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공급 '6만가구' 절반이 野 단체장 지역…주택공급 시험대

기사등록 2026/06/08 06:00:00 최종수정 2026/06/08 06:06:25

과천·용산·성남 등 핵심 입지 야당 단체장 당선

경마공원 이전·용산 물량 두고 곳곳 마찰 예고

공급 사업마다 지자체 협의 필수…조율이 관건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공급촉진 국토부 주관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01.29.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성 기자 = 정부가 연초 발표한 '1·29 공급대책'의 수도권 공공주택 6만가구 가운데 절반가량이 6·3 지방선거에서 야당 단체장이 당선된 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지 이전과 인허가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향후 공급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과천·성남 등 수도권 주요 지역에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 당선됐다.

서울에서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꺾고 사상 첫 5선 시장에 올랐다. 경기에서는 신계용 과천시장이 3선, 신상진 성남시장이 재선에 성공했다.

이들 지역은 정부가 추진 중인 도심 공공주택 공급의 핵심 입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29일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하고 서울·과천·성남 등 수도권 도심에 총 6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도심 내 유휴부지를 활용해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었다.

전체 물량 가운데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1만가구), 옛 미군기지 캠프킴(2500가구), 과천 경마공원·국군방첩사령부 부지(9800가구) 등 상당수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단체장이 당선된 지역에 포함됐다.

문제는 상당수 사업이 지자체 협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라 공공주택지구 지정 과정에서는 주민 의견 청취와 관계기관·지자체 협의가 필요하다. 건축 인허가와 광역교통대책 역시 지자체 권한 또는 협의 사항이다.

가장 직접적인 충돌이 예상되는 곳은 과천이다. 정부는 경마공원과 국군방첩사령부 부지를 이전해 98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지만, 신계용 과천시장은 '경마공원 이전 불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3선에 성공했다.

신 시장은 과천에 이미 3기 신도시 조성과 원도심 재건축·재개발 등을 통해 약 2만가구 공급이 예정된 상황에서 추가 공급까지 이뤄질 경우 교통·학교·생활편의시설 등 도시 인프라 과부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한국마사회 노동조합과 만난 자리에서도 "어떠한 경우에도 경마공원 이전에 반대한다"며 "경마공원은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용산에서는 공급 규모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는 용산국제업무지구 내 주택 공급 규모를 당초 6000가구에서 1만가구로 확대할 방침이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8000가구 수준이 합리적인 상한선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과도한 공급 확대가 사업계획 재조정으로 이어져 오히려 사업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다.

용산구 주민들 역시 인근 재개발·재건축 사업 지연과 학생 수 증가에 따른 교육환경 악화를 우려하며 '용산국제업무지구 종합대응 전담조직(TF)'을 꾸린 상태다. 노원구 태릉골프장 개발사업 역시 서울시와 정부 간 이견이 이어지고 있다.

성남에서는 1기 신도시 재건축 물량을 둘러싼 갈등이 부각된다. 신상진 성남시장과 분당을 지역구로 둔 안철수·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분당 재건축 연간 물량 제한 폐지와 형평성 보장을 국토부에 요구했다.

2024년 분당 선도지구 신청 물량은 약 5만9000가구로 배정 기준(8000가구)의 7배를 웃돌았지만, 정부는 이주 대책 미비와 시장 안정을 이유로 물량 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노후 청사 복합개발 사업 역시 갈등 가능성이 남아 있다. 국토부와 기획재정부는 국유지·공유지·공공기관 부지 등을 활용해 도심 우수 입지 1만가구 후보지를 발굴했다고 밝혔으며, 대표 사례로 강남 옛 서울의료원 남측 부지(청년 공공주택 500가구)를 제시했다.

하지만 해당 부지는 정부·서울시·강남구가 수년째 공급 규모를 놓고 이견을 보여온 곳이다. 서울시는 2022년 당시 이 부지에 200~250가구 수준의 공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강남구는 국제교류복합지구(MICE) 및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거점이라는 이유로 공공주택 건립 자체에 반대해왔다.

이 같은 갈등 배경에는 공급 방식을 둘러싼 정책 노선 차이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가 공공 주도 공급 확대에 무게를 두는 반면, 오세훈 시장은 민간 재개발·재건축을 중심으로 2031년까지 31만가구를 공급하는 '신속통합기획 2.0'을 추진하고 있다.

신속통합기획은 서울시가 정비계획 수립 단계부터 참여해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고 사업 속도를 높이는 제도다. 민간 정비사업 추진이 어려운 지역에는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주도하는 '공공신속통합'도 도입할 계획이다.

다만 실현 과정에서는 변수도 적지 않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 핵심 규제 완화는 국회와 중앙정부 협조 없이는 추진이 어렵고, 민간 주도 방식 특성상 사업 지연이나 집값 자극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속통합기획으로 대표되는 민간 주도 공급 정책과 관련한 법·금융 제도 개선에 대해 국회와 정부 협조를 어떻게 끌어낼지가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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