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방 로비 활동에 1900억 이상 지출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글로벌 제약사들이 미국에서 약값이 깎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로비 활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및 미국에서 정치자금·로비 활동을 추적·공개하는 대표적인 비영리 단체인 오픈 시크릿(OpenSecrets)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의 새로운 처방약 가격 인하 프로그램인 ‘트럼프Rx’에 속한 17개 제약사는 지난해 연방 로비 활동에 1억3000만 달러(한화 약 1900억원) 이상을 지출했다.
이는 지난해 제약·건강제품 업계 전체 로비 지출액인 4억5730만 달러(약 6713억원)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금액으로, 전년 대비 23% 상승한 수치다. 업계 평균 증가율인 15%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트럼프Rx는 올해 2월 공식 출시된 미국의 소비자 약가 할인 프로그램이다. MFN(최상위국 대우) 약가 적용을 통해 의약품을 다른 선진국들의 약값 중 가장 낮은 수준에 맞추게 한다.
대신 약가를 인하하는 제약사들은 2029년 1월까지 신규 수입 관세를 0%로 적용받는 혜택을 받는다.
쉽게 말해 제약사가 약값을 깎아주는 대신 정부는 수입 관세를 면제해 주는 것으로, 미국인들에게 싼 약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탄생했다.
이 과정에서 17개 제약사들이 약값을 덜 깎이기 위한 로비 활동을 활발하게 한 것이다.
글로벌제약사 암젠은 1330만 달러(약 195억원)를 지출하며 가장 큰 로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이자가 1290만 달러(약 189억원)로 2번째를 차지했으며, 이어 머크, 일라이 릴리, 제넨텍 순으로 지출이 많았다.
바이오경제연구센터 관계자는 “암젠과 화이자는 올해 가격인하가 대폭 이뤄진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을 판매하고 있는 회사”라며 “또 가격이 대폭 깎인 혈전방지제 ‘엘리퀴스’(Eliquis) 제조사인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로비액은 이전보다 84% 증가한 10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했는데, 이는 모든 업종을 통틀어 가장 큰 폭의 증가율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또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는 특히 수익성이 높은 GLP-1 비만치료제에 영향을 미치는 법안에 집중적인 로비 활동을 펼친 것으로 파악됐다.
릴리는 이전보다 33% 증가한 1120만 달러(약 164억원)를 로비에 지출했으며, 노보는 자회사를 제외하고도 37% 이상 늘어난 723만 달러(약 106억원)를 지출했다.
두 회사 모두 메디케어 파트D에서 GLP-1 계열 약물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비만 치료 및 감소법‘(Treat and Reduce Obesity Act)에 로비 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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