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주기 8일 앞둔 국립5·18민주묘지에 발길
참배객 이구동성 '정치권 이중 태도' 질타
"계엄 또 할텐가…미래세대에 부끄럽다"
제46주기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8일 앞둔 10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다시 돌아온 5월, 처연함이 묻어 나오는 묘지 곳곳에는 이날도 46년 전의 아픔을 위로하러 온 참배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참배객들은 얼굴 한 켠에 복잡한 표정을 띄운 채 느린 걸음으로 화강암 타일을 밟으며 40m 높이 추모탑을 향해 걸었다.
추모탑 앞에서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분향과 헌화·묵념을 마친 발걸음들은 이내 저마다 찾아온 열사들의 묘비 앞에 멈춰섰다.
고(故) 윤상원, 문재학, 김경철, 전재수 등 46년 전 분연한 항쟁에 뛰어든 민주투사 또는 영문도 모른 채 스러진 넋을 향해 고개 숙였다.
문 열사의 묘소를 찾은 참배객들은 묘소 앞에 세워진 안내문을 한참 동안 읽으며 해설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두 눈을 감은 채 소설로서 널리 알려진 문 열사의 족적을 다시금 되새기고 곱씹었다.
1980년 5월27일 최후항전 당시 동급생 안종필 열사와 함께 계엄군에 저항하다 숨졌다는 이야기에는 고개를 숙이고 깊은 한숨을 내몰아 쉬었다.
추모를 이어가던 참배객들은 최근 무산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정치권을 질타했다.
국민의힘이 그간 민주묘지를 찾으며 약속했던 헌법 전문 수록 약속은 지지율 방어를 위한 공허한 외침에 불과했다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미래세대에 부끄럽지 않은가" "불법 계엄을 또 할 생각인가 보다"라며 혀를 차면서 규탄하는 참배객도 있었다.
이날 초등학생 딸과 함께 참배하러 온 문호진(45)씨는 "당초 5·18 46주기를 하루 앞두고 참배를 올 생각이었지만 개헌 무산 소식에 화를 참지 못하고 일찍 딸과 함께 왔다. 미래세대에 부끄럽다"며 "여야 합의에도 불구하고 정쟁에 휘말린다면 손바닥 뒤집듯 무산되는 작금의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성토했다.
직장 동료들과 묘지를 방문한 최상백(58)씨도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은 국민의힘에 있어서도 불법계엄으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였다"며 "여당 집권 반대를 위한 명분에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이라는 대의가 소모됐다는 점에 분개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대학생 김예원(26·여)씨도 "헌법 개정안 속 대통령의 계엄 권한을 국회가 제한하겠다는 취지도 정쟁에 무산됐다. 올해는 너무나도 사무치는 오월"이라며 "이러다 12·3과 같은 불법계엄이 또 일어난다면 그 책임은 헌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국민에게 투표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이들에게 있을 것"이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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