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관동팔경 사생 초본 10점 공개돼 화제
해동명산도첩엔 "섬세한 필치로 그린 그림"
"김홍도는 전 장르 섭렵한 무소불능 화가"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최근 공개된 단원 김홍도의 금강산·관동팔경 사생 초본 10점에 대해 직접 본 적은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관장은 2일 박물관 극장 '용'에서 열린 '단원 김홍도의 삶과 예술' 특별 강연에서 "요새 신문에 난 것을 보면 거기(해동명산도첩)에 빠진 10점이라고 생각되는 작품을 이당 김은호가 갖고 있었고, 그 아드님이 공개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유 관장은 해당 작품에 대해 구체적인 생각은 말하지 않았다.
앞서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된 작품은 조선의 마지막 어진화가 이당 김은호(1892~1979)의 아들 김성원 씨가 소장해온 것으로, 과거 사진 자료로만 존재가 알려졌던 김홍도의 금강산·관동팔경 사생 초본 10점이다. 미술계에서는 이 작품들이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 중인 '해동명산도첩'과 같은 계열의 초본일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역시 해당 작품에 대해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접했으며 현재로서는 직접 확인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관장은 이날 강연에서 박물관이 소장한 '해동명산도첩'의 성격에 대해 설명하며 김홍도의 금강산 사생 화첩이 지닌 의미를 소개했다.
'해동명산도첩'은 김홍도가 1788년 정조의 어명을 받고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유람하며 그린 사생도를 모은 작품으로,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이 32점을 소장하고 있다.
유 관장은 "해동명산도첩'을 두고 김홍도의 필치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정조에게 바칠 그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작된 것이기 때문"이라며 "자기 필치에 개성을 발휘하기보다 되도록 사실에 가깝게 섬세한 필치로 그린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유 관장에 따르면 김홍도는 금강산 유람을 마친 뒤 이 사생도를 바탕으로 수십 장에 이르는 대형 횡축 형태의 '금강산도권'을 완성했다. 당대 기록인 '임원경제지'는 이를 두고 '천하의 장관'이라고 평가했지만, 현재 작품은 전해지지 않는다.
유 관장은 "이 그림들은 일종의 금강산 스케치북"이라며 "이후 이를 바탕으로 한 모사본과 변형된 작품들이 널리 유통되면서 어느 것이 원본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은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 주제전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와 연계해 마련됐다.
유 관장은 강연에서 김홍도를 "신선도, 기록화, 풍속화, 산수화, 인물화, 화조화 등 모든 장르에 걸쳐 무소불능(無所不能)했던 화가"라고 평가했다.
특히 말년 산수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총석정도'를 언급하며 "꼼꼼하게 묘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필묵의 맛을 살린 진정한 김홍도의 필치가 드러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홍도 예술의 절정은 50대에 그린 산수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조선 400년 회화 전통이 축적한 성과를 한 몸에 담아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낸 화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화쟁이 신분으로 찰방과 현감이란 세속적 출세로 나아가 때로는 명사들과 교류하는 삶을 영위했고 말년엔 가난과 고독 속에 보내기도 했던 단원은 어떤 처지에서도 진정한 화가였다"고 말했다.박물관 서화실에서는 보물 '단원풍속도첩(檀園風俗圖帖)'을 비롯해, 개인 소장품 '기로세련계도(耆老世聯契圖)', '총석정도(叢石亭圖)', '노매도(老梅圖)' 등 단원이 말년에 남긴 걸작들이 전시돼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