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깎아줘도 효과 없다"…'보조금으로' 조세지출 재검토하는 정부

기사등록 2026/05/15 06:05:00 최종수정 2026/05/15 06:27:07

구윤철, 국내생산촉진세제 관련 "적자기업엔 감면보다 보조금"

美 IRA식 환급형은 부담…세제 대신 직접 재정지원 확대 검토

80조 조세지출 구조조정 본격화…교부세는 재정 전환 부담 요인

[울산=뉴시스] 고범준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3일 울산 동구 호텔현대 바이 라한 울산에서 열린 K-조선 미래비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05.13. bjko@newsis.com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정부가 올해 조세지출 전면 재검토에 나선 가운데, 세제지원을 직접 재정지원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기업이나 개인이 세금을 내지 않는 상황에서는 세제지원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문제의식에서다. 다만 조세지출을 축소해도 추가세수의 상당 부분이 지방교부세로 자동이전된다는 점은 정부의 고민거리다. 

15일 정부에 따르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3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K-조선 미래비전 간담회'에서 국내생산촉진세제와 관련해 "이익이 안 나면 세금을 감면해줘봤자 효과가 없다"며 초기 적자기업 대상 보조금 지급 방안을 기획예산처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세제지원 만으로는 정책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정부 내부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적자기업은 법인세 자체를 내지 않아 세액공제 혜택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2023년 반도체 불황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해 2024년 법인세 납부액이 0원이었다.

그렇다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식 환급형 세액공제를 도입하기도 쉽지 않다. 미국은 세액공제 규모가 실제 납부세액보다 클 경우 차액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구조를 운영하고 있는데, 사실상 보조금에 가까운 방식이다.

문제는 이런 환급형 세제를 도입하면 투자 확대와 경기 둔화가 동시에 발생하는 시기에 정부 재정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 실적 악화로 법인세는 덜 걷히는데, 동시에 정부가 현금 환급까지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세수 변동성을 과도하게 키울 수 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04.28. bjko@newsis.com

이에 따라 정부는 국내생산촉진세제를 도입하되, 환급형 세제 대신 필요한 초기 기업에 한해 예산을 통한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향을 검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구윤철 부총리는 "현실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약 80조원 규모의 조세지출에 대한 전면 재검토 방침을 세우고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효과성이 낮거나 정책 목적이 상당 부분 달성된 조세특례는 폐지·축소하거나 재설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최근 중동 사태 대응 과정에서 유류세 인하와 관련해 광범위한 조세지출보다는 재정지출을 통한 취약계층 선별 지원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재명 정부가 조세지출보다 재정지출을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배경에는 세액공제의 대상이 한정적이라는 데에서 기인한다. 지난해 기준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중은 32.5% 수준으로, 세액공제 방식만으로는 실제 지원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혜택이 충분히 돌아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다만 직접 재정 지원 역시 교부세라는 구조적 칸막이가 존재한다.

내국세의 약 40%는 지방교부세(19.24%)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20.79%) 재원으로 자동 배분된다. 이에 따라 조세지출을 축소해 세수가 늘어나더라도 증가분 상당 부분이 지방으로 이전돼 중앙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여력 확대 효과가 제한된다. 

오는 7월 발표될 세제개편안에서는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 비효율적인 조세지출을 정비하고, 이를 직접 재정지원 방식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주요 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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