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노조·전교조·교총, 교육감 선거 비판
"교육 철학·정책 역량 검증 논의 부족해"
혐오·경선 불복 등…최교진 사퇴 요구도
현장 의견 청취·교권보호·공약 이행 촉구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전국 16개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성향 후보 10명, 보수 진영 후보 6명이 당선됐다. 선거는 마무리됐지만 교육 정책에 대한 건설적 논의가 실종된 채 '깜깜이'로 진행됐다는 비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4일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 교원 3단체는 당선인들에게 축하의 뜻을 전하면서도 선거 과정에서의 정책 실종, 정치적 대립, 혐오, 네거티브 공방 등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교사노조는 "선거는 끝났지만 교육에 대한 논의가 얼마나 충실하게 이루어졌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며 "교육감은 지역 교육의 미래를 설계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선거 과정에서 후보의 교육 철학과 정책 역량을 검증하는 논의는 충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학령인구 감소, 교권 보호, 교육격차 해소, 경쟁교육 완화, 교사의 행정업무 경감 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교육 현안이나, 선거 과정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기적 비전과 실천 전략보다 정치적 대립과 진영 간 경쟁이 더 부각됐다"며 "학교 현장이 직면한 구조적 과제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는 것이 무엇보다 아쉽다"고 평가했다.
전교조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일부 후보들은 교육 비전과 정책 경쟁 대신 혐오와 배제의 언어에 기대는 구태를 반복했다. 소수자를 겨냥한 혐오 현수막을 부끄러움 없이 내걸고, 교육 현안에 대한 대안 없이 '반전교조' 구호만을 앞세워 표를 구걸했다"며 "교육을 정쟁의 도구로 삼아 정치적 이익을 챙기려는 낡은 정치는 이제 끝내야 마땅하다"고 규탄했다.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소모적 갈등과 비교육적 행태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교총은 "진영선거로 치르는 과정에서 선거인단 대리 등록·경선 참가비 대납 의혹 등 난장판 선거, 경선 불복이라는 교육 선거라는 말조차 꺼내기 부끄러운 과정이 있었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교육계 의견 수렴을 거쳐 교육감 직선제 개혁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특정 교육감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응원 게시물에 '좋아요'와 응원 댓글을 남긴 행위를 두고 사퇴 요구도 나왔다.
교총은 "이번 선거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것은 최교진 교육부 장관의 선거 개입 사태"라며 "교육 수장인 교육부 장관이 특정 후보 개소식 참석에 이어 가장 민감한 시기에 오해와 논란을 살만한 행위를 두 차례나 하는 것은 이재명 정부 공명선거 의지에 큰 부담을 주고 교육부 장관이 직위와 직무를 이용한 선거운동의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고 했다.
교원단체들은 당선인들에게 현장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변화를 이끌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교사노조는 "교육감에게 현장의 어려움을 정확히 이해하고, 정책이 학교에 어떤 변화와 부담을 가져오는지 살피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교권 보호 ▲교사의 정치기본권 회복 ▲행정업무 분리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무분별한 교육정책으로부터 교육환경 보호 ▲현장체험학습의 공적 보호체계 구축 등을 촉구했다.
교총은 "교육감 치적 중심 사업 확대나 갈등 정책 양산보다 현장 애환 해소와 학교 예산 확대 등 지원에 집중하고, 교권 보호에 앞장서며 의전·대우받기보다 현장 목소리를 경청할 것을 주문한다"며 "교육감 당선인들은 정파나 지지 세력의 논리에 갇혀 교직 사회를 이념의 시험대로 삼는 우를 범하지 말고, 실효성 있는 교권 보호 장치 마련과 교사 행정업무 이관 등 교육 본질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는 "민선 9기 교육감들은 오직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일에 정책 역량과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며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현장의 변화를 만드는 것이 교육감의 최우선 과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차별과 경쟁을 넘어 평등과 협력의 교육으로 나아갈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공교육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교육의 본질을 거스르는 일방통행식 정책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비판하고 견제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서울에서는 재선에 성공한 정근식 교육감을 향해 교사 보호와 교원단체와의 소통,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서울교총은 "정근식 교육감은 선거 과정에서 교육활동 보호 프로그램 강화, 교원 사기 진작 및 역량 강화, 기간제교사 처우 개선 등 다양한 교원 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며 "선거 과정에서 약속한 공약들을 충실히 이행해 교사가 존중받고 학생이 행복한 서울교육을 실현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정 교육감에게 ▲교육청이 직접 대응하는 악성민원 대응 시스템 구축 ▲현장체험학습 안전사고 및 교육활동 관련 소송에서 교육청이 법률적·행정적 책임 분담 ▲비본질적 행정업무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 ▲교권보호 공약 실효성 확보를 위한 예산과 인력 투입 등을 요구했다.
서울교사노조는 " 정부의 지시를 따르기만 하는 교육감이 아닌 정부에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교육감이 되어달라"며 "학교 현장과 맞지 않거나 교육적으로 우려가 큰 정책이라면 분명히 문제를 제기하고 재검토를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학부모 선호나 행정 편의를 이유로 학교에 역할을 계속 더하는 정책은 신중해야 한다"며 "교육적 가치를 최우선에 두고, 학교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을 소신 있게 추진해 달라"고 했다. 교원단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줄 것을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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