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보다 기억력 저하·성격 변화 등이 먼저 발생하기도
고령서 경련, 뇌 질환 신호 가능성…전문적인 평가 필요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뇌종양은 각종 영화, 드라마 등에서 두려움을 주는 질환으로 등장한다. 최근에는 고령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영상 진단이 보편화되면서 뇌종양이 발견되는 사례를 일상에서도 접할 수 있다. 하지만 기억력 저하, 성격 변화 등으로 치매, 우울증으로 오인되는 경우도 상당수 있어 검사와 진단이 필요하다. 양승호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감마나이프센터장(신경외과 전문의)의 도움말로 고령에서 발생할 수 있는 뇌종양에 대해 알아본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뇌종양은 뇌나 그 주변 조직에서 발생하는 종양을 통칭하는 것으로, 종양 성격별로 양성과 악성으로 나뉜다.
또 발생 부위와 세포 종류별로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대표적으로 뇌 자체의 신경교세포에서 발생하는 교모세포종, 뇌를 싸고 있는 막에서 생기는 뇌수막종, 뇌신경에서 발생하는 신경초종, 폐암·유방암 등 다른 장기의 암이 뇌로 전이된 전이성 뇌종양 등이 있다.
고령 뇌종양에서 주의할 점은 증상이 전형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고령 환자에서는 기억력 저하, 성격 변화, 판단력 저하, 말수가 줄고 보행이 느려짐, 의욕 저하 같은 인지기능 및 행동 변화가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치매가 시작된 것 같다'거나 '갑자기 사람이 달라졌다'는 이유로 검사를 받다가 전두엽 또는 측두엽 종양, 뇌수막종, 전이성 뇌종양 등이 발견되는 사례가 있다.
이러한 변화는 노화나 우울증, 치매로 오인되기 쉽다. 하지만 비교적 짧은 기간에 인지기능이 악화되거나, 이전과 다른 성격 변화가 뚜렷하거나, 보행 장애·언어 장애·한쪽 팔다리 힘 빠짐·경련이 동반된다면 반드시 뇌 영상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고령에서 새롭게 발생한 경련은 뇌종양을 포함한 구조적 뇌 질환의 신호일 수 있어 전문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뇌수막종은 가장 흔한 원발성 뇌종양 중 하나다. 뇌 자체에서 발생하는 종양이 아니라 뇌를 감싸는 막에서 생기는 종양으로, 대부분 천천히 자라고 양성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위치에 따라 시력 저하, 후각 저하, 언어 장애, 마비, 경련, 인지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전두엽 주변에 생긴 수막종은 두통보다 무기력, 성격 변화, 실행기능 저하처럼 치매와 비슷한 양상으로 발견되기도 한다. 모든 수막종을 즉시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크기와 성장 속도, 부종 여부, 증상, 환자의 전신 상태를 종합해 경과 관찰, 수술, 방사선 수술 중 적절한 방법을 선택한다.
교모세포종은 성인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악성 뇌종양으로, 치료가 매우 어려운 질환이다. 최근의 분류 체계에서는 현미경 소견뿐 아니라 IDH 변이, MGMT 메틸화 등 분자유전학적 정보를 함께 고려해 진단과 예후 예측, 치료 전략을 결정한다. 표준 치료는 가능한 안전한 범위의 수술적 절제 후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다. 다만 고령 환자에서는 전신 상태, 인지기능, 보행 능력, 가족 지지, 환자의 치료 목표를 함께 평가해 방사선 치료 범위와 항암 치료 여부를 개별화해야 한다.
전이성 뇌종양도 고령에서 흔히 접하는 뇌종양이다. 폐암, 유방암, 대장암, 신장암 등 다양한 암이 뇌로 전이될 수 있으며, 암 치료가 발전하면서 전신 질환은 조절되지만 뇌 전이가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병소 수와 크기, 전신 암의 조절 상태, 증상 여부에 따라 수술, 정위방사선수술, 전뇌 방사선 치료, 표적치료제 또는 면역치료제 등을 조합해 치료한다. 최근에는 가능한 정상 뇌 손상을 줄이고 인지기능을 보존하기 위해 병소에 정밀하게 방사선을 집중하는 치료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고령 뇌종양 치료에서 중요한 원칙은 '나이만으로 치료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같은 80세라도 어떤 환자는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수술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반면, 어떤 환자는 동반질환과 허약 상태 때문에 작은 치료에도 큰 부담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치료 결정에서는 생물학적 나이, 동반질환, 복용 약물, 인지기능, 보행 능력, 영양 상태, 환자와 가족의 치료 목표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
수술은 여전히 많은 뇌종양 치료의 기본이다. 신경외과 의사는 종양의 위치와 환자의 신경 기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상 뇌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종양을 안전하게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에는 수술 현미경, 신경내비게이션, 기능적 뇌지도, 수술 중 신경감시, 각성 뇌수술 등 다양한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보다 더 정밀하고 안전한 수술이 가능해졌다. 특히 언어, 운동, 기억과 관련된 부위에 가까운 종양에서는 기능 보존을 위한 계획이 매우 중요하다.
영상 기술과 인공지능(AI)의 발전도 뇌종양 진료를 바꾸고 있다. 고해상도 자기공명영상(MRI), 확산텐서영상, 관류영상, 기능적 MRI 등은 종양의 위치와 주변 신경로를 더 정확히 파악하게 해 수술 및 방사선 치료 계획에 도움을 준다. AI기반 영상 분석은 종양의 경계, 성장 양상, 악성도, 분자유전학적 특성을 예측하려는 방향으로 연구되고 있다. 향후 고령 환자에서 치료 부담과 기대 이득을 보다 정밀하게 판단하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환자와 가족이 기억해야 할 경고 신호도 있다. 고령에서 새롭게 발생하거나 점점 심해지는 두통, 아침에 심한 두통과 구토, 새롭게 발생한 경련, 한쪽 팔다리 힘 빠짐, 말이 어눌해짐, 시야 장애, 보행 장애는 반드시 진료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인지기능 저하도 중요한 신호로 보아야 한다. 몇 주에서 몇 달 사이에 기억력과 판단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거나, 성격이 갑자기 변하거나, 일상생활 수행 능력이 빠르게 나빠진다면 뇌 영상 검사를 포함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