교를 '학습과 성장'의 공간으로 재정립하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내신·수능 등 평가를 상대적 서열 산출에서 학생의 성장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개편하고, 대학의 선발 방식을 다각화해 다양한 성장 차원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수업 방식도 개념 전달 중심의 강의식에서 토론·프로젝트·협력 학습으로 전환하고, 독서·성찰·탐구처럼 스스로 사고하고 활동하는 학습적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학습 참여를 국가교육통계 정례 지표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연구진은 "지표 신설 자체가 목적이 아님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핵심은 정책 담론과 예산 우선순위, 그리고 학교 현장의 관심이 '학교에 있는 학생'에서 '학교에서 학습하는 학생'으로 이동하는 것"이라며 "한국이 양적 결석률 관리를 넘어 질적 학습 참여에 관심을 기울일 때, '출석은 하지만 성장하지 못하는 교실'이라는 역설에서 비로소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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