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빴던 외교전…통역사 수첩에 FCC·희토류·호르무즈[미중정상회담]

기사등록 2026/05/15 18:04:31 최종수정 2026/05/15 18:24:24

AFP 사진 속 수첩 확대해 보도…공식 발표 밖 민감 쟁점 일부 드러나

FCC는 기술통제, 희토류는 공급망 쟁점…레바논 등 중동 단어도 포착

이란 문제도 회담 테이블 오른 듯…복잡해진 미중 전략 경쟁 단면

[베이징=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의 명소 톈탄공원을 방문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톈탄공원은 명나라 영락제가 건설한 황실 제단으로 세계문화유적이기도 하다. 2026.05.14.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논의 내용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회담장 통역사의 메모에서 주요 의제를 짐작하게 하는 단어들이 포착됐다. 공식 발표문에 담기지 않은 민감한 쟁점들이 통역사 수첩에 남은 단어를 통해 일부 드러난 것이다.

15일 대만 연합신문망 등 외신에 따르면, AFP통신은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당시 통역사의 업무 현장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취재진이 책상 위에 놓여 있던 통역사의 메모를 확대해 분석한 결과,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던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와 셈법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통역사의 노트에는 중국어와 영어가 어지럽게 뒤섞여 있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단어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봉쇄, 희토류, 곡물이었다. 지정학적 위기와 관련된 이슬람혁명수비대, 호르무즈 해협, 레바논 등의 단어도 선명하게 포착됐다.

이들 단어만으로 회담 내용을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미중 정상이 마주한 의제가 무역과 대만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기술 통제와 핵심 광물, 식량 구매, 이란 전쟁, 해상 교통로 문제까지 폭넓게 다뤄졌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서로 풀이된다.
[베이징=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있다. 2026.05.14.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이름도 적혀 있어, 회담장의 긴박한 분위기를 짐작하게 했다. 이 메모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적으로 보여준 유화적인 태도와 달리, 실무 회담장 안에서는 피 말리는 이권 다툼이 전개되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다.

가장 눈에 띄는 단어 중 하나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를 뜻하는 FCC다. FCC는 최근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기술·통신 규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FCC는 지난달 30일 미국과 상호인정협정을 맺지 않은 국가의 전자기기 시험·인증 기관 자격을 제한하는 조치를 추진했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스마트폰, 컴퓨터, 카메라 등 전자기기의 인증 과정에서 중국 시험기관을 배제할 수 있는 조치다.

중국도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조치가 기술 중립 원칙을 훼손하고 국가안보 개념을 과도하게 확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통역사 메모 속 FCC라는 단어는 미중 기술 갈등과 수출 통제 문제가 회담에서 논의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베이징=AP/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2026.05.14.

희토류도 핵심 키워드다. 희토류는 전기차, 반도체, 방산, 배터리 등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전략 자원이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공급망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맞서 희토류 수출 규제를 강화해 왔다. 회담 전부터 희토류 통제 완화나 휴전 연장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곡물 관련 표현도 눈길을 끌었다. 이는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문제와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협상에서 농산물과 에너지, 항공기 구매 확대를 주요 성과로 내세워 왔다. 회담 전 미국에서는 중국의 대두, 쇠고기, 보잉 항공기 구매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베이징=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일정을 마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2026.05.15.
중동 관련 단어들은 이번 회담의 또 다른 축을 보여준다. 메모에는 이슬람혁명수비대, 하메네이, 호르무즈 해협, 레바논 등 이란과 중동 정세를 가리키는 표현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미중 양국이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비중 있게 다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로 백악관은 회담 뒤 양국 정상이 호르무즈 해협이 계속 개방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로, 이 지역의 긴장은 국제 유가와 공급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 대통령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이란에) 군사장비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메모 사진이 주목받는 이유는 정상회담의 실제 논의 범위를 공식 발표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회담 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 핵 문제, 경제 협력 등을 강조했고, 중국은 대만 문제와 미중 관계 안정 필요성을 앞세웠다.

따라서 통역사 메모는 회담의 이면을 보여주는 작은 단서로 받아들여진다. FCC는 기술 패권 경쟁을, 희토류는 공급망 주도권을, 곡물은 무역 협상을,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정세와 에너지 안보를 상징한다. 몇 개의 단어만으로 회담의 결론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미중 정상이 마주한 현안이 얼마나 복잡하고 광범위했는지 보여준다.

이번 정상회담은 대만과 무역을 넘어 기술, 자원, 식량, 중동 안보까지 얽힌 복합 협상장이었다. 통역사 수첩에 남은 단어들은 미중 갈등이 단일 현안을 넘어 세계 공급망과 안보 질서를 둘러싼 전방위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남았다.
[베이징=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 시간)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얘기를 나누며 산책하고 있다. 2026.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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