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데리코 카살레뇨 부사장 "사람마다 다른 귀 모양, AI 실험으로 수치화"
전 세계 귀 1억 개 분석·가상 시뮬레이션 1만 번 돌려 최적의 핏 도출
착용감 개선이 센서 정확도로 직결…미래 웨어러블 '기하급수 혁신' 선도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몸에 지니는 웨어러블 기기 시장이 커지면서 '착용감(핏)'이 제품의 흥행을 가르는 핵심 지표로 부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귀의 모양이나 손목의 굴곡 등 사람마다 각기 다른 신체 구조를 어떻게 물리적으로 만족시킬 것인가에 대한 난제에 대해 데이터 기반의 '인체공학적 설계'로 해법을 제시했다. 당장 전세계 사람들의 귀 데이터 1억개를 활용해 갤럭시 버즈를 디자인한 것이 대표적이다.
9일 삼성전자 뉴스룸에 따르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삼성 디자인 이노베이션 센터(SDIC)는 최근 출시된 갤럭시 버즈4 시리즈를 비롯해 갤럭시 워치8 등 웨어러블 제품 전반에 AI와 첨단 컴퓨팅 기술을 접목한 인체공학적 설계 기법을 도입했다.
그동안 소수의 표본이나 주관적인 착용성 평가에 의존해 왔던 기존 디자인 방식에서 벗어나, 수백만건에 달하는 객관적 수치와 사용자 체감 데이터를 시뮬레이션해 디자인을 사전 검증하고 보완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SDIC를 총괄하는 페데리코 카살레뇨 디자인혁신센터장(부사장)은 "인간미가 없는 기술은 결국 목적 없는 완벽함에 불과하다"며 "사용자가 기기에 맞춰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맞춰 기기를 디자인하고자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고 설명했다.
카살레뇨 부사장은 지난 20여년간 인체공학적 설계 분야에 몸담아온 전문가다. 현재 SDIC 디자인 팀을 이끌며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로보틱스 기술을 융합한 인체공학적 설계 구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실제 사용자·디지털 트윈·로봇 3대 축…갤럭시 버즈4 '미세 조정'의 과학
SDIC가 정립한 인체공학적 설계 과정은 실제 사용자, 디지털 트윈, 로봇이라는 세 가지 핵심 축을 기반으로 구성된다.
먼저 전 세계 다양한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3D 및 4D 정밀 스캔을 진행해 입체적인 표본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렇게 확보한 인체 해부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상의 복제 모델인 '디지털 트윈'을 생성한 뒤 AI와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을 돌려 최상의 설계값을 도출한다. 마지막으로 도출된 결과값을 실제 로봇을 활용한 테스트를 통해 교차 검증하는 단계를 거친다.
갤럭시 버즈4 시리즈가 이러한 공식을 거쳐 완성된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사용자들의 귀 데이터 포인트 1억개 이상을 정밀 분석하고, 가상 공간에서 1만번이 넘는 시뮬레이션을 반복한 끝에 새로운 '블레이드 디자인'을 완성해냈다.
AI가 도출한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무선 이어폰 메인 헤드의 크기를 미세하게 줄였고, 귀에 꽂히는 회전 각도를 정교하게 다듬었다. 언뜻 보기엔 아주 미세한 조정으로 보이지만, 이 디테일 덕분에 흔들림 없는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는 착용감을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웨어러블 기기에서 인체공학적 설계가 가져오는 변화는 단순히 편안함에만 그치지 않는다. 오랜 시간 피부와 밀착해 작동하는 기기 특성상 인체공학적 설계는 향상된 착용감과 빈틈없는 밀착감, 나아가 센서 정확도로 직결된다.
인체공학적 설계가 곧 제품 경험과 성능을 끌어올리는 기반이 되는 셈이다.
카살레뇨 부사장은 내부에서 축적한 독자적인 방대한 데이터 세트와 SDIC가 자체 개발한 특화 AI 프로그램이 결합하면서 인체공학적 설계라는 결과물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내부 디자인 프로세스와 방법론을 혁신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카살레뇨 부사장은 미래 인체공학적 설계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데이터 표본이 쌓일수록 우리의 맞춤형 AI 툴이 더욱 정확한 시뮬레이션을 구현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층 더 정교하고 심도 깊은 인사이트를 도출해 낼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이어 "데이터와 컴퓨팅 파워의 지속적인 진화는 단순한 제품 개선을 넘어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새로운 형태의 웨어러블과 사용자 경험을 창출하는 '기하급수적 혁신'으로 확장될 것"이라며 "앞으로 삼성은 인체공학적 설계와 AI의 유기적인 시너지를 통해 더욱 과감하고 창의적인 시도로 혁신의 한계를 돌파해 나갈 것이다. 궁극적으로 실제 사용자들에게는 눈에 띄게 진일보한 제품과 경험을 선사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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