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 나선 中 딥시크…'V4 프로' 구독료 75% 할인 영구화

기사등록 2026/05/25 17:13:41

V4 프로 혼합 단가 100만 토큰당 '0.18달러'…오픈AI·구글 대비 최대 19배 저렴

화웨이 칩 최적화로 인프라 비용 한계 극복…글로벌 AI 시장 '치킨게임' 서막

[베이징=AP/뉴시스] 지난달 28일 베이징의 한 스마트폰 화면에 떠 있는 딥시크 앱 로고. 2025.01.28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중국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저가 전략을 내세우며 미국 AI 빅테크들과의 경쟁에 나섰다. 오픈AI 챗GPT, 구글 제미나이, 앤트로픽 클로드 등에 비하면 성능은 다소 밀리더라도 '가성비'를 무기로 내세우는 양상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딥시크는 지난 23일부터 플래그십 AI 모델 'V4 프로'의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구독료 75% 할인 프로모션을 전격 영구화했다.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지난 4월 출시와 함께 도입했던 한시적 혜택을 고정 가격으로 못 박은 것이다.

딥시크의 이번 조치를 두고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등 미국 중심의 글로벌 AI 시장을 겨냥한 전면적인 '가격 파괴 공세'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조치로 딥시크 V4 프로의 100만 토큰당 입력 비용은 0.435달러, 출력 비용은 0.87달러로 기존 대비 75% 급감했다. AI 벤치마크 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의 표준 가중치를 적용한 혼합 토큰 가격은 100만개당 약 0.18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성능이 낮은 경량형 모델(LLM) 수준의 단가다.

자체 지능 지수(Intelligence Index) 기반 테스트 비용을 비교하면 격차는 더 두드러진다. 동일한 최고 성능 모드로 벤치마크를 완주할 때 딥시크 V4 프로는 약 268달러가 소요되는 반면, 구글 제미나이 3.1 프로 프리뷰는 약 892달러(3.3배), 오픈AI GPT-5.5는 약 3357달러(12.5배), 앤트로픽 클로드 오푸스 4.7은 약 5117달러(19배)가 든다.

초저가 정책이 한시적인 출혈 경쟁이 아닌 아키텍처 혁신을 통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됐다는 게 딥시크의 주장이다.

필요한 네트워크만 부분 활성화하는 '혼합 전문가(MoE)' 구조와 메모리 압박을 줄여주는 '압축된 어텐션(Compressed Attention)' 기술 등 아키텍처 혁신이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또 최근 이뤄진 100억 달러(약 15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도 가격 압박 지속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같은 딥시크의 저가 공세를 두고 중국 내 공급망 생태계가 결합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의 규제로 엔비디아 GPU 도입이 막히자 딥시크가 화웨이의 국산 AI 칩인 '어센드 950' 아키텍처에 자사 소프트웨어를 극단적으로 최적화했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외신 등에 따르면 딥시크는 지난달 V4 모델 출시 당시 고성능 컴퓨팅 자원의 한계로 프로 버전의 단가를 높게 책정했으나, 화웨이 칩의 대량 공급 시점이 가시화되면서 단가를 전격적으로 고정 인하할 수 있었던 것으로 읽힌다. 결과적으로 미국 제재의 반사이익으로 다져진 저렴한 중국산 인프라가 미국 빅테크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된 셈이다.

딥시크의 이번 저가 공세가 서구권 빅테크 기업들의 수익 구조를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그간 실리콘밸리 AI 기업들은 막대한 연산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고가의 API 구독료를 받으며 '토큰당 고마진'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대규모 AI 에이전트나 롱컨텍스트 RAG(검색 증강 생성) 시스템을 상시 구동해야 하는 기업 실무자 입장에서 딥시크의 '10분의 1 단가'는 매력적인 카드다. 대량 트래픽 워크로드가 딥시크로 이탈할 경우 서구권 랩들의 매출 타격이 나타날 수 있는 셈이다.

결국 글로벌 AI 시장은 딥시크의 가격 공세에 맞서 마진 축소를 감수하고 단가 인하 경쟁에 동참하거나, 추종 불가능한 압도적 성능 격차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