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딸기밭으로 간 여성 이주 노동자…'딸기 이론'

기사등록 2026/06/07 09:00:00
[서울=뉴시스] 김숨 '딸기 이론' (사진=민음사 제공) 2026.06.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내가 딸기밭 마을에서 겪은 인종차별을 생각하면 인종은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단순히 백색, 갈색, 검은색 그렇게 세 종으로 구분되지 않아. 갈색 안에는 다양한 갈색이 있고, 그만큼 다양한 차별이 있어."(166쪽)

일본군 '위안부', 디아스포라 난민, 현장 노동자, 시각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삶을 소설로 꾸준히 그려온 작가 김숨이 신작 '딸기 이론'(민음사)에서 한국의 이주 여성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소설은 한국의 딸기밭 비닐하우스에서 7년째 숙식하며 일하는 미얀마 출신 여성 노동자 샤빼가 쓰는 편지 형식으로 전개된다.

수신인은 캄보디아 출신 여성 이주 노동자 보파다. 샤빼보다 한국에 먼저 한국에 왔지만 체류 자격을 잃어 미등록 이주 노동자가 됐다.

두 사람은 7년 동안 같은 곳에서 일하고, 같은 방을 쓰며 살아왔지만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해 제대로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정작 보파는 읽을 수 없는 편지지만, 사빼는 언젠가 자신의 진심이 닿길 바라며 편지를 써내려 간다.

독자는 보파의 자리에서 사빼의 이야기를 읽게 된다. 소설은 발이 묶인 딸기밭에서 노동하며 살아가는 이주 여성의 일상과 차별, 고단한 현실을 따라간다.

미얀마에서 빚을 내 배우고 온 한국어는 정작 제대로 쓸 수 없다. 알고 있는 단어의 뜻은 생각과 다르고, 딸기밭에서는 한국어를 몰라도 일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 오히려 '사장님'들은 노동자들이 한국어를 모르는 편을 더 편하게 여긴다.

그럼에도 사빼는 언어를 포기하지 않는다. 케이팝과 케이 드라마로 접한 한국과 비닐하우스 현실 사이의 간극 속에서도 스스로 단어를 배우고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아름다움'이라는 단어를 알게 된 뒤에는 보지 못하는 곳에서 생겨나는 아름다움을 뜻하는 '모름다움'이라는 만들어내는 식이다.

사빼의 사유는 언어를 넘어 삶과 생명의 의미로 뻗어나간다. 그는 왜 생명이 없는 세상에서 왜 생명이 태어나는지, 자신의 몸 속 자궁은 왜 존재하는지 끊임없이 질문한다.  그 질문 끝에 샤빼는 자신이 따는 딸기와 자신의 존재가 분리될 수 없다는 깨달음에 이른다.

"딸기가 있는 건 내가 있기 때문이야. 딸기 따는 여자애인 나 말이야."(3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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