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HTS' 만들어 피해자 31명에 47억 편취
고객센터 역할 맡은 조직원, 1심에서 징역 5년
2심서 'HTS, 무허가 투자 아냐' 징역 4년 감형
대법원 "신뢰보호 위한 규정…처벌 당위성 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최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는 A(42)씨에게 징역 4년 등을 선고한 원심을 일부 파기해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 보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2024년 6~7월 중국인을 총책으로 하는 '리딩방' 사기 조직이 피해자 31명으로부터 총 47억2120만원을 편취하는 데 가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조직은 '개발팀'을 통해 허위 주식 투자 사이트(HTS)를 조성하고, '영업팀'을 통해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광고를 하면서 투자자들을 모집해 개발해 뒀던 사이트에 가입하도록 꼬드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가입자들에게 공모주 청약이나 추천 등급 상승 비용 등을 명목으로 송금을 받고, 마치 큰 수익을 낸 것처럼 속이도록 사이트 화면을 꾸몄다고 한다.
피해자들이 투자금을 돌려 받으려 하면 세금이나 수수료가 필요하다면서 돈을 추가로 뜯어냈고, 마지막에는 사이트를 폐쇄하고 연락을 끊는 수법을 썼다.
검찰 등에 따르면 A씨는 매달 미화 8000달러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가담한 뒤 투자자들을 달래거나 송금할 계좌를 알려주는 고객센터 직원을 맡았다.
검찰은 A씨가 범죄단체 조직원들과 차례로 공모해 돈을 편취했다는 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활동 혐의를, 허위 투자 사이트를 통해 가상의 투자를 하는 방식을 취한 점에는 자본시장법상 '무허가 금융투자상품시장 개설·운영' 혐의를 각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1심은 모든 혐의를 인정해 A씨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추징금 70만9850원을 명령했다.
2심은 "금융투자상품시장이란 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매매를 하는 시장을 뜻하는데, 직권으로 살피면 허위 투자 사이트가 금융투자상품시장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 부분을 무죄로 봤다.
2심은 "마치 피해자들이 주식투자로 큰 수익을 낸 것처럼 보이게 했으나 실제로 피해자들이 송금한 금전을 이용한 주식 등의 매매가 이뤄진 바는 없다"며 "기망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자본시장법상 '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매매를 하는 시장'의 범위에는 "통상의 주의력을 가진 평균적인 시장 참여자들이 증권 등의 매매가 실제로 이뤄진다고 인식할 만한 외관을 갖춘 시장도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며 판단을 달리했다.
대법원은 "자본시장법이 무허가 금융투자상품시장 개설자를 처벌하는 본질적 이유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훼손하고 투자자 보호와 자본시장의 신뢰성 제고라는 입법 목적에 대한 위험 때문"이라며 "마치 (매매가) 이뤄지는 것 같은 외관을 갖춘 시장 개설 등을 통해 투자자를 기망하는 경우 형사 제재의 당위성과 필요성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사이트의 경우 매매가 이뤄지는 듯한 외관을 갖춘 사례에 해당한다고 판단, 검사의 상고를 인용해 유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 보냈다.
대법원은 1심에서 유죄로 판결했으나 2심이 무죄로 뒤집었던 피해자 16명에 대한 사기 혐의에 대한 검사의 상고, A씨의 상고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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