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이어 SSD 수요도 급증…AI 서버로 메모리 공급 쏠림
스마트폰 출하 11분기 만에 감소…PC업계도 가격 인상 압박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8일 세계 반도체 시장이 4~6월에도 인공지능(AI) 용도 확대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WSTS)에 따르면 올해 1~3월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79.2% 증가한 2985억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0~12월 증가율 38.4%보다 성장세가 더 가팔라졌다.
시장을 끌어올린 핵심은 메모리 반도체다. 메모리는 데이터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D램과 장기 저장을 맡는 낸드플래시로 나뉜다. AI 서버 시장에서는 그동안 D램을 여러 개 묶어 고속 처리 성능을 높인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주목을 받아왔다.
닛케이에 따르면 HBM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의 1~3월 메모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배 늘어난 74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매출의 90%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낸드플래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HBM 공급을 단기간에 크게 늘리기 어려운 가운데, HBM이 맡던 일부 역할을 낸드 기반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로 보완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AI 활용 방식이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단계에서 실제 답을 찾아내는 추론 단계로 옮겨가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추론 과정에서는 방대한 데이터 가운데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꺼내야 해 읽기 속도가 빠른 SSD 수요가 커진다.
이 흐름의 수혜를 받는 대표 기업은 낸드플래시 전문업체 키오시아홀딩스다. 키오시아는 5월 올해 4~6월 연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8배 늘어난 8690억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 측은 올해 공급 물량이 사실상 대부분 정해졌고, 내년에도 수요가 공급을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AI 서버 특수는 반도체를 넘어 전자부품으로도 번지고 있다. 전류 제어에 필요한 콘덴서 수요가 늘고 있으며, 특히 작고 성능이 높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의 수급이 빠듯해지고 있다.
반도체 제조장비 수요도 강세다. 일본반도체제조장치협회(SEAJ)에 따르면 1~3월 일본산 반도체 제조장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한 약 1조4405억엔이었다. SEAJ는 2026회계연도 판매액이 전년 대비 12% 늘어난 약 5조5000억엔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공급이 AI 서버용으로 쏠리면서 범용 메모리 공급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이 여파는 스마트폰과 PC 등 최종 제품 시장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1~3월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메모리 부족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 스마트폰 출하가 전년 대비 줄어든 것은 11개 분기 만이다. IDC는 스마트폰 시장이 심각한 메모리 공급 제약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 중 하나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PC 시장은 아직 재고 확보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1~3월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하지만 메모리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경우 PC 업체들은 가격 인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IDC는 향후 PC 출하량도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중동 정세 불안도 반도체 시장의 변수로 남아 있다. 반도체 원재료인 나프타와 헬륨 등의 조달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칩을 습기와 충격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감싸는 패키징 소재인 봉지재 세계 최대 업체 스미토모베이클라이트는 6월 출하분부터 관련 제품 가격을 10~20%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수지 조달 비용 상승을 반영한 조치다. 지정학적 위험이 길어질 경우 원재료 부족과 조달 가격 상승이 확산돼 반도체 생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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