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고소·고발 '상호취하'했는데…개보법·노조법 위반 수사는 계속 왜?

기사등록 2026/05/23 17:17:40

삼성전자 노사, '갈등 봉합 차원' 쟁의기간 고소·고발 전면 취하 합의

반의사불벌죄 아닌 개인정보보호법·노동조합법 위반은 수사 계속

"노조 가입 여부는 '민감 정보'… 무단 수집·이용 시 가중 처벌 가능"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왼쪽)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20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사교섭 결과 브리핑에서 합의안에 서명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5.2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지용 기자 = 삼성전자 노사가 '건강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취지로 쟁의 기간 중 이뤄진 고소·고발을 상호 간에 모두 취하키로 합의했으나 경찰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건 수사는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은 형사소송법상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아서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경찰에 고소한 사건은 모두 임직원 개인 정보의 무단 이용과 관련한 두 건이다.

먼저 첫 번째 고소된 사건은 이른바 '노조 미가입자 블랙리스트 명단 작성 및 유포' 건이다.

사측은 지난 3월 31일 특정 부서의 사내 단체 메신저방에서 수십 명 이상의 ▲부서명 ▲성명 ▲사번 ▲그리고 조합 가입 여부가 기재된 명단 자료가 엑셀 형태로 공유된 사실을 확인했다.
 
통상 노조 가입 여부는 개인의 신념이 반영된 민감 정보에 해당한다. 사측은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4월 9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형사 고소장을 접수했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매크로 동원 대량 정보 무단 이용' 건도 수사 선상에 올랐다.

고소장에 따르면 직원 A씨가 사내 시스템 2곳을 통해 약 1시간 동안 무려 2만 회 이상 임직원 정보를 무단 조회한 사실이 회사 정보보호 감지 시스템에 의해 실시간 탐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인정보를 무단 조회·이용한 인물이 노조 소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조 차원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사측이 고소를 취하했지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건에 대한 수사는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때문에 고소인이 사후에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거나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수사기관은 직권으로 수사를 계속 진행해야 한다.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도 마찬가지다.

노동조합법은 2001년 3월 법 개정을 통해 부당노동행위 등 법 위반 사항에 대한 처벌을 기존의 반의사불벌죄에서 일반 범죄로 변경했다.
 
따라서 노조 소속 인사가 조합원·비조합원의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이용하거나, 쟁의행위 참가 강요 등 노동조합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노사 합의와 무관하게 수사와 처벌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과 노동조합법은 모두 개인의 사적 권리를 넘어 국가가 직접 보호해야 할 법익을 다루는 법률"이라며 "당사자 간 합의만으로 형사 절차가 종결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라고 설명했다.

노사가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검찰 송치와 기소 여부는 수사기관의 판단에 달려 있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실제 과거 사례에서도 개인정보보호법·의료법 위반 사건은 피해자의 별도 고소나 처벌 의사와 무관하게 수사·기소가 진행된 바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삼성전자 고소 사건에 대한 수사가 이미 상당 부분 진척된 상황이다.

앞서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8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뒤 해당 조회자를 특정했다. 이어 경찰은 지난 18일 평택사업장 근무 직원의 메신저와 이메일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평택사업장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도 단행했다.

짧은 기간 사이에 두 사업장을 잇따라 압수수색했다는 것은 경찰이 사안을 그만큼 상당히 중대하게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안 업계 관계자는 "1시간 이내에 2만 회가 넘는 조회가 이뤄진 것은 일반적 업무 수행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난 행위"라며 "매크로를 사용해 대규모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확보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번 사건이 단순 개인정보 침해를 넘어, '노조 가입 여부'라는 민감한 정보를 다뤘다는 점도 사안의 심각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노사가 갈등을 봉합하고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 고소 취하를 결정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개인정보보호법과 노동조합법 위반 사건은 사회적 법익을 다루는 영역인 만큼 노사 합의로 해소될 성격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했다.
 
한편 경찰 수사 과정에서 단순 행위자 뿐 아니라 정보 수집·이용을 지시하거나 묵인한 관련자에 대한 책임 소재가 가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도 많다. 수사 범위가 개인을 넘어 이뤄졌는 지 여부를 가리는 방향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leejy522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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