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탱크데이' 논란에 "어떤 변명도 않겠다"…그룹 쇄신 약속(종합)

기사등록 2026/05/26 11:11:20

관련 임직원 포렌식 조사 후 대기발령 조치

경찰 조사서 고의성 입증시 엄중 처벌 예고

사내 리스크 관리 부실 인정…신로 쌓을 것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26.05.26.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동효정 권민지 기자 = 신세계그룹이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과 관련해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직접 사과문을 발표한 데 이어 그룹은 관련 임직원 대기발령과 내부 쇄신 방안도 내놓았다.

정용진 회장은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 팰리스 서울 호텔에서 "국민 여러분 앞에 무겁고 죄송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깊은 상처와 실망을 느끼신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 여러분, 박종철 열사 유가족 여러분, 광주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신세계 회장으로서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정 회장이 그룹 현안을 두고 공개 사과문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는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이유가 무엇이든 국민 여러분 마음에 상처를 드린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저를 포함한 신세계그룹 구성원 모두 우리 사회의 역사와 희생을 기억하고 국민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겠다"며 "오늘의 사과를 끝이 아닌 시작으로 삼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질적 변화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또 "지금도 전국 매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수많은 스타벅스 파트너와 현장 직원들이 있다"며 "이들은 고객 한 분 한 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성실한 직장인일 뿐이며 책임은 조직과 경영진에게 있다"고 말하며 현장 직원들에 대한 과도한 비난 자제를 호소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26.05.26. jhope@newsis.com

신세계그룹은 이날 자체 진상조사 결과도 함께 공개했다.

전상진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은 "스타벅스 코리아에서 발생한 부적절한 마케팅으로 인해 5·18 민주화운동 영령과 유가족, 광주시민, 박종철 열사 유가족,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큰 상처와 심려를 끼친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일주일간 관련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했고 특정 목적을 갖고 이번 마케팅을 기획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은 조사 과정에서 스타벅스 코리아 이커머스팀 전원과 전략기획본부, 대표이사 등 결재 라인에 대한 휴대전화·노트북 포렌식과 교차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담당자들이 사용한 기타 장치와 하드드라이브도 회수해 조사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그룹은 현재까지 고의성을 입증할 명확한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 부사장은 "부실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에 대해서도 철저한 경위 조사를 진행했지만 현재까지 해당 직원들과 임원진이 고의성을 가지고 마케팅을 진행했다는 명확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 과정에서 논란 직후 일부 직원들의 부적절한 언행도 확인됐지만 이런 정황만으로 사전 모의 등 고의성을 특정할 단서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웠다"며 "해당 직원들은 '가방에 쏙'이라는 문구와 라임을 맞추는 데 급급했고 인공지능(AI)에 물어봤으며 5·18은 생각조차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전상진 신세계그룹 경영총괄 부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6.05.26. jhope@newsis.com

다만 조사 과정의 한계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 부사장은 "직원 3명은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했고 사내 메신저 대화 내용도 1주일만 저장돼 최초 기획 단계 대화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내부 리스크 관리 체계의 문제도 확인했다고 인정했다.

논란이 된 마케팅은 팀장·담당·본부장·대표이사 등 총 4단계 승인 절차를 거쳤지만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일부는 첨부파일조차 열지 않은 채 관행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마케팅의 즉시성을 우선시하면서 기존 법무팀 검토 절차도 생략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 부사장은 "이번 사안은 단순 실무자 과실을 넘어 스타벅스 코리아 내부의 사회적·역사적 민감성 부재를 드러낸 사건"이라며 "리스크 관리 체계와 내부 통제 시스템 부재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문제점을 고쳐나가겠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논란과 관련된 직원 전원을 대기발령 조치했으며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도 이미 해임했다고 밝혔다. 본부장 역시 조사 결과에 따라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2026.05.26. jhope@newsis.com

또 경찰 조사 결과 5·18 폄훼 의도로 이벤트를 기획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해당 임직원을 즉각 해고하고 민형사상 책임까지 묻겠다고 강조했다. 전 부사장은 "그룹 최고 경영진 누구라도 이번 사안과 관련한 개입이나 의도가 확인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상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신세계그룹은 탱크 텀블러 용량이 박근혜 전 대통령 수감번호와 같고, 출시일이 세월호 참사일과 동일하다는 주장 등에 대해 사실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전 부사장은 "탱크 텀블러는 해외 제조사가 2023년부터 한국뿐 아니라 호주·태국 등에서도 판매한 제품"이라며 "해당 텀블러는 해외 제조사가 제작한 제품으로, 명칭은 실제 물탱크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해외 제조사의 공식 입장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용량 역시 17온스를 밀리리터(㎖)로 환산해 표기한 것일 뿐 특정 수감번호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또 미니 탱크 텀블러 출시일인 4월16일에 대해서도 "행사 업체 브랜드데이 일정 조율 과정에서 확정된 날짜일 뿐 세월호 참사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2026.05.26. jhope@newsis.com

탱크 듀오 세트 할인율 21% 역시 "세트 가격 조정 과정에서 계산된 할인율일 뿐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집단 발포일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는 그룹 차원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책임에 대해 다시 숙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룹의 리스크 관리 체계와 내부 통제 시스템 부재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문제점을 바로잡아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신세계그룹 측은 "신세계그룹은 밑바닥부터 다시 신뢰를 쌓아 국민에게 사랑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스타벅스 코리아 역시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스타벅스는 지난 18일 탱크데이 마케팅 이벤트를 진행하며 '책상에 탁! 탱크데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계엄군의 탱크 투입과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25일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 모습.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오는 26일 스타벅스 탱크데이 마케팅 관련 대국민 사과와 사태와 관련해 자체 진상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2026.05.25. hw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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