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람보르기니·페라리, 전동화 속도조절
내연기관·하이브리드 유지…"배기음 수요 여전"
희소성 커진 고성능차…슈퍼카 전략도 달라져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전기차 전환이 자동차 업계의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슈퍼카 시장에선 조금 다른 흐름이 감지된다.
포르쉐·람보르기니·페라리 등 고성능 브랜드들이 순수 전기차 확대 속도를 늦추고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모델 유지에 무게를 두는 것이다.
강렬한 배기음과 주행 감성을 중시하는 소비층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이 전략 변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2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신규등록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4월 포르쉐 '911' 모델의 등록 대수는 436대로, 전년 동기(276대) 대비 58% 증가했다.
같은 기간 포르쉐 전체 판매(2786대)가 전년 동기(3515대) 대비 20.7%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포르쉐 전체 판매에서 911이 차지하는 비중도 15.6%로 전년 동기(7.9%) 대비 두 배 가까이 올랐다.
포르쉐가 전동화 전략의 일환으로 718 카이맨·박스터 등 일부 내연기관 모델 생산을 종료하자 내연기관 라인업을 유지하는 911로 수요가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전체 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왔다.
포르쉐의 올해 1분기 글로벌 인도 대수는 6만991대로 전년 동기(7만1470대) 대비 15% 감소했다.
하지만 포르쉐 911 인도 대수는 1만3889대로 전년 동기 대비 22% 늘어났다.
이에 포르쉐는 내연기관 라인업을 오래 유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포르쉐는 지난해 9월 콘퍼런스콜 당시 완전 전동화 계획을 공식 철회했다.
718 박스터·카이맨 최상위 트림에 내연기관을 병행 출시하고, 기존 내연기관 모델 전 라인업을 더 오래 유지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업계는 전동화가 진행될수록 내연기관 모델의 희소성 프리미엄이 오히려 높아지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이 연출되자 람보르기니는 한발 더 물러섰다.
람보르기니는 2023년 첫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레부엘토를 출시하고 2024년 우라칸 후속 PHEV 모델 테메라리오를 공개하며 전 라인업의 하이브리드 전환을 마쳤다.
그러나 브랜드 최초 순수 전기차로 예고됐던 란자도르는 지난 2월 양산 계획을 공식 취소했다.
이에 대해 슈테판 빙켈만 람보르기니 최고경영자(CEO)는 외신 인터뷰를 통해 "내연기관이 없는 람보르기니에 대한 고객 관심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페라리는 전동화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오는 25일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 '루체'를 로마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할 예정이나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모델 생산을 병행할 방침이다.
페라리는 오는 2030년까지 전체 판매의 20%만 전기차로 채운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당초 40%였던 목표를 지난해 10월 절반으로 낮춘 것이며 내연기관(40%)과 하이브리드(40%)가 여전히 주력이다.
수입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슈퍼카의 주요 고객들이 마력과 배기음이 강한 차량을 선호했다 보니 전동화를 매력적으로 느끼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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