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자회의 진행 방해하자 말싸움 끝에 책상 엎어
1·2심 유죄…대법원, 책상 비껴간 점 인정해 '파기'
물건을 휘둘러도 상대방의 신체에 위협을 가할 위험성이 없다면 폭행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최근 폭행 혐의로 기소된 경기 고양시 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A(60)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5월 입주자대표회의 도중 자신과 말다툼하던 B씨를 향해 책상을 뒤엎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폭행죄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1심은 A씨와 B씨가 1m가 안 되는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말다툼하던 상대방인 B씨를 바라보며 책상을 뒤집어엎었다면서 폭행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A씨의 행동으로 책상 파편 일부가 B씨에게 튀었고, 이로 인해 B씨 등이 위협을 느꼈다고도 판단했다. 법리상 피해자의 몸에 직접 닿지 않아도, 근접해 물건을 휘두르거나 던져도 폭행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A씨는 회의를 방해하는 데 화가 나 책상을 들어 올렸을 뿐 고의로 폭행하려던 것은 아니라고 다퉜다.
2심은 "A씨가 최초 피해자가 아닌 다른 회의 참가자와 말다툼하는 것 같은 모습이 보이긴 하나, 책상을 뒤집어엎기 직전 피해자와 말다툼하는 모습이 확인된다"며 "고의도 인정된다"고 봤다.
이어 "A씨가 회의를 진행하다가 범행에 이른 점, 피해자와 이전부터 법적 분쟁이 계속 있었던 점은 유리한 사정"이라면서도 벌금 30만원 형은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책상이 엎어진 방향과 B씨 위치 등을 살핀 뒤 폭행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A씨는 자신이 서 있던 정면(12시 방향)으로 책상을 엎었고 B씨는 왼쪽으로 틀어진 10시 방향에 있었다. 책상이 넘어진 방향엔 다른 책상이 막고 있었다.
B씨가 다칠 위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폭행죄는 사람의 신체에 대한 완전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심리적 불안감까지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단순히 놀라게 하거나 겁을 줬다는 것만으로는 폭행으로 볼 수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A씨의 행위를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폭행죄)로 보기 어렵고, A씨에게 그럴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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