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잠수함 배치, 우리 인내 끝나"
카타르 인근서 벌크선 1척 피격
중재국, 공개 방미 등 전면 나서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종전 조건을 둘러싼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력 강화 등 강경 메시지를 내기 시작했다.
CNN,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아미르 아크라미니아 이란 육군 대변인은 10일(현지 시간) "지금부터 미국을 따라 이란에 대한 제재를 시행하는 국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통과 과정에서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크라미니아 대변인은 미국의 이란 내 고농축 우라늄 전량 회수 입장에 대해서도 "그들이 침투 작전이나 헬리콥터를 이용한 탈취를 시도할 가능성을 고려하며 완전한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적은 목표를 전혀 이루지 못했다. 이란은 흔들리지 않았으며 오히려 내부 결속력이 강화됐다"며 "적은 우리 저항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휴전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항전 의지를 과시했다.
또 메흐르통신에 따르면 샤흐람 이라니 해군사령관은 "'페르시아만의 돌고래' 경잠수함을 호르무즈 해협에 배치 중"이라며 "경잠수함이 해저에 장기간 머무르며 적대 선박을 감시하고 필요시 교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회 외교안보위원회의 에브라힘 레자에이 대변인은 더 나아가 "테헤란의 인내는 오늘부로 끝났다"며 "우리 선박에 대한 어떤 공격도 미국 선박과 기지에 대한 강력하고 단호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좋은 선택은 항복하고 양보하는 것"이라며 "당신들은 새로운 지역 질서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에 따르면 10일 오전 카타르 도하 북동쪽 23해리(42.6㎞) 지점을 지나던 벌크선 1척이 정체 불명의 발사체에 피격됐다.
피해는 경미한 것으로 보인다. 피격 직후 선박 내 화재가 발생했지만 곧바로 진화됐고, 인명 피해나 적재물 누출 등 환경 오염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공격 여부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해당 선박 피격 직후 이란군 공식 성명이 쏟아져나왔다는 점에서 이란 측의 경고성 공격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해상 봉쇄 성과를 강조하며 압박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트루스소셜에 이란 선박을 159척 침몰시켰다는 취지의 인공지능(AI) 합성 이미지를 올렸다.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 "4월13일 이후 오늘까지 상선 58척 항로를 돌리고 4척을 무력화해 이 선박들의 이란 항구 출입을 막았다"고 밝혔다.
다만 물밑에서는 중재국을 통한 양국간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종전·호르무즈 개방 및 핵·제재 해제 관련 30일간 추가 협상을 골자로 하는 14개항의 양해각서(MOU) 초안을 이란에 전달한 뒤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해당 문건의 존재는 지난 6일 알려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오늘 밤쯤 (이란 측) 서한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액시오스에 따르면 9일 저녁까지 이란 답변은 오지 않은 상태다.
미국이 60% 고농축 우라늄 440㎏ 처리 문제 등에서 이란의 사실상 항복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란은 일단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강화해 협상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대응을 고심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중재국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파키스탄의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은 10일 "우리는 중재가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또다른 비공식 중재국인 카타르의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 겸 외무장관은 8일 워싱턴DC에서 JD 밴스 부통령을 만난 뒤 일정을 늘려 9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를 만났다.
이란이 중재국에 호의를 표한 것으로 해석되는 보도도 나왔다. 카타르에서 파키스탄으로 가는 액화천연가스(LNG) 유조선 '알 카라이티야트'호가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건넜다.
LNG 세계 2위 수출국 카타르는 지난달 6일 화물선 2척을 띄워 해협 돌파를 시도했으나 이란군에 막혀 회항했는데, 이번 항행은 이란 당국의 공식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도 중재 메시지를 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9일 '대조국전쟁 승리 81주년' 열병식 후 연설에서 "러시아는 이란의 농축 우라늄을 반출해 보관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2015년 체결된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 따라 농축 우라늄 11t을 러시아로 보냈던 일을 언급하며 "우리의 좋은 제안은 여전히 테이블 위에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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