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상업은행(현 우리은행)지점 벽화 멸실 위기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한국 민중미술의 선구자 오윤(1946~1986)이 1974년 서울 구의동에 남긴 테라코타 벽화가 멸실 위기에 놓인 가운데, 작품 보존을 촉구하는 시민 서명이 1만명을 넘어섰다.
오윤 구의동 테라코타 보존추진위는 시민서명운동 ‘오윤의 벽화를 시민의 품으로’에 지난 25일 기준 1만명의 시민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작품은 오윤이 1974년 서울 광진구 구의동 옛 상업은행(현 우리은행) 지점 건물에 제작한 테라코타 벽화다. 작품은 50여 년간 현장을 지켜왔지만 건물 매각과 개발이 추진되면서 멸실 위기에 처했다.
보존추진위에 따르면 건물 매수인은 작품 반출에 협력하기로 하고 ‘작품 반출 동의서’를 체결한 상태다. 그러나 벽화의 해체·운송·재설치 작업을 책임질 공적 주체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미술품 보존 전문기관은 안전한 해체와 이관 작업에 약 1.5~2개월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추진위는 올해 8월 안에 관련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작품이 제때 안전하게 이전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존추진위에는 신학철, 정희성, 김정헌이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김민웅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다. 운영위원으로는 오윤의 차남 오상엽을 비롯해 류연복 한국민예총 이사장, 이승곤 한국민미협 이사장, 이태호 명지대 미술사 석좌교수,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오윤은 1969년 현실동인, 1979년 ‘현실과 발언’ 창립에 참여하며 한국 민중미술의 흐름을 연 대표 작가다.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했으며, 목판과 판화, 조각 작업을 통해 시대 현실과 민중의 삶을 예술로 기록했다. 2005년 옥관문화훈장이 추서됐고, 2006년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이 열렸다.
보존추진위는 차기 서울시장이 벽화의 안전한 해체와 보존·이관을 책임지고 행정적 결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청원은 차기 서울시장을 핵심 수신자로 하며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통령실에도 전달될 예정이다.
서인형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이사장은 “한 점의 작품을 지키자는 호소에 1만명의 시민이 응답했다”며 “이제 시민이 보여준 마음에 행정이 책임으로 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김민웅 오윤 구의동 테라코타 보존추진위 상임위원장은 “오윤의 구의동 벽화는 한국 민중미술이 우리 사회에 남긴 살아 있는 증언”이라며 “한 시대의 기억이자 미래를 위한 유산을 보존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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