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시점 예단 힘들어"…석유 최고가격제 출구전략 불투명

기사등록 2026/06/12 05:00:00 최종수정 2026/06/12 05:58:24

3월13일 시행 이후 6차 가격 조정 및 동결 시행

소비자 물가 상승 억제 효과 및 서민 부담 완화

가격신호 왜곡·재정부담 장기화시 부작용 우려↑

"호르무즈 정상화 아냐…종료 시점 예단 힘들어"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6일 서울시내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나타나있다.  2026.04.26. jhope@newsis.com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중동전쟁 이후 급등한 물가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석유 최고가격제 유지를 시사함에 따라 국제유가가 90달러 수준에서 안정세를 보이면 종료하려 했던 출구 전략이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물가 안정이라는 기준이 새롭게 제시된 만큼 6월 중 중단도 쉽지 않을 수 있고 여름 휴가철을 맞아 석유류 제품 소비가 급등하는 7~8월과 물가에 민감한 추석 전까지 종료 시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들린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시장 가격 왜곡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제도 시행이 지속되면서 가격 신호 왜곡, 수요·공급 불균형, 재정·기업 건전성 훼손으로 이어지는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12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월13일부터 급격한 유가 상승세를 억제하기 위해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다.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유가가 폭등세를 나타내자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도매 가격에 최고가격을 설정한 것이다.

정부가 석유 가격에 상한선을 설정한 것은 1997년 유가 완전자유화 이후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석유류 가격 상승이 민생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근거로 실시된 정책이다.

이후 최고가격제는 국제유가 변동을 반영해 정유사의 출고 가격 상한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됐으며 현재까지 6차례에 걸쳐 가격 조정 또는 동결이 이뤄졌다. 2차 최고가격 때 조정된 가격이 6차까지 동결되면서 유지되고 있는 중이다.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단기적인 물가 안정 효과는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최고가겨가제 시행에 따라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약 0.6% 포인트(p) 낮아지는 등 물가 억제책으로서 작동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 자영업자와 택배·배달, 화물운송, 농어민 등 유류비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서민들의 체감 부담도 완화했고 물류와 운송비 상승을 막아 식료품, 외식비, 공산품 가격 급등을 막는데도 일조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출구 전략과 관련해 산업부는 앞서 국제유가가 9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면서 중동 사태가 안정화되면 종료할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김정관 장관은 "최고가격제를 언제까지 할 지 끝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전쟁이 종료되거나 국제유가가 안정되면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최고가격제를 종료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고 전하기도 헀다.

현재 미국과 이란은 휴전 협상을 지속하고 있고, 전쟁 초기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원유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 원유 수급은 평시대비 80% 수준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미국과 이란의 긴장감이 완화되는 분위기를 보이자 국제유가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서부텍사스유(WTI), 브렌트유, 두바이유 등 국제유가는 지난달 중순 이후부터는 배럴달 90달러 수준으로 하락해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쟁이 종료된 것은 아니지만 양국간 군사적 긴장감이 낮아졌고 국제유가가 안정화 흐름을 보이는데다 우리나라 원유 수급도 점차 정상화되고 있는 만큼 정부의 방침대로면 최고가격제는 중단해야 하는 상황으로 볼 여지도 많다.
[서울=뉴시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구로구 대원셀프주유소에서 열린 '착한 주유소 현장방문 및 간담회'에 참석해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주유소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부 제공) 2026.05.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최근 이 대통령의 물가안정이라는 원칙이 최고가격제 출구전략을 불투명하게 만들면서 산업부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최고가격제 중단에 있어 물가 안정 기조가 정책 판단의 핵심 변수로 떠올라 중단하기 애매해진 것이다.

6월 중 최고가격제 시행을 종료하지 못한다면 7~8월에는 여름철 휴가 기간을 맞아 석유류 제품 소비가 많아지는 만큼 최고가격제 종료 시점을 정하기 힘들고, 추석 전 물가 안정을 고려한다면 10월에나 가능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제도 시행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장 최고가격제가 중단되면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따른 소비자들의 충격이 클 수 있고, 석유제품과 연동되는 물가 상승이 본격화되는 등 우리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가격 통제가 길어지면 기업들이 국내에 제품을 공급하는 비율을 낮추고 수출을 선호할 수 있어 공급 위측 가능성도 거론되고, 정유사 손실 보전과 관련해 규모가 커질 경우 재정 부담도 늘어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출구전략과 관련해 예단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제유가가 최근 하락 안정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중동 전쟁이 끝나지 않은데다 최고가격제 중단 이후 발생하는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해 중단 시기를 정할 수 있다는 원칙이다.

정부 관계자는 "최고가격제 종료와 관련한 원칙은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와 국제유가의 안정화를 기반으로 한다"며 "최고가격제를 종료했을 때 국내 물가에 영향을 안주는 상황에서 해제하겠다고 한 것도 처음부터 얘기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된 것은 아니다. 국제유가는 종전 기대감으로 낮아져보이지만 언제든 뛸 수 있고 7~8월에 글로벌 재고가 모자라서 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며 "종전과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최고가격제 종료 시점을 예측하기는 힘들다"고 부연했다.

'최고가격제 시행이 추석 이후로 넘어가는 것 아닌가'에 대해선 "호르무즈 통항이 자유로워지면 국제유가가가 하락할 수 있고 이런 상황이 되면 최고가격제 해제 조건이 될 수 있다"며 "현 상황만 놓고보면 언제 종료되는 지 예단할 수 없다"고 답했다.
[세종=뉴시스]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부. 2025.11.18. yeod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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