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 이용한 K팝 멤버십 '갑질 약관'…공정위 "안 고치면 고발"

기사등록 2026/06/10 12:00:00

공정위, 엔터·플랫폼 약관 시정

유료멤버십 불공정 조항 8종

7일 지나도 정산 후 환불 가능

미이행 땐 시정명령·고발 가능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사진은 지난 2023년 8월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 모습. 2023.08.11.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케이팝 팬클럽 유료 멤버십 가입 후 7일이 지났거나 일부 혜택을 이용했다는 이유만으로 환불을 전면 제한한 엔터테인먼트사와 팬덤 플랫폼사의 약관이 시정된다.

아티스트 활동 계획과 가입 시점에 따라 제공 혜택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도 중도 해지와 환불을 막아 사실상 가입비 전액을 위약금처럼 부과했다는 게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10일 엔터테인먼트사 18개와 팬덤 플랫폼사 6개 등 사업자 24개의 팬클럽 유료 멤버십 이용약관을 심사해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에는 에스엠엔터테인먼트·빅히트뮤직·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와이지엔터테인먼트·스타쉽엔터테인먼트 등 엔터테인먼트사 18개와 위버스컴퍼니·카카오엔터테인먼트·씨제이이엔엠·비마이프렌즈·노머스·블루개러지 등 팬덤 플랫폼사 6개가 포함됐다.

시정 대상은 ▲부당한 환불 제한 ▲사업자 의무·책임의 부당 면제 ▲이용자 권리행사 제한 ▲기타 불공정 약관 등 4개 분야 8개 유형이다.

구체적으로는 환불 제한 조항, 사업자의 원상회복 의무를 부당하게 줄이는 조항, 법률상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 추상적 사유나 사전통지 없는 서비스 변경·중단 조항 등이 포함됐다.

곽고은 공정위 약관특수거래과장은 "플랫폼에서 전체적으로 운영하는 약관과 각 엔터테인먼트사들이 입점해 자신의 팬클럽 관련해 따로 운영하는 약관을 모두 살펴봤다"며 "불공정한 측면이 있는 것들은 다 시정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일부 약관은 멤버십 가입 후 7일이 지났거나 멤버십 이용자 전용 게시판·콘텐츠 열람 등 일부 혜택을 이용하면 환불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공식 팬클럽 가입 후 단순 변심에 따른 환불과 탈퇴를 금지한 약관도 있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약관이 가입비 전액을 위약금으로 부과하는 결과를 초래해 고객에게 과중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시키는 조항에 해당한다고 봤다. 전자상거래법상 청약철회권을 배제하는 조항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사업자들은 가입일로부터 7일 이내에는 이용 내역이 없으면 전액 환불하도록 약관을 고친다. 7일이 지났거나 이용 내역이 있는 경우에도 위약금과 이용금액을 공제한 뒤 남은 금액을 환불하도록 시정한다. 위약금은 통상 가입비의 10%다.

공정위에 따르면 팬클럽 유료 멤버십 가격은 모두 5만원 미만이다. 한국소비자원의 공연 티켓 선예매 서비스 실태조사상 팬클럽 멤버십 33개 중 1만원 이상 3만원 미만은 12개, 3만원 이상 5만원 미만은 21개다.

멤버십을 갱신한 뒤 결제를 취소하면 기존 멤버십의 잔여 유효기간이 복구되지 않는다는 조항도 시정된다. 앞으로는 갱신 취소 시 갱신 전 멤버십의 남은 유효기간이 복구된다.

아티스트 멤버 탈퇴·교체, 제3자의 불법 접속 등 사업자의 관리 영역상 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있는 사유에도 사업자 책임을 일률적으로 면제한 조항도 고친다. 사업자의 고의나 과실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거나 관련 조항을 삭제한다.

서비스 변경·중단 사유도 구체화된다. 기존에는 '경영상의 이유' 등 추상적 표현만으로 멤버십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한 약관이 있었다.

앞으로는 회사 분할·합병, 영업양도·폐지, 사업 종료, 아티스트 전속계약 종료 등으로 사유를 명확히 하고, 고객 권리·의무에 중대한 변경이 있으면 사전에 개별 통지해야 한다.

사업자가 모호한 사유로 이용계약을 해지하거나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조항도 시정된다. 조치 전 소비자에게 소명 기회를 주고 시정되지 않을 경우 해지나 이용 제한을 할 수 있도록 바뀐다.

팬 커뮤니티 게시물 삭제 조항도 손본다. 사업자 지침 위반 등 포괄적 사유만으로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도록 한 약관은 관련 법령 위반 등으로 구체화하고, 삭제나 임시조치 후 이용자에게 사후 통지해 이의제기 절차를 보장하도록 했다.

조사 대상 24개 사업자는 모두 해당 불공정 약관을 시정하기로 했다. 환불 관련 조항은 사업자들이 선예매 기회·콘텐츠 열람 등 혜택 이용 여부를 조회해 최종 환불액을 계산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을 마친 뒤 연내 시행할 예정이다. 나머지 조항은 빠른 시일 내 시행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사업자들이 자진 시정 약속을 이행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곽 과장은 "공문도 보내고 시정했는지 확인도 당연히 한다"며 "약속을 지키지 않고 시정하지 않으면 시정권고를 할 수 있고, 시정권고를 했는데도 안 하면 시정명령 이후 고발까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JYP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조사 대상 사업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곽 과장은 "JYP 같은 경우 블루개러지라는 플랫폼사에 라이선스를 주고 블루개러지가 팬클럽도 운영하고 관련 약관도 만들고 있다"며 "블루개러지 약관이 JYP 팬클럽의 약관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다만 유료 팬클럽 시장 규모나 피해 신고 건수는 별도로 집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약관 심사는 개별 피해 사례가 아니라 약관 문헌을 보고 불공정성을 판단하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곽 과장은 "최근 케이팝 시장의 외연이 전 세계적으로 확장되는 가운데 팬클럽 유료 멤버십 서비스 시장의 불공정 약관을 선제적으로 점검했다"며 "산업 내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케이팝 팬덤 규모에 걸맞은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질서 확립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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