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재즈 페스티벌' 통해 11년 만의 내한공연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메이 포레스트). '제18회 서울재즈페스티벌 2026'(서재페)의 세 번째 날 피날레를 장식한 미국 재즈 거장 허비 행콕(86)은 음악이 어떻게 늙지 않고 요동하는지를 실시간으로 증명해 냈다. 2015년 5월 역시 서재페 무대에서 피아노 거장 칙 코리아(Chick Corea)와 협연한 이후 11년 만에 한국을 찾은 그는 약 90분 동안 혁신적인 대담함과 유쾌한 반항기로 봄밤의 야외 무대를 완벽하게 장악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거칠고 굳은 손가락 끝에서 외려 가장 부드럽고 유연한 재즈가 탄생하는 순간은 미학적 경탄을 자아냈다. '워터멜론 맨(Watermelon Man)'과 '액추얼 프루프(Actual Proof)'로 포문을 연 무대는 '라이오넬/펠릭스 2019(Lionel/Felix 2019)'로 이어지며 단숨에 객석을 몰입시켰다. 노년의 나이는 유려한 기술과 압도적인 그루브 앞에서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신시사이저의 반짝임과 건반 위로 쏟아지는 피아노 소리는 무대 위를 자유롭게 유영했다. 행콕뿐만 아니라 그와 호흡을 맞춘 밴드 역시 색소폰의 여유로움, 베이스의 묵직함, 드럼의 집중력을 치밀하게 유지하며 거장의 위트와 에너지를 고스란히 나눠 가졌다.
'시크릿 소스(Secret Sauce)'를 지나 무대의 열기가 최고조에 달한 '행 업 유어 행 업스(Hang Up Your Hang Ups)' 파트에 이르자, 행콕은 키보드를 어깨에 메고 무대 앞으로 걸어 나왔다. 피아노와 키보드, 그리고 키타(Keytar·기타처럼 어깨에 메는 키보드)를 번갈아 연주하며 그려내는 펑키한 순간은 객석을 뒤흔들었다. 마지막 곡 '카멜레온(Chameleon)'을 연주할 때도 그는 키타를 멘 채 온몸으로 덩실덩실 거리며 흥겨운 그루브를 탔다. 그에게선 거장의 권위 대신 특유의 장난기가 읽혔는데, 이는 나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가볍게 초월하여 무대를 장악하는 유쾌하고도 반항적인 에너지였다.
음악적 경계를 넓히며 다양한 장르를 포섭해 온 서재페의 여정 속에서, 이번 행콕의 무대는 페스티벌의 뿌리와 핵심이 결국 '재즈'에 있음을 명징하게 각인시켰다. 존경받을 만한 뮤지션은 과거의 성취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의 세계를 끊임없이 앞으로 밀고 나간다. 행콕은 과거의 위대한 유산이 어떻게 낡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지, 그 서정적이고도 대담한 모범을 몸소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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