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소비·가격 부담 맞물리며 리커머스 확산
가방 넘어 시계·주얼리·의류…거래 품목 다변화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 속에서도 중고 명품 시장은 오히려 성장세를 이어가며 하나의 독립된 소비 시장으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특히 고가 명품의 가격 인상이 반복되면서 새 제품 대신 상태가 좋은 중고 제품을 찾는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합리적 소비 성향과 취향 기반 소비 문화가 맞물리며 중고 명품 시장 성장세에 힘을 싣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국내 중고 거래(리커머스) 시장 규모는 2008년 약 4조원 수준에서 지난해 43조원까지 확대됐다. 이 가운데 명품 패션·시계·주얼리 품목 거래 규모는 약 5조원 수준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명품 플랫폼 트렌비의 올해 1분기 중고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늘었다. 리커머스 플랫폼 번개장터에서도 지난해 중고 명품 카테고리 거래액이 전년 대비 약 30% 증가했다.
거래 품목 역시 다양해지는 추세다. 기존에는 가방 중심 거래가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의류와 시계, 주얼리까지 거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중고 명품 플랫폼 구구스에 따르면 실제 지난해 11월까지 카테고리별 거래액은 가방, 시계, 주얼리, 의류, 신발 순으로 나타났는데, 주얼리와 시계 등 하이엔드 제품군의 거래 증가가 두드러졌다.
번개장터에서도 지난달 한 달간 ▲루이비통 ▲발렌시아가 ▲크롬하츠같은 평균 단가 50만~110만원대 하이엔드 브랜드 거래량이 늘며, 반팔 티셔츠 거래량이 3개월 전보다 202% 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 명품 오프라인 매장(9.6%), 중고 명품 전문 판매 사이트(5.3%) 등까지 포함하면 중고 거래 채널 이용 비중은 더욱 커진다.
업계에서는 중고 명품 시장 확대 배경으로 지속적인 명품 가격 인상을 꼽는다.
샤넬과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이른바 '에루샤' 브랜드들이 매년 수차례에 걸쳐 가격을 올리면서 소비자들의 진입 부담이 커졌고, 상대적으로 가격 접근성이 높은 중고 시장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 명품이 오랜기간 소장하는 데 목적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사용 후 재판매까지 고려하는 '순환 소비' 개념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소비자들은 한정판 제품이나 인기 모델을 되팔아 시세 차익을 노리기도 한다.
구구스에서도 브랜드별 거래총액 순위가 에르메스, 샤넬, 롤렉스, 까르띠에, 루이비통 순으로 집계되며, 리셀 수요가 높은 인기 브랜드와 모델을 중심으로 거래가 집중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 명품 시장이 단순 불황형 소비를 넘어 하나의 소비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며 "취향 소비에 더해 투자 목적 소비가 동시에 유입되면서 시장 성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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