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왜 푸틴 결심만으로 끝낼 수 없나”-포린어페어즈

기사등록 2026/06/04 17:02:05

사회·경제 체질 변화로 인한 ‘경로 지속성’ 전쟁 쉽게 못 끝내게 해

“러,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고 설계도 하지 않았던 전쟁의 덫에 빠져”

연방 지출 40%·소련시대 능가 군산복합체 해체 쉽지 않아

[베이징=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동문 과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중국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2026.06.04.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을 훌쩍 넘겼다. 

양측간 휴전 혹은 평화 협상에서 진전이 없는 것은 전장(戰場)에서 우위를 확신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영토 지역 영토 요구 등을 견지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즈는 3일 ‘러시아 전쟁의 관성, 푸틴이 분쟁을 끝낼 수 없는 이유’ 칼럼에서 ‘전쟁은 한 사람의 결정으로 시작되었을지 모르지만 한 사람의 결정으로 끝낼 수 없는’ 요소들을 분석했다.

푸틴 한 명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종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필자는 세바 구니츠키 토론토대 석좌 교수와 제레미 모리스 덴마크 오르후스대 러시아 및 국제학 교수다. 다음은 기고문 요지.

◆ 전쟁 중심으로 재편된 러, 경제와 사회

지금까지 전쟁 종식을 위해 푸틴 대통령 한 사람에만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전쟁이 4년을 넘기면서 러시아의 경제와 사회는 전쟁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암시장 경제, 노동 시장, 지역 예산, 사회 계층 구조, 정치적 동기 부여 방식 등이 전쟁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전쟁은 푸틴도 제약하는 자립적인 제도적·경제적 질서를 만들어냈다.

재정 및 산업 기반은 군사비 지출에 구조적으로 의존하게 됐다. 일부 지역과 산업은 군사비 없이는 생존할 수 없게 됐다.

전투 수당 등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의 수백만명에게 수년 만에 처음으로 실질적인 소득 증가를 안겨주었다.

이런 전시 경제를 되돌릴 경우 심각한 불평등이 나타나거나, 목적없이 무보수 생활을 하는 퇴역 군인 계층을 대규모로 양산할 수 있다. 

밀수와 허술한 세관 집행으로 이루어진 암시장을 통해 소비재가 계속 유입되고 있다. 전쟁을 통해 형성된 이같은 새로운 상업적 이해관계와 공급망은 쉽게 되돌릴 수 없다.

◆ 전쟁 종식 원하지만 억제하는 힘도 만만치 않아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은 전쟁 종식을 환영하겠지만 이를 억제하는 보이지 않는 힘들도 있다.

전투를 중단하면 경제적 혼란, 사회적 격변, 그리고 정권이 감당할 준비가 안되어 있는 정치적 심판도 있을 수 있다.

러시아는 전쟁을 시작하면서 누구도 예상하지 않았고 설계하지도 않았으나 쉽게 제거할 수도 없는 전쟁의 덫에 빠진 것이다.

전쟁 초기 2년 동안 국방 예산이 3배로 늘어나 경제가 성장하고 임금이 상승하기도 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실질임금이 2023년 약 8%, 2024년 약 9% 상승했다.

하지만 2025년 급격히 둔화돼 4.4%에 그쳤다. 이 기간 공식 인플레이션율(각각 7.4%, 9.5%, 5.6%)은 실제보다 낮게 집계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임금 상승 효과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런데다 러시아는 상위 5%가 전체 부의 약 75%를 소유해 미국(약 60%)보다 높다.

러시아의 ‘군사 케인즈주의 정책’으로 얻은 이익은 있어도 불균등하게 분배돼 주로 군수 생산 관련 종사자들에게 돌아갔다.

러시아 정부가 전쟁에서의 희생으로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약속은 속임수처럼 느껴진다.

이제 전쟁은 경제를 너무나 크게 변화시켜서 전쟁이 없으면 붕괴될 수도 있다.

전쟁과 서방의 제재로 암시장은 커졌다. 제재 대상 상품과 위조품은 뇌물, 고의적인 저가 신고, 잘못된 분류 등을 통해 중국, 터키, 중앙아시아에서 유입됐다.

정부는 국내 생산이 충족하지 못하는 부분을 메우기 위해 밀수를 묵인했다.

전쟁이 즉각적인 제재 완화와 국제 시장 복귀없이 끝난다면 정부는 이러한 회색지대 경제가 계속 작동하도록 허용해야 할 것이다.

◆ 해체가 어려운 전시 경제체제와 양날의 검 ‘참전 용사’

현재 국방 및 안보 지출은 전체 연방 지출의 약 40%를 차지한다. 이는 1970년대와 80년대 소련 시대의 군사화 시기보다도 높을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의 군산 복합체에 속한 기업 수는 침공 이후 약 세 배로 증가했다.

이들 기업은 약 450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전쟁 관련 제조업은 2025년 한 해에만 20% 성장했다.

러시아의 민간 경제는 자본, 노동력, 투자 부족으로 국가 보조금을 받는 군수 부문이 막대한 경제력을 쥐고 있으며 이를 영속화할 강력한 동기를 갖고 있다.

전쟁 종식으로 국방비 지출이 급격히 줄면 국방 산업 노동자들의 파업이 발생하여 정부에 불만을 제기할 위험이 있다.

전쟁 장기화로 두터워진 참전 용사 계층도 변수다. 앞으로 약 70만 명의 군인이 전선에서 돌아올 전망이다.

크렘린궁은 퇴역 군인들을 충성스러운 정치적 기반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친척이 이끄는 국영 기금 ‘조국수호재단’은 참전 용사 지원 서비스를 총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푸틴에게 양날의 검과 같다. 전직 군인들은 푸틴 체제를 지지하며 강화할 수도 있지만 행보를 제한할 수도 있다.

1월 러시아 국영 언론은 약 25만 명의 참전 용사가 실업 상태라고 보도했다.

참전용사들이 비참전 남성에 비해 살인죄로 기소되는 경우가 2.5배, 중상해죄로 기소되는 경우는 2배나 더 많은 등 사회적 불안요소도 될 수 있다.

198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이후 귀환한 참전 용사들은 조직범죄와 사회 불안을 가중시켰다.

일부 지역  주지사들은 모병 할당량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예산이 연방 국방비 지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 푸틴 한 명이 멈출 수 없는 전쟁

서방 정책 입안자들은 전쟁이 지도자들의 결심으로 끝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전쟁은 수백만 명에게 일상생활의 일부가 됐다.

푸틴은 권력이 집중된 체제에서 핵심 의사결정자이지만 자신의 정책이 가져올 결과에 제약을 받는다.

대규모 실업과 사회 재통합 위기를 초래하지 않고는 군대를 해산할 수 없게 됐다.

국방비를 삭감하면 국방비에 의존하는 지역과 산업이 황폐화될 수 있다.

전쟁은 한 사람의 결정으로 시작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전쟁을 지속시키는 근본적인 동기가 바뀌어야 끝낼 수 있다.

이는  전쟁으로 인한 피로감, 외부 압력, 또는 평화를 위한 더 적은 비용을 감수할 수 있는 해결책 등이 나타나야 하는 것이다.

통치자의 선택조차 제한하는 보이지 않는 제약들을 이해하는 것이 해결책 찾는 첫걸음이다.

그동안 푸틴 한 사람의 생각을 읽는데 너무 많은 외교적 에너지가 낭비됐다.

아제 푸틴이 구축한 전쟁 체계가 푸틴없이도 어떻게 나라를 운영하는지 이해하는 데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kjdrag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