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학습 '교사 면책 범위 강화'에도…"크게 달라진 것 없어"

기사등록 2026/05/28 15:07:30

교육부,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

교원단체 "여전히 형사재판 대상"

"현장 실행 위해 예산·집행력 必"

교육장관 "교원단체와 지속 소통"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맑은 날씨를 보인 지난해 4월 29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버스 전용 주차장에 수학여행단 학생들을 기다리는 전세버스가 빼곡히 주차돼 있다. 2025.04.29. woo1223@newsis.com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안전사고 부담으로 현장체험학습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교육부가 체험학습 중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교사의 고의나 중과실이 아닐 경우 면책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교원단체들은 이번 방안이 실질적인 면책 보장으로 이어지기에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부는 28일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현장체험학습 안전사고와 관련한 교사 면책 범위 강화다. 교육활동 중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 안전사고관리 지침을 현저히 위반하는 수준의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경우 민사상 책임과 형법 제268조를 포함한 형사상 책임을 면제하고, 안전사고관리 지침에 사전 예방조치를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의 '학교안전법' 개정을 국회와 협의해 추진할 방침이다.

수사 단계부터 교사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경찰청도 이번 개정 취지를 반영한 수사 지침을 마련한다.

법률 지원 체계도 강화된다. 안전사고 발생 즉시 교육청 전담팀이 수습을 지원하고, 사고 발생 시점부터 전담 변호사를 지정해 법률 상담부터 소송 대응까지 전 과정을 교육청 차원에서 밀착 지원한다.

행정업무 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전국 모든 교육지원청에 현장체험학습 전담 인력을 배치해 기존에 교사가 담당해 온 계약·보조 인력 배치·안전 점검 등 업무를 대신 처리하도록 했다.

◆교원단체 "교사는 여전히 수사·기소·형사재판 대상…예산·집행력 必"

이번 방안에 대한 교원단체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교사가 수사·기소·형사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민·형사상 책임을 면하기 위해 '학교안전사고관리 지침'을 지켜야 하고 고의나 중과실이 없었음을 교사가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이중 책임 구조"라며 "법률이 개정된다 하더라도 교사의 지침 준수 여부나 과실 유무에 대한 실질적인 판단은 학교나 행정당국이 아닌 수사기관과 법원 등 사법기관의 몫이라는 점에서 현재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학교안전사고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적용(형법 제268조)을 원천적으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형사상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는 표현은 법적으로 무죄인지 형 면제인지 감경인지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지 않아 판사의 재량에 맡겨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중과실 여부' 판단 역시 수사기관과 법원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교사는 여전히 수사와 기소, 형사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교육부가 제시하고 있는 '안전사고관리 지침'은 정작 형사재판에서 교사를 방어하는 방패가 되기는커녕 사고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처벌의 체크리스트'로 작동한다"고 비판했다.

학생·학부모의 공동 책무성을 법적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는 "학생이 안전 지시에 불응하거나 참여가 부적합하여 교사가 정당한 '참여 불가 조치'를 내렸음에도 학부모가 무리하게 자녀의 참여를 강행한 경우에는 명확한 법적 기준이 마련돼야 하고, 이 경우 발생하는 안전 사고의 책임은 학부모가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짚었다.

교총은 "매뉴얼 상의 선언적인 가정 협력 강조 수준으로는 부족하다"며 "안전교육 미참여, 교사 지도 불이행에 따른 사고를 차단하기 위해서 안전교육 미이수 학생에 대한 보충교육, 위험행동 반복 학생에 대한 활동 제한 또는 보호자 인계, 응급상황 발생 시 병원 이송·응급처치 사전동의, 학부모의 자녀 건강 정보 제공 의무를 매뉴얼이 아닌 법령에 명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전사고 관련 분쟁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도 공통된 요구사항이다. 교사노조는 "학교안전사고의 책임을 교사 개인에게 전가하는 구조는 개선돼야 한다"며 "정당한 직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국가와 교육청, 학교법인이 책임의 주체가 되는 국가책임제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교조도 "학교안전사고에 대해서는 과실을 사유로 기소와 형사 처벌이 가능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과 민·형사 소송에 대해 국가가 책임지는 '국가소송책임제'를 도입하는 학교안전사고 특례법 제정을 촉구"했다.

행정업무 경감 대책의 실효성을 담보하려면 입법을 통한 지속성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총은 "시·도교육청의 자발적인 협조와 예산 투입 여하에 따라 실효성이 좌우되므로 장기적 안정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교육부가 제시한 방안이 결국 시·도교육청 협조와 예산 투입이 전제되야 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방안 발표에서 끝나지 않도록 입법을 통한 추진 체제 설정과 지속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계약 등 행정업무는 교육청으로 이양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교조도 "약속한 제도가 실제 학교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충분한 예산과 집행력을 갖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최교진 장관은 교원단체들의 우려에 관해 "그동안 현장을 대표하는 교원단체들과 지속적으로 문구 하나하나를 두고 요구 사항을 모아보고, 다시 관계 부처와 협의하며 지원 방안을 만들었다"며 "이 조치 발표 하나로 바로 현장체험학습이 바로 활성화되거나 2학기에 선생님들이 지금까지 계획하지 않았던 것을 적극적으로 하는 획기적인 변화가 짧은 시간 안에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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