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데뷔 앨범 '17.7' 발매하는 하입피 도쿄 인터뷰
한국인 3명·일본인 3명·한일 복수 국적 멤버 1명 등 7명으로 구성
K-팝 새 흐름 '영 크리에이터 크루(Young Creator Crew)' 합류
CJ ENM·일본 하쿠호도가 공동 설립 '챕터아이' 소속
27일 오후 6시 첫 번째 미니앨범 '17.7'을 발매하며 가요계에 정식 출사표를 던지는 7인조 신인 글로벌 힙합 그룹 '하입프린세스'(H//PE Princess·하입피(HIIPE P))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단순한 세대교체의 주역이 아니다. 한국과 일본의 10대, 20대 '젠지(Gen Z)' 세대가 서로의 문화를 편견 없이 수용하고 열광하는 이 시대에, 하입프린세스는 그 문화적 융합의 최전선에 서서 '힙합'이라는 공용어로 새로운 생태계를 개척하려 한다.
한국인 3명(YSY(윤서영), 도이, 수진), 일본인 3명(코코, 리노, 니코), 그리고 한일 복수국적 멤버(유주) 1명으로 구성된 이들의 조합은 절묘한 균형감을 이룬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그룹의 정체성을 기획사의 시스템에 전적으로 의탁하지 않고, 스스로 쟁취하고 발명해 내는, 새로운 K-팝 흐름이 될 것으로 보이는 '영 크리에이터 크루(Young Creator Crew)'로서의 주체성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막내 수진(17) 역시 기성 아이돌의 문법과는 다른 태도를 보여준다. 발레와 피아노 등 클래식한 교육을 받으며 자라온 수진은 "사실 힙합을 해본 적이 없어 의심도 많았고 두려움도 컸다"면서도 "하지만 힙합은 결국 자기 안에서 흘러나오는 멋, 스웨그(Swag)가 있는 것 같아요. 저 역시 내 안의 에너지를 힙합으로 표출하며 점점 빠져들고 있다"고 짚었다. 힙합이 단순한 장르적 차용이 아닌, 삶의 태도와 주체성의 문제임을 본능적으로 꿰뚫어 본 것이다.
이들의 데뷔 앨범 '17.7'은 그룹 결성 당시 멤버들의 평균 연령을 의미한다. 17.7이라는 숫자는 아직 굳어지지 않았기에 오히려 무한히 뻗어나갈 수 있는, 청춘의 찬란함과 불안함이 공존하는 시점을 정확히 도려내어 보여준다.
국내 힙합을 대표하는 힙합 듀오 '다이나믹 듀오'(다듀)의 개코가 프로듀싱을 맡은 타이틀곡 '스톨른(Stolen)'은 이런 멤버들의 서사를 그대로 가사에 녹여내며 당찬 포부를 직조해 냈다. 수록곡들의 면면도 다채롭고 단단하다. 일본의 글로벌 밴드 '원 오크 록(ONE OK ROCK)'의 타카(Taka)가 참여해 스타디움 록의 웅장함을 부여한 2번 트랙 '원 데이(One day)'는 이들의 한계 없는 가능성을 노래한다. 이어 힙합과 R&B를 감각적으로 버무린 세련된 트랙 '호핀(Hoppin')', 오디션 당시의 열기와 치열함을 재현한 '데이지(DAISY)(H//PE P ver.)'와 '굿!(gOOd!)(H//PE P ver.)'까지 총 5곡이 17.7세의 내면을 다각도로 비추는 유기적인 서사를 이룬다.
하입프린세스가 지닌 가장 큰 무기는 멤버 7명 각자가 지닌 고유한 서사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LP 가게에서 자라며 자연스럽게 음악을 체화한 니코(18)는 "어렸을 때 들었던 블랙 뮤직, 특히 로린 힐(Lauryn Hill)의 영향을 받아 지금 노래하는 방식이나 그루브가 형성된 것 같다"고 자신의 뿌리를 설명했다. 니코의 묵직하면서도 매력적인 보컬은 하입프린세스 음악의 깊이를 더한다.
한림예고 재학 시절 자신감 부족으로 무대를 망설였던 도이(18)는 긴 연습생 생활과 서바이벌의 좌절을 겪으며 단단해졌다. 도이는 "저는 피드백 받는 것을 좋아해요. 항상 완벽하지 않은데 피드백을 받으면서 성장하는 것뿐"이라며 성숙한 내면을 내비쳤다. 이 이질적인 경험과 서사들은 팀 안에서 서로 충돌하는 대신 조화롭게 융합하며 새로운 질감을 만들어낸다.
하입프린세스는 언어와 국경을 넘어 새로운 힙합의 구조를 실험하고 있다. 특히 한국어와 일본어의 언어적 특성을 힙합 비트 위에서 교차시키는 작업은 흥미로운 성취를 낳는다. 도이는 "'굿!(gOOd!)'을 일본어 버전으로 번역할 때 랩이 되게 유니크해졌어요. 힙합 비트에 일본어를 쓰는 것이 충분히 재미있고 매력적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받침이 적은 일본어의 단조로움을 한국어와의 결합을 통해 다채로운 라임으로 변주하며, 언어의 장벽을 새로운 운율의 해방구로 치환하고 있는 것이다.
하입프린세스는 CJ ENM이 제작한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Mnet) 한일 합작 오디션 프로그램 '언프리티 랩스타 : 힙팝 프린세스'를 통해 탄생했다. CJ ENM과 일본 하쿠호도가 공동 설립한 챕터아이(Chapter-I)의 첫 번째 아티스트다. 다이나믹 듀오가 속한 아메바컬쳐가 공동 매니지먼트를 맡고, 워너 뮤직 그룹과 글로벌 계약까지 체결하며 흔들림 없는 기반을 다졌다. 정식 데뷔 전 이미 일본의 대형 패션·음악 이벤트인 '라쿠텐 걸즈어워드 2026'과 '케이콘 재팬 2026'에서 팬들의 환호를 끌어낸 이들의 시선은 이미 훨씬 더 높은 곳을 조준하고 있다.
"저희끼리도 '우리 도쿄돔 가자, 돔 투어 하자' 이런 얘기를 되게 많이 했었고, 데뷔 결성하고 나서 제일 먼저 했던 얘기일 만큼 꿈을 크게 가지고 있습니다."
스스로 쟁취한 이름으로 첫걸음을 떼는 유주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었다. 누군가가 씌워주는 왕관을 거부하고 자신들만의 언어와 리듬으로 힙합 생태계의 새 지도를 그리기 시작한 하입프린세스의 첫 번째 챕터가 이제 막 펼쳐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