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세까지 갚으세요"…88년짜리 '황당' 상환약정

기사등록 2026/06/09 06:01:00 최종수정 2026/06/09 06:30:23

중기부, '지역신보 및 신보중앙회' 감사보고서

[서울=뉴시스] 신용보증재단중앙회 로고. (사진=신용보증재단중앙회 제공) 2026.06.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강은정 기자 = 지역신용보증재단(지역신보)와 신용보증재단중앙회(신보중앙회)가 소기업·소상공인의 채무상환 기간을 무분별하게 연장해 온 사실이 정부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147세까지 빚을 갚도록 상환 기간을 88년까지 늘린 사례도 공개됐다.

9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감사관실이 작성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역신보 5곳에서 분할상환 허용기간 위반 사례 총 113건(34억2562만원)이 적발됐다. 중기부는 전국 지역신보 17곳과 신보중앙회를 대상으로 지난해 6월 30일 서면자료 수집·분석을 시작해 같은 해 12월 22일 감사 결과를 확정했다.

신보중앙회는 지역신용보증재단법에 따라 소기업·소상공인의 자금 융통을 돕고자 설치된 중기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지역신보는 담보력이 부족한 소상공인에게 보증서를 발급하고, 신보중앙회는 이를 재보증해 보증사고 발생 시 지역신보에 보전하는 역할을 한다.

분할상환 기간 연장 규정은 지역신보마다 다르다. 서울 등 7곳은 분할상환 허용기간을 2배까지 늘릴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뒀다. 분할상환 기간 연장이 합리적이지 않으면 지역신보는 제때 채권을 회수할 기회를 잃고 신보중앙회는 재보증 보전금 상당액을 상실하는 문제가 생긴다.

경기 지역신보는 약정 금액 구간별로 46건의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채무자 A씨(약정 금액 1억556만원)의 경우 최장 약정기간(16년)을 72년 초과한 88년으로 계약을 맺어 147세까지 채무를 상환하도록 했다.

경기 지역신보는 "채무자 재기 지원을 위해 과거부터 분할 상환 허용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았으며 예외적인 경우 상위 전결권자의 승인을 거쳐 적절하게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기부 감사실은 "주장이 사실과 다르고 최장 88년에 이르는 기간 연장의 이유를 해명하지 못하고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원 지역신보는 허용기간을 42년까지 늘려 채무관계자가 106세까지 빚을 갚도록 했다. 충남과 울산에서도 각각 106세, 121세까지 상환 연장 계약이 체결되는 등 우리나라 기대수명(83.7세)과 동떨어진 약정들이 다수 확인됐다.

신보중앙회 관계자는 "표준화 규정 배포 및 내부 규정 정비로 채무 상환 기간 부당 연장 조치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지역신보 및 신보중앙회가 보증 해지를 지체·누락한 사실도 발각됐다. 2024년 기준 신보중앙회가 각 지역신보를 통해 파악한 보증 미해지 금액 총액은 6155억원이었으나 이번 감사에서 실제 확인된 금액은 2조5340억원으로 1조9185억원이나 차이난다.

현행법상 보증을 받은 소기업·소상공인(피보증인)이 금융기관에 대출금을 갚으면, 금융기관은 지역신보에 상환 내역을 통지하고 지역신보는 해당 금액만큼 보증을 해지해야 한다.

지역신보의 미해지 금액은 신보중앙회의 재보증 한도 배분과 맞물린다. 축소 보고시 마치 보증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비춰짐에 따라 신보중앙회의 예산 투입이 늘어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신보 간 보증 공급에서 불균형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수도권 지역신보의 과지급 재보증한도는 7546억원으로 전체(9613억원)의 78.49%를 차지했다. 서울 지역신보가 전남 지역신보 몫의 법정 출연금 일부(약 1억8162만원)를 과다 배분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중기부 감사실은 문제의 원인으로 '일부 은행의 자동 통지 시스템 부실'과 '지역신보의 업무 소홀'을 꼽았다. 은행의 전산 오류로 해지 통지 대상 139만8263건(6936억원) 중 129만7131건(6059억원)만 지역신보에 통지됐으며, 지역신보 역시 직접 확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는 경기 등 14개 지역신보가 반환 보증료를 잘못 계산해 피보증인 3971명에게 5억5744만원을 미환급한 내용도 담겼다. 이번 감사에서 직원들에게 주의·경고(54명), 징계(4명) 처분이 내려졌다. 기관에 대해서는 시정 30건, 개선 2건, 통보 14건의 조치가 취해졌다.

신보중앙회 관계자는 "소상공인 금융제도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고자 지속적으로 관리 체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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