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서영은 인턴 기자 = 한국 사회가 생성형 AI(인공지능)의 대중화로 인해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실제감 결핍' 현상을 겪는다는 경고가 나왔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던 이른바 야구장 여신 비디오를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경기장 관람석에 앉아 있는 한 여성의 무표정한 모습이 담긴 5초짜리 영상은 지금까지 15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영상 속 전광판에 은퇴한 선수와 현역 선수의 대결 그래픽이 포착되면서, 네티즌들은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결국 해당 여성이 실존 인물이 아닌 AI로 만들어진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문제는 이러한 생성형 AI 기술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공공 안전을 위협하고 정치·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수준까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 4월 대전 오월드에서 발생한 늑대 '늑구' 탈출 당시, 한 40대 직장인이 AI로 조작한 학교 앞 교차로를 지나가는 늑구 사진을 유포했다.
이 가짜 사진은 대전시 재난 관리 당국까지 속여 실제 주민 대피령과 TV 브리핑에 사용되었다. 한편 사진 제작자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김명주 AI 안전연구소장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AI에 대한 과도한 몰입은 현실 도피를 조장하고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한국의 AI 오남용 문제는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디지털 편집 플랫폼 캡윙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클릭 수를 유도하기 위해 조작된 저품질 AI 콘텐츠(AI 슬롭)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로 나타났다.
특히 기술의 부작용은 범죄와 고용 시장 불안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4년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범죄가 대표적이다. 당시 수많은 여학생과 미성년자들이 동급생이 만든 AI 불법 합성물의 피해자가 됐다. 정치권 역시 선거를 앞두고 가짜 뉴스 방송이나 상대 후보를 조롱하는 AI K팝 노래가 유포되고 있다.
일자리 감소세도 뚜렷하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2년 7월부터 2025년 7월 사이 감소한 청년 일자리(21만 1000개)의 98%가 AI 자동화 노출도가 높은 업계에 집중됐다. 올해 2월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0만 5000명이나 줄어 2013년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교육 현장 역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에서는 이른바 'AI 부정행위' 적발로 성적이 취소되는 사태가 잇따랐으며, 정부가 도입한 AI 디지털 교과서는 여러 사실관계 오류로 교사들의 부담을 증가시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창배 국제인공지능윤리학회(IAAE) 이사장은 "한국은 그동안 윤리적 가치보다 AI 기술 발전을 지나치게 우선시해 왔다"며 "AI의 유해한 결과는 과거 그 어떤 기술보다 인간에게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는 만큼, 이제라도 사회적 합의와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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