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75개·스마트폰 18개…AI·로봇 확산에 자석 수요 급증
美 스타트업은 철·질소 자석, 獨 ZF는 자석 없는 전기차 모터 개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중국이 희토류 공급망을 압박 수단으로 쓰는 상황에서 일부 기업들이 희토류 사용을 줄이거나 대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희토류 자석은 전투기 엔진과 무기뿐 아니라 전기차, 스마트폰, 로봇, 인공지능(AI) 하드웨어에도 폭넓게 쓰인다. 중국은 희토류 채굴뿐 아니라 정제·가공 분야에서도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어 미국과 일본, 유럽 기업들에는 공급망 리스크로 작용해 왔다.
미국 미니애폴리스의 스타트업 나이론 마그네틱스는 희토류를 쓰지 않는 자석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의 자석은 철과 질소를 기본 재료로 한다.
철과 질소를 결합한 철질화물 자석의 가능성은 1950년대부터 알려졌지만, 상업 생산에 필요한 양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이 어려워 상용화가 지연됐다. 미네소타대 과학자 왕젠핑이 10여년 전 반도체 제조 기법을 응용해 돌파구를 마련했고, 나이론 마그네틱스는 2013년 미국 에너지부 지원을 받아 설립됐다.
다만 철질화물 자석이 기존 희토류 자석만큼 성능을 낼 수 있는지를 두고는 일부 회의론도 남아 있다. 그러나 나이론 마그네틱스는 미니애폴리스 파일럿 공장에서 연간 수t 규모의 자석을 만들고 있으며, 인근 사텔에 더 큰 공장도 짓기 시작했다. 회사는 2028년까지 연간 1500t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말에는 유럽 고급 스피커 제조사의 제품에 나이론 자석이 처음 적용될 예정이다.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ZF 프리드리히스하펜은 접근 방식이 다르다. 희토류 자석을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자석을 쓰지 않는 전기차 모터를 개발했다.
ZF는 이 문제를 줄이기 위해 브러시를 없앤 I2SM 모터를 개발했다. 이 모터는 휴대전화 무선충전처럼 전자기 유도 방식으로 회전자에 전기를 공급한다. ZF는 이 기술로 중국산 희토류 자석 의존을 줄이면서 전기차 모터를 더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트마르 샤러 ZF 전동화 부문 연구개발 책임자는 이를 “공급망 위험을 크게 줄이는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ZF는 신차용 대량생산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고, 업계 분석가들은 몇 년 안에 전기차에 탑재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 다이도제강은 희토류를 완전히 없애기보다 중국 의존도가 특히 높은 중희토류를 빼는 방식에 집중했다. 네오디뮴 자석은 자동차 엔진처럼 고온 환경에서 자성이 약해질 수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 디스프로슘과 터븀 같은 중희토류가 첨가된다.
다이도제강은 2010년의 충격 이후 중희토류 없이 고성능 자석을 만드는 방법을 찾아왔다. 이 회사는 액체 상태의 합금을 차갑게 식힌 회전 원반 위에 붓고, 이를 급랭·분쇄해 미세한 결정 구조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자석을 제조한다.
다이도제강은 이 방식으로 중희토류를 쓰지 않고도 기존 영구자석과 비슷한 성능을 낼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자석은 반도체 제조 장비,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자동차 파워스티어링과 전동식 창문 등에 쓰일 수 있으며, 일본 혼다는 일부 하이브리드 차량 모터에 이 자석을 사용하고 있다.
희토류 대체 기술이 중국 의존을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산 규모, 성능 검증, 가격 경쟁력, 완성차 업체의 채택 여부가 모두 남은 과제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움직임은 중국 중심의 희토류 공급망 의존을 줄이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WSJ은 전기차와 AI, 로봇, 첨단무기 경쟁이 커질수록 희토류를 둘러싼 공급망 안보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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