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명 몰라 수년간 병원 전전"…AI, 6초만에 진단[빠정예진]

기사등록 2026/05/09 06:01:00 최종수정 2026/05/09 07:32:24

AI 딥러닝 통해 '강직척추염' 조기 진단

한양대병원, AI기반 영상 판독 모델 개발

[서울=뉴시스] 강직척추염 환자의 엑스레이(X-ray) 사진을 이승훈 교수가 개발한 인공지능(AI) 딥러닝 모델을 적용하면, 경추와 요추의 척추체 모서리 24개 부위를 자동분석해 염증 정도의 정량화가 6초만에 가능하다. (사진= 한양대학교병원 제공)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허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많지만, 그 원인이 흔한 디스크나 단순 근골격계 질환인지, 만성 염증 질환인 '강직척추염'인지를 구분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강직척추염 환자들은 최종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 2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간 허리 통증을 겪어온 40대 남성 A씨는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했다. 단순 근골격계 질환으로 여겨지거나 다른 척추질환으로 오인되면서 치료 시기를 놓쳤고, 일상생활에도 큰 불편을 겪었다. 이후 한양대학교류마티스병원을 찾은 A씨는 인공지능(AI) 기반 영상 분석을 통해 강직척추염을 조기에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A씨는 진단 이후에도 정기적인 영상 분석을 통해 질환의 진행 정도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치료 방법에 따라 염증과 구조적 변화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객관적인 수치로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 보다 정밀한 치료 전략 수립이 가능해졌다.

강직척추염은 척추와 천장관절에 염증이 발생해 시간이 지날수록 관절이 점차 굳어지는 만성 질환이다. 질병의 진행 정도를 정확히 평가하는 것이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이를 위해 사용되는 대표적인 지표가 'mSASSS(척추변형지표)'다. 그러나 해당 분석은 경추와 요추의 여러 부위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고난도 작업으로, 숙련된 류마티스 영상의학 전문의의 판독이 필요하다. 1건당 약 3분이 소요되며, 경우에 따라 10분 이상 걸리기도 한다. 또한 판독자에 따라 결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전문성을 갖춘 의료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상당수 병의원에서는 류마티스 영상 판독 경험이 부족해 표준화된 평가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으며, 이는 진단 지연과 치료 시기 놓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같은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이승훈 한양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AI 딥러닝 기반 영상 판독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경추와 요추의 척추체 모서리 24개 부위를 자동으로 분석해 염증 및 손상 정도를 0~3등급으로 정량화한다. 기존에 전문의가 수행하던 판독 과정을 자동화함으로써, 약 3분 이상 걸리던 분석 시간을 6초 수준으로 단축했다.

이 기술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속도보다 표준화에 있다. 1만 명 이상의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된 이 모델은 높은 정확도와 재현성을 확보했으며, 의료진의 경험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동일한 기준으로 질병 진행 정도를 평가할 수 있게 했다.

이 기술의 가치는 진료 현장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강직성척추염은 단순 진단 여부를 넘어 현재 질병의 진행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에는 판독 결과를 기다려야 했지만, 이제는 진료 현장에서 즉시 분석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강직성척추염 여부 판단 ▲질병 활성도 및 진행 단계 평가 ▲치료 적절성 판단 ▲장기 추적 관찰 등 임상 의사결정 전반이 보다 신속하고 정밀하게 이루어진다.
[서울=뉴시스] 이승훈 한양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가 강직척추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한양대학교병원 제공)
환자 입장에서도 변화는 크다. 진단 지연이 줄어들고, 자신의 병 상태를 객관적인 수치로 확인할 수 있어 치료에 대한 이해도와 신뢰도가 높아진다. 다만 AI 기술만으로 의료의 질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충분한 데이터와 이를 해석할 수 있는 임상 경험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양대학교병원은 국내에서 강직척추염 환자가 가장 많고, 최고 수준의 류마티스질환 진료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류마티스 영상의학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춘 전문 의료진이 진료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전문의의 임상 경험과 'AI 기반 정량 분석'이 결합된 진료가 가능하다는 게 병원측 설명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진단의 정확성과 표준화를 동시에 확보한 구조적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이승훈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AI 딥러닝 기반 영상 분석 기술은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판독 과정을 자동화해 진단 효율성을 크게 높인다"며 "데이터 기반 정량 분석을 통해 보다 객관적이고 표준화된 진단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강직성척추염은 조기 진단과 지속적인 추적 관찰이 중요한 질환"이라며 "AI 기술이 환자의 치료 시기를 앞당기고  보다 정밀한 치료 전략 수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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