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슨투페이션츠 6회차 조사 '중증질환자와 공감언어'
가족·친구·지인 등 주변인 표현 중 거부감 가장 커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요즘 암은 감기 같은 거래.”
암환자에게 위로의 메시지로 하는 이 말이 실제로는 환자들에게 거부감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질환자 절반 이상이 이 말에 거부감이나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파악됐다.
환자의 목소리를 사회에 전하는 국내 환자 전문 리서치 서비스 채널인 리슨투페이션츠는 ‘중증질환자와 공감언어’라는 주제로 지난 5월 1일부터 30일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리슨투페이션츠의 6번째 설문조사로, 암·희귀질환 등 중증질환을 진단받은 환자와 가족이 의료진과 주변인으로부터 어떤 말에 힘을 얻고, 어떤 말에 상처를 받는지 그 공감언어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됐다.
본 조사에는 본인이 직접 중증질환을 진단받은 응답자는 108명, 배우자나 직계 가족이 진단받은 응답자는 42명, 본인과 가족 모두 해당하는 응답자는 16명으로 총 166명이 응답했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중증질환 진단 당시 의사로부터 들었던 말 중 가장 힘이 되고 신뢰를 느꼈던 표현은 ‘최근 좋은 치료제가 많아졌습니다. 충분히 관리하며 일상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로, 56.0%(93명)가 선택했다.
이어 ‘치료계획대로 잘 따라오면 좋은 결과 있을 겁니다’ 46.4%(77명), ‘궁금한 거 뭐든 물어보세요. 제가 이해할 수 있게 하나씩 설명해드리겠습니다’ 21.7%(36명), ‘저와 의료진이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같이 가봅시다’가 18.1%(30명) 순으로 나타났다.
‘특별히 힘이 되거나 신뢰를 준 말이 없었다’는 응답도 24.7%(41명)에 달했다.
진단 당시 의사의 언어나 태도 중 거부감이 들고 마음을 고통스럽게 한 표현을 묻는 질문에서는 ‘특별히 거부감이 들거나 마음을 고통스럽게 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57.8%(96명)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부정적인 경험을 선택한 응답을 보면 ‘자세한 건 치료 들어가면서 설명하고요, 치료 빨리 시작해야 하니 나가서 안내 받으세요’가 41.0%(68명)로 가장 높았다.
‘이 병기는 원래 예후가 안 좋습니다. 마음의 준비부터 하시는 게 좋습니다’ 25.9%(43명), ‘이 정도 통증이나 부작용은 당연한 겁니다. 그냥 참고 견뎌야 해요’ 22.9%(38명) 순이었다.
이는 같은 의학적 정보라도 설명의 충분성, 환자의 감정 수용, 질문을 허용하는 태도가 환자의 신뢰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증질환 치료 과정에서 의사에게 가장 듣고 싶은 표현으로는 ‘지난번보다 수치가 좋아졌어요. 지금 방향대로 잘 가고 있습니다’가 76.5%(127명)로 가장 높았다.
이어 ‘오늘 컨디션은 어떠세요? 치료하면서 힘든 점이 있으면 편하게 말씀하세요’가 52.4%(87명), ‘지금 목표는 병을 없애는 것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가능하게 하는 것도 들어갑니다’가 34.3%(57명) 순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은 치료 성과에 대한 피드백뿐 아니라 치료 과정에서 겪는 신체적·정서적 어려움을 함께 확인해주는 언어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증질환 진단 후 주변인에게 들었던 말 중 가장 위로가 되고 투병 의지를 북돋아 준 표현은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돼? 필요한 게 있음 뭐든 말해줘’가 55.4%(92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힘들면 힘들다고 해. 참지 않아도 되고, 어떤 얘기든 내가 다 들어줄게’ 51.8%(86명), ‘요즘 의학이 발달해서 너무 걱정할 것 없을 거야’ 30.7%(51명) 순이었다.
반대로 주변인에게 들었던 말 중 부담되거나 거부감이 컸던 표현은 ‘요즘 암은 감기 같은 거래. 마음 편하게 먹으면 금방 나아’가 55.4%(92명)로 가장 높았다.
이어 ‘나도 아는 분이 같은 암이었는데, 그분은 6개월도 못 버텼는데 걱정이다’ 44.0%(73명),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우울해하면 병세만 더 악화돼’ 32.5%(54명), ‘네가 평소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그래. 이제라도 성격 좀 고쳐’ 30.7%(51명), ‘누구는 이거 먹고 암 고쳤다더라. 병원 약만 믿지 말고 이거 써봐’ 28.3%(47명)로 나타났다.
질환을 과도하게 단순화하거나 환자에게 원인을 돌리고, 검증되지 않은 조언을 건네는 말은 환자에게 위로보다 부담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유은승 고려사이버대 상담심리학부 교수는 “이번 설문 결과도 그렇듯이 환자들은 막연한 정서적 위로보다는 자신의 상태에 대한 ‘정확하고 명확한 설명’을 들을 때 비로소 정서적 안정감과 신뢰를 느낀다”고 말했다.
조진희 암환우 비영리단체 아미다해 이사장은 “정확한 치료 설명은 기본이지만, 이를 환자의 눈높이와 언어로 전달하고 공감의 말을 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명성옥 리슨투페이션츠 대표는 “중증질환자와 가족에게 좋은 말이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치료 여정을 버티게 하는 중요한 지지 자원”이라며 “리슨투페이션츠는 앞으로도 환자들이 실제로 듣고 싶은 말, 듣기 힘든 말을 데이터로 드러내 의료현장과 사회의 공감 커뮤니케이션을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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