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합의 후폭풍…조직 내 번지는 '노노(勞勞) 갈등'[삼성發 성과급 쇼크④]

기사등록 2026/05/24 06:00:00

성과급 격차가 불붙인 내부 분열…DS 내부도 갈등

메모리 6억원 vs DX 600만원…성과급 100배 차

투표 변수 된 비메모리·DX…합의안 부결 배제 못해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한에 서명한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5.2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삼성전자 노사가 수개월간의 극심한 진통 끝에 파업 직전에야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하지만 파업이라는 파국을 넘기 위해 도출한 해법이 오히려 내부 갈등을 유발하며 조직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이번 합의안을 두고 사내 구성원들이 분노와 박탈감을 분출하면서, 삼성전자 내부의 '노노(勞勞) 갈등'은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심야시간 경기고용노동청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중재로 노사의 극적인 잠정 합의가 이뤄졌다.

이번 합의안의 핵심은 DS(반도체) 부문 사업 성과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해 자사주로 지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합의안이 공개되자 사내 분위기는 급격히 냉각됐다. 확인된 협상안에서 각 사업 부문별 성과급 격차가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나면서 내부 동요가 시작된 것이다.

연봉 1억원을 기준으로 할 때, DS 부문 내 메모리 사업부 임직원은 올해 최대 6억원가량의 성과급 수령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같은 DS 부문 안에서도 수년간 적자를 낸 비메모리(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는 메모리의 4분의 1 수준인 1억6000만원 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파열음은 가전·모바일 사업을 영위하는 DX(디바이스경험)에서 터져 나왔다. DX 직원들이 쥐게 될 성과급은 메모리의 100분의 1 수준인 600만원 규모의 자사주에 불과하다.

이러한 극단적인 보상 격차는 부문별 이해관계 충돌을 표면화하며 조직 내부의 갈등을 가속화시켰다.

노조 게시판은 합의안을 성토하는 글로 순식간에 도배됐다. 비메모리 부문 구성원들은 노조가 노골적으로 자신들을 버렸다는 배신감을 토로했다.

한 직원은 "DS 내 적자 사업부인 '르팡(시스템LSI·파운드리 약칭)'은 버리는 카드냐"며 "노조가 본인 손으로 우리를 잘라냈다"고 집행부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반면 메모리 사업부 일각에서는 "적자인데 성과급을 보장하는 것이 경영 논리에 맞느냐"는 냉소 섞인 불만이 새어 나온다.

"적자 사업부에 왜 대규모 성과급을 주느냐"는 메모리 측의 냉소와 "우리라고 고생 안 했느냐"는 비메모리·DX 측의 반발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수원=뉴시스] 김금보 기자 =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들이 주축인 삼성전자노동조합(SECU·동행노조)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NSEU) 수원지부 집행부가 22일 오후 경기 수원 영통구 삼성전자 정문 앞에서 삼성전자 노사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 시작을 앞두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05.22. kgb@newsis.com

이런 성과급 불균형은 노조의 세력 판도까지 뒤흔들고 있다. 기존 교섭 과정에서 소외된 DX 부문의 불만은 조직 이탈로 이어졌다.

한때 7만6000명에 달했던 초기업노조 조합원은 7만명으로 줄었고, 이달 초까지만 해도 2300명이던 DX 중심의 '동행노조' 조합원 수는 21일 1만3000여명으로 5배 넘게 급증했다.

앞서 DX부문 조합원들은 집행부가 전체 조합원의 동의 없이 독단적으로 교섭을 진행했다고 주장하며,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이들은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대표이사, 전영현 DS부문장 대표이사 등을 수신인으로 'DX 대표이사 공식면담 요청' 공문을 발송해 사측과 직접적인 채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노조 지도부의 부적절한 언행이 임직원을 비롯해 노조 간의 갈등을 키웠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노조 소통방에 "마무리되면 노조 분리 고민을 해보자. 전삼노, 동행 좀 너무한다. DX 솔직히 못해먹겠다"라는 발언을 남겨 DX 부문 구성원들의 공분을 샀다.

이송이 초기업노조 부위원장 역시 지난 17일 "회사를 없애버리겠다", "분사할 거면 하라" 등의 과격 발언을 쏟아내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에 동행노조는 '초기업노동조합은 초심을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라는 공식 공문을 보내 지도부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노사는 지난 22일부터 27일 오전 10시까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잠정합의안에 대한 전자 찬반 투표를 진행 중이다. 전체 조합원의 과반 찬성이 있어야 합의안은 최종 효력을 갖는다.

투표 참여율은 첫 날부터 50%를 훌쩍 넘겼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5시30분 기준 초기업노조 총 선거인 5만7290명 중 투표 참여자 수는 3만2882명으로 투표율 57.4%를 기록했다.

조합원의 80%를 차지하는 DS 부문 인원들이 가결시킬 것이란 관측 속에 비반도체 부문의 대규모 부결 운동 움직임이 변수로 등장했다.

특히 성과급에서 배제된 DX 및 비메모리 부문 조합원들의 '반대표'가 집결할 경우, 합의안이 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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