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전장 기술, 실제 무기 속으로"…NC·크래프톤, 방산 대기업과 맞손
NC AI-현대로템, 'K-월드모델'로 국방 무인로봇 두뇌 만든다
크래프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합작법인 설립
피지컬 AI는 AI가 현실 세계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단계의 기술이다. 로봇과 무인 무기체계가 대표적이다. 게임사들이 이 시장의 유력한 도전자로 떠오른 배경에는 수십 년간 게임을 만들며 축적한 가상세계 구현 역량이 있다.
실제 협력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엔씨 자회사 NC AI는 현대로템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들은 국방과학연구소가 발주한 무인 로봇 국책 연구개발(R&D) 과제의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크래프톤은 지난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방산을 포함한 피지컬 AI 합작법인(JV)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현재 관련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게임에서 출발한 두 회사가 나란히 방산 대기업과 손잡고 현실 전장으로 영토를 넓히는 모습이다.
◆가상 전장이 '로봇 학습장'이 된 이유
피지컬 AI의 가장 큰 숙제는 가상에서 배운 로봇이 실제 환경에서 오작동하는 현상이다. 이를 '시뮬레이션-현실 격차'라고 부른다. 로봇이 현실에서 직접 시행착오를 겪으려면 막대한 비용과 안전 위험이 따른다. 전장처럼 위험한 환경일수록 더욱 그렇다.
게임의 가상환경이 그 열쇠를 쥐고 있다. 물리법칙이 적용된 공간에서 수많은 상황을 반복 실험할 수 있다. 현실에서 어려운 로봇 학습과 검증을 효율적으로 해내는 배경이다. 정교한 가상 전장을 만들어온 게임사가 곧 무인 로봇을 가르칠 '학습장'을 쥔 셈이다. 핵심 기술은 로봇에게 현실의 물리 법칙을 가르치는 '월드모델'이다. 이른바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한다.
◆NC AI, 'K-월드모델'로 국방 무인로봇 두뇌 만든다
NC AI는 지난 3월 자체 월드모델 기술을 공개했다. 글로벌 최고 성능 모델의 사후학습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원을 25%만 쓰고도 경쟁력 있는 모델을 구현했다. 1만 시간 분량의 영상을 11일 만에 생성하는 수준이다. 로봇 팔 정밀 조작 등 상위 18개 핵심 과제에서 엔비디아의 로봇 AI '코스모스' 등 최고 성능 모델의 80% 수준 성공률을 기록했다.
NC AI는 이 기술을 곧장 국방 분야로 확장했다. 현대로템과 함께 '피지컬 AI 기반 통합 시뮬레이터 및 모듈형 로봇' 과제를 따냈다. 미래 전장에서 다양한 무인 로봇을 유기적으로 통제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현실과 가상의 격차를 최소화하는 시뮬레이터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NC AI가 월드모델 개발을 총괄한다.
◆크래프톤, 미국 로봇 법인 세우고 한화와 동맹
크래프톤의 행보도 빠르다. 지난해 4월 김창한 대표는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휴머노이드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 게임에서 다져온 AI·소프트웨어 기술력이 로보틱스 분야로 확장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엔비디아의 파트너로 낙점된 배경이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미국에 로보틱스 연구법인 '루도 로보틱스'를 설립했다. 김창한 대표가 CEO를 겸직하며 피지컬 AI 사업에 직접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방산 합작법인 설립 협약을 맺고 관련 펀드에 10억 달러 투자도 예고했다.
현대로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같은 방산 대기업이 게임사를 파트너로 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양측의 역량이 맞물리는 지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방산 기업은 실제 무기체계를 제작·운용하는 하드웨어 역량과 현장 데이터를 갖췄다. 반면 무인 로봇을 가상에서 대규모로 학습시키고 현실로 연결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반대로 게임사는 정교한 가상 전장과 시뮬레이션, 합성 데이터 생성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게임사가 만든 '로봇의 두뇌'와 방산 기업의 하드웨어가 결합하면 시너지가 난다. 무인 차량·로봇·드론 등 다양한 장비에 공통으로 이식할 수 있는 표준 AI 엔진을 제품화할 수 있다. 게임 속 전장에서 검증한 기술이 현실 전장의 무기체계로 옮겨붙는 흐름이 본격화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odong85@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