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인턴 vs 휴머노이드 택배 분류 대결…인간이 단 192개 차로 간신히 승리
피규어AI 로봇 200시간 무사고 분류 성공…보스턴다이내믹스도 냉장고 이동 시연
3000만 원대 양산 목표에 빅테크 자본 결집…제조업 노동력 패러다임 바꾼다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1. 사람이 휴머노이드 로봇과의 택배 분류 대결에서 이겼다. 1만2924개 대 1만2732개. 미국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Figure AI)가 지난 17일(현지시간) 진행한 10시간 택배 분류 대결에서 인간 인턴 직원이 휴머노이드 로봇 'F.03'을 단 192개 차로 따돌렸다.
브렛 애드콕 피규어AI 최고경영자(CEO)는 인간의 승리를 축하하면서도 X(옛 트위터)에 "인간이 이기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적었다. 실제로 이 직원은 대결 후 "왼쪽 팔이 부서질 뻔했다"고 털어놨다. 대결 도중에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하며 간신히 버틴 결과다. 반면 로봇은 밥도, 잠도, 휴식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 말을 증명하듯, 또 다른 피규어AI 로봇들은 같은 기간 라이브 방송에서 쉼 없이 박스를 분류했다. 임무 자체는 단순했다. 작은 박스를 집어 바코드가 아래로 향하도록 컨베이어에 내려놓는 일이었다. 방송은 9일째까지 이어진 끝에 막을 내렸다. 누적 기록은 연속 가동 200시간, 자율 분류한 박스 24만9560개에 달했다.
#2. 현대차그룹 로봇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휴머노이드 '아틀라스'가 23㎏짜리 냉장고를 들어 옮기는 영상을 공개했다. 무릎을 반쯤 굽혀 냉장고를 끌어안고 균형을 유지한 채 이동한 뒤, 상체만 180도 돌려 내려놓는 동작이었다. 2028년 미국 조지아 공장 투입을 앞두고 외부 물체를 다루는 능력을 입증해 보인 것이다.
이제 휴머노이드가 실험실을 나와 작업 현장의 문턱에 다다랐다는 신호다.
◆가격은 3000만원대 목표…'쉬지 않는 노동력'의 경제학
휴머노이드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가격이다. 피규어AI는 양산이 본격화되면 F.03의 단가를 2만 달러(약 3000만원) 미만으로 낮춘다는 목표를 공식화했다. 회사는 자체 공장에서 1차로 연간 1만2000대 생산 능력을 갖췄고, 4년간 누적 100만대 생산을 목표로 잡았다.
경쟁력은 가격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은 3교대를 짜고 야근수당을 얹고 휴가와 병가를 보장해야 하지만 로봇에는 그런 항목이 없다. 켜 두기만 하면 멈추지 않는다. 단순 반복 노동일수록 사람과 로봇의 비용 구조 차이는 벌어진다.
자본은 이미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피규어AI의 기업가치는 390억 달러(약 59조원)로 평가 받는다.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인텔, 아마존 등에서 총 19억 달러(약 2조 9000억원) 이상을 유치했다.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는 현재 30조원이지만, 일부 증권가에선 최대 100조원까지 추정하는 파격적인 리포트도 내놓고 있다.
시장도 이 지점을 주시한다.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보고서에서 휴머노이드가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넘어 실제 현장 배치로 가는 '변곡점'에 다가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조사업체 ABI리서치는 그 시점을 2026~2027년으로 짚으며 이 무렵 규제, 안전, 투자수익률 문제가 대부분 해소될 것으로 봤다. 다만 동작 정밀도, 배터리 지속시간, 안전 기준 미비 등 넘어야 할 장벽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골드만삭스는 2035년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를 380억 달러(약 57조원)로, 모건스탠리는 2050년 전 세계 보급 대수를 10억대로 내다봤다.
◆공장 문턱 넘는 '인간형 로봇'…실전 검증 시작
이미 실전 검증도 시작됐다. 피규어AI는 앞서 전작 'F.02' 로봇을 BMW 공장에 11개월간 투입한 바 있다. 앱트로닉의 '아폴로'는 메르세데스-벤츠 물류시설에서 시범 운용 중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 BYD를 비롯한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유비테크의 휴머노이드 '워커S2'를 생산라인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유비테크는 지난해 워커S2 누적 1000대를 생산했고 이 중 500여 대가 실제 현장에 인도됐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는 연구용보다 상용화에 가까운 개발형이다. 로봇 관절을 움직이는 핵심 구동 부품을 두 종류로 표준화했다. 아울러 양팔과 양다리를 같은 구조로 설계해 양산 시 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했다. 2028년 미국 조지아 공장 투입이 목표다.
이런 변화는 노동력을 둘러싼 사회적 비용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최근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갈등 끝에 총파업 직전까지 갔다가 극적으로 합의한 일은 인력에 의존하는 제조업의 구조적 부담을 다시 보여줬다. 현실 세계에서 스스로 움직이고 일하는 '피지컬 AI'의 등장이 이 같은 고용 구조와 노동 시장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odong85@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