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비 감자칩 포장 흑백 전환…인쇄잉크·플라스틱까지 원료난 확산
원유 90% 이상 중동 의존한 일본…다카이치 지지율에도 물가 부담 가중
영국 가디언은 19일(현지시간) 일본 정부가 중동전쟁의 경제 충격을 줄이기 위해 대응에 나섰지만, 원유 부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높은 지지율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 최근 관심이 급증한 물질은 나프타다. 나프타는 원유 등에서 나오는 휘발성 액체 혼합물로, 휘발유뿐 아니라 플라스틱, 단열재, 접착제, 주사기 등 의료용품, 인쇄잉크 용제 생산에도 쓰인다. 특히 아시아는 중동산 나프타 수출 의존도가 높아 이번 공급 차질에 취약한 지역으로 꼽힌다.
일본에서 나프타 공급난이 생활 문제로 받아들여진 계기는 감자칩 봉지였다. 일본 최대 과자업체 가루비는 지난 12일 대표 감자칩 제품의 화려한 포장 디자인을 흑백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중동전쟁 여파로 인쇄잉크 관련 원료 수급에 차질이 빚어진 데 따른 조치다.
나프타 공급 불안은 물가 지표에도 반영됐다. 일본의 4월 도매물가는 3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올랐고, 나프타 가격은 79.4%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는 휘발유 비축분은 충분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나프타 부족이 플라스틱·인쇄잉크·페인트 등 생활용품 생산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위험을 낮춰 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본 방송과 신문들은 최근 나프타가 무엇인지, 공급 차질이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보도를 잇달아 내보내고 있다.
가루비의 흑백 포장 발표 이후 일본 정부는 진화에 나섰다. 관방부장관은 나프타 기반 인쇄잉크 원료 공급이 충분히 확보됐다고 설명했고, 다카이치 총리도 대체 원유 공급처를 찾고 있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다만 일부 아시아 국가들처럼 국민에게 에너지 소비 절감을 공식 요청하는 데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나프타 부족은 이미 플라스틱 생산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하라 히로타카 환경상은 지난 16일 “필요한 쓰레기봉투 공급은 확보했다”며 “침착하게 대응하고 사재기를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일본 언론은 정부 설명과 달리 건설, 세탁, 식품가공, 페인트 생산 등 여러 분야에서 공급망 차질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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