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반지→안경, 그 이후는?…주머니 탈출한 AI[AI를 입다③]

기사등록 2026/06/06 15:00:00 최종수정 2026/06/06 15:04:24

손가락 까딱하면 가전 제어하는 손목 밴드부터 뇌파 분석 헬스케어까지

애플, '눈' 달린 에어팟 울트라 개발 박차…공간 맥락 이해하는 AI 비서 예고

"배낭처럼 매면 등산도 거뜬" 초경량 입는 로봇…웨어러블 영토 확장

메타의 증강현실(AR) 안경 '오라이언'과 손목 밴드, 스크롤러. (사진=메타 홈페이지) 2024.09.26.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스마트폰 화면에 갇혀 있던 인공지능(AI)이 주머니를 탈출하고 있다. 이용자 신체에 차거나 붙이는 웨어러블 AI 시대다. 시계(스마트워치)와 스마트 링(반지)로 기초 체력을 다진 웨어러블 시장은 이제 안경(AI 글라스)을 비롯한 신체 곳곳의 하드웨어를 통해  사용자의 일상을 보조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사용자의 건강 상태나 운동량을 측정하던 수동적 역할에서 이제 웨어러블 기기는 인간의 오감과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주변 사물과 소통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 귀에 달린 카메라로 세상 본다…애플의 '공간 인지' 에어팟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무선 이어폰은 AI 비주얼 기술과 결합해 의미 있는 변화를 시도 중이다. 가장 주목받는 주자는 애플이다. 애플은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소형 적외선(IR) 카메라를 탑재한 신형 에어팟을 개발 중이다.

에어팟에 내장되는 카메라는 단순히 사진을 찍는 장치가 아니다. 이어폰을 착용한 소비자가 주변 사물이나 텍스트를 바라볼 때 카메라가 이를 실시간으로 인식해 AI 칩셋으로 전달하는 '공간 맥락 인지'의 핵심 센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길거리에서 생소한 건물을 바라보며 "시리, 저 건물이 뭐야?"라고 묻거나 식당 메뉴판을 보며 번역을 요청하면 AI가 귀를 통해 실시간 소리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 화면을 켜고 카메라 앱을 구동하는 번거로움마저 없애준다.

업계가 관측하는 애플의 미래 웨어러블 라인업은 핀이나 목걸이 형태로 가슴이나 옷깃에 가볍게 부착하는 단말기 형태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화면 없이 사용자의 음성과 시선만을 기반으로 구동되는 가볍고 직관적인 AI 비서를 일상화하겠다는 전략이다.

◆ 손가락 까딱하면 가전 제어…근육 신호 읽는 메타 손목 밴드

메타 역시 스마트 안경의 뒤를 이을 미래 폼팩터로 인체 밀착형 하드웨어 기술에 공을 들이고 있다.

메타는 손목 밴드 형태로 신체에 착용해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과 신경 신호를 포착하는 근전도(EMG) 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손가락을 살짝 까딱이는 것만으로도 스마트 안경의 화면을 조작하거나 가상 현실 속 인터페이스를 제어하는 정밀한 조작감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이처럼 고도화된 웨어러블 단말기들은 가전 및 주거 환경과 결합할 때 그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가령 스마트 링이 사용자의 수면 단계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다가 깊은 수면으로 진입하는 순간을 감지하면 집에 있는 AI 허브가 거실의 조명을 완전히 끄고 에어컨 온도를 수면에 가장 쾌적한 온도로 자동 조절하는 식이다. 하드웨어가 인간의 신체 신호를 읽고 능동적으로 가전 생태계를 제어하는 구조다.
외골격 로봇. (사진=하이퍼셀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뇌파 추적 헤드셋부터 배낭처럼 매는 '외골격 로봇 슈트'까지

더 먼 미래의 웨어러블 영토는 인간의 가장 깊숙한 영역인 뇌파와 근력 영역 등으로까지 뻗어 나갈 전망이다.

귀에 꽂는 이어버드나 헤드셋이 인간의 뇌 활동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사용자의 집중력을 모니터링해 최적의 몰입 상태를 유지하도록 유도하는 게이밍 헤드셋이나, 뇌파 안정을 유도해 만성 불면증을 케어하는 수면 밴드 등 다양한 디바이스 중심의 생체 데이터 수집이 본격화되고 있다.

로봇도 웨어러블 기기의 영역으로 들어온다. 과거 산업 현장이나 의료용 보조기기에 머물던 웨어러블 로봇이 대중적인 일상 아웃도어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테크 업계가 선보이고 있는 초경량 외골격 로봇 슈트는 일반 배낭처럼 가볍게 멜 수 있는 형태로 진화했다. 등산이나 장거리 보행 시 AI가 사용자의 걸음걸이와 경사도를 실시간 계산해 무릎과 척추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준다. 고령층의 보행 보조는 물론 트레킹을 즐기는 젊은 소비자층 사이에서도 새로운 하드웨어 소비 트렌드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 중심의 하드웨어 시장이 눈과 귀, 손가락, 그리고 온몸으로 확장되는 격변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십수 년 전 등장한 스마트폰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일상을 뒤바꿔놨다.

이제 스마트폰의 보조자에 머물던 웨어러블 기기들이 독자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기기로 진화함에 따라 소비자가 체감하는 일상의 인터페이스가 또 한 번 완전히 뒤바뀌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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