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나무와 돌이 서로 기대어 숨을 쉰다. 가구와 조각, 공예와 철학의 경계를 가로질러온 최병훈의 신작이 서울과 부산에서 공개된다.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 아케이드와 부산 해운대 조현화랑은 오는 6월 4일부터 8월 2일까지 최병훈 개인전 ‘Lingering Silence’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장과 테이블을 포함한 ‘Afterimage of Beginning’ 시리즈 신작이 처음 공개된다. 검게 그을린 목재와 자연석이 결합된 작품들은 단순한 가구를 넘어 하나의 조형 언어처럼 다가온다. 긴장과 균형, 비움과 침묵이 화면 대신 사물의 구조 안에서 펼쳐진다.
특히 자연석 위에 떠 있는 듯 놓인 타원형 테이블은 선비의 절제된 미감과 동양적 사유를 떠올리게 한다. 짙은 흑갈색 목재와 거친 돌의 물성이 충돌하면서도 이상하리만큼 고요한 균형을 이룬다. 마치 오래된 문방의 풍경이 동시대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난 듯하다.
작가는 “침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머무는 것”이라며 “말해지지 않은 시간과 절제가 공간 안에 남아 있기를 바랐다”고 밝혔다.
1952년생인 최병훈은 국내 아트퍼니처 분야를 대표하는 작가로 꼽힌다. 기능적 사물인 가구를 조각과 철학의 영역으로 확장하며 독자적 작업세계를 구축해왔다. 작품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M+, 비트라 디자인 미술관, 휴스턴 미술관 등 세계 주요 기관에 소장돼 있다.
이번 전시는 가구를 ‘쓰는 물건’이 아니라 시간을 머금은 사유의 구조물로 바라보게 한다. 앉기 전에는 조각이고, 사용되는 순간에는 몸의 일부가 되는 사물. 최병훈은 그 사이 어딘가에 오래 머무는 침묵의 형태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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