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날 앞두고 쓰러진 교수…3명 살리고 하늘로

기사등록 2026/05/15 10:51:55 최종수정 2026/05/15 10:54:48

내년 정년퇴임 앞두고…3명에 간·신장 기증

[서울=뉴시스] 기증자 김미향씨.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20년 대학 강단 지킨 교수 김미향씨가 스승의 날을 앞두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장기기증으로 3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10일 삼성창원병원에서 김미향(63)씨가 간과 신장(양측)을 기증해 3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을 나누고 떠났다고 밝혔다.

김씨는 최근 두통과 어지러움을 호소하던 중 지난달 17일 집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의식을 찾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이르렀다.

가족들은 평소 나눔을 실천했던 고인의 삶을 떠올리며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김씨의 외동딸 박다빈씨는 "엄마를 너무 살리고 싶었던 마음만큼 다른 환자들에게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기증에 동의했다"며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늘 베푸는 것을 좋아했던 엄마라면 하늘나라에서 좋아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경상남도에서 태어난 김씨는 취미가 공부라고 불릴 만큼 배우고 가르치기를 좋아했다. 쓰러지기 전까지 마산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20년 근속 공로패를 받을 만큼 교육 현장에 헌신적이었다.

내년 8월 정년 퇴임을 앞두고서도 제자들의 진로와 장학금 혜택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등 제자 사랑이 각별했다. 동료인 마산대 주석민 교수는 "학생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던 어머니 같은 분이었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서울=뉴시스] 기증자 김미향씨 딸이 엄마에게 쓴 편지.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스승의 헌신에 보답하듯 김 씨의 빈소에는 이미 졸업해 사회에 진출한 제자들까지 찾아와 스승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제자 고태민 씨는 "장기를 기증하고 떠나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교수님다운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교수님은 전공 지식뿐 아니라 일을 대하는 태도와 책임감, 끝까지 해내는 마음까지 몸소 가르쳐 주셨다. 그 가르침을 잊지 않고 열심히 살겠다"고 전했다.

한편 제자들에게는 든든한 스승이었지만 하나뿐인 딸에게는 늘 바쁜 엄마였다. 딸 박씨는 "항상 바쁜 엄마여서 함께 여행할 시간도 많지 않았는데 지난해 여름 단둘이 제주도에 다녀온 게 자꾸 생각난다"며 모녀만의 소중한 추억을 떠올렸다.

박씨는 어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통해 "진심으로 존경하고, 너무도 사랑하고 소중한 엄마. 나에게 엄마는 내가 사는 세상의 전부인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슬프고 힘들지만, 나에게 희생하고 가신 엄마가 하늘나라에서 평안히 안식할 수 있게 홀로서기 해볼게요"라고 다짐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교육자로, 이웃을 위한 봉사자로 살아오신 김미향 님이 마지막 순간에도 생명나눔으로 숭고한 사랑을 실천하했다"며 "스승의 날 전해진 이 소식이 많은 분들께 생명나눔의 소중한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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