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페라리·롤스로이스 등 슈퍼카 판매↓
글로벌 판매량도 감소세…고가 차량 구매에 신중
고금리·고환율 등 불황 장기화에 따른 수요 위축
"차 대신 주식"…최근 투자 심리 커진 점도 영향
[서울=뉴시스]김민성 기자 = 최근 몇년간 자산시장 호황과 보복소비 흐름을 타고 급성장했던 국내 슈퍼카 시장이 올해 들어 빠르게 식고 있다.
람보르기니·페라리·포르쉐 등 주요 초고가 수입차 브랜드 판매량이 국내외에서 일제히 감소한 가운데, 고환율·고금리 부담과 법인차 규제 강화, 투자심리 위축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내에서 람보르기니는 80대가 판매됐다. 전년 동기 127대와 비교하면 37.0% 줄었다.
같은 기간 페라리는 75대로 전년 동기 130대보다 42.3% 감소했다. 롤스로이스도 56대 판매에 그치며 전년 동기 65대보다 13.8% 줄었다.
국내에서 수요가 높은 포르쉐도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포르쉐의 올해 1~4월 국내 판매량은 2786대로 전년 동기 3515대보다 20.7% 감소했다.
4월 한 달 판매량도 679대로 전년 동월(1077대) 대비 37.0% 줄었다. 포르쉐는 월 판매량 기준으로는 여전히 수입차 시장 내 주요 브랜드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판매 속도가 확연히 떨어졌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초고가 수입차 시장의 성장세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코로나19 이후 2억~3억원대 차량까지 수요가 확산됐던 시기와 달리 올해는 고가 차량 구매에 신중한 분위기가 강해졌다는 설명이다.
한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슈퍼카 판매량은 감소하는 추세다.
페라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인도량은 3436대로 전년 동기 3593대보다 4.4% 줄었다.
포르쉐의 감소 폭은 더 컸다. 포르쉐AG는 올해 1분기 전 세계에서 6만991대를 인도했다. 전년 동기 7만1470대보다 15% 감소한 수치다.
지역별로는 중국이 7519대로 21%, 유럽이 1만4710대로 18%, 북미가 1만8344대로 11% 줄었다. 독일만 7778대로 4% 증가했다.
슈퍼카 판매량이 감소하는 원인으로는 글로벌 경기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위축이 꼽힌다.
슈퍼카는 일반 대중차보다 고객층이 제한돼 있어 경기 변동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최근에는 투자 심리와 자산시장 흐름에 따라 구매 시점이 늦춰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는 글로벌 조정에 더해 국내 요인이 겹쳤다. 우선 법인 명의 슈퍼카 구매 유인이 줄었다.
정부가 고가 법인차에 대한 관리 강도를 높이고 전용 번호판 제도를 도입하면서 법인 명의 고가 차량 구매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과거에는 절세와 비용 처리 목적의 법인차 수요가 초고가 수입차 시장을 떠받치는 한 축이었지만 최근에는 이 수요가 이전보다 약해졌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고금리와 고환율도 구매 부담을 키우고 있다. 슈퍼카는 차량 가격이 높아 리스·할부 금융 비용 변화에 민감하다.
여기에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차량 구매보다 금융자산 투자로 자금을 돌리는 흐름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이제 국내 슈퍼카 시장은 성장 국면에서 조정 국면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수요가 사라졌다기보다 가격 상승기와 자산시장 과열기에 붙었던 추가 수요가 빠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에 따라 앞으로 시장은 판매 대수 확대보다 브랜드 충성도와 희소성, 맞춤형 옵션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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