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쇼크에 물가 다시 2% 중반
"전쟁 장기화 땐 3%대 가능성"
석유류 3년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
전문가들 "근원물가는 아직 안정"
[세종=뉴시스]임소현 박광온 기자 = 국제유가 급등 여파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중반대로 치솟은 가운데 전문가들은 향후 중동전쟁 전개 양상이 물가 흐름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1970년대식 오일쇼크로 번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6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6%를 기록하며 2024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특히 석유류 가격은 21.9% 급등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였던 2022년 7월(35.2%) 이후 3년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석유류 가격 상승은 전체 소비자물가를 0.84%포인트(p)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행은 근원물가 중심으로 물가를 관리하는데 현재 근원물가는 2.2% 수준으로 목표인 2.0%에서 크게 높지 않다"며 "조금 더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당장 통화를 긴축하거나 할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로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상황보다는 충격 강도가 세지 않을 것"이라며 "전쟁 전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대였는데 현재 100달러를 넘은 상황인 만큼 전쟁이 종료되면 유가도 빠르게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신 교수는 중동전쟁 장기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세계 경제가 지난해보다 둔화되면서 수요 측 압력이 약해질 수 있고 셰일오일이나 중단됐던 유정 재가동 등 대체 공급 여력도 존재한다"며 "사태가 진정되면 유가가 다시 50달러대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셰일오일은 진흙암층(셰일층)에 갇혀 있는 원유를 특수 공법으로 채굴하는 비전통 원유다. 최근 미국이 셰일오일 생산을 확대하면서 중동산 원유를 대체할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반면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동 리스크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한 경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 교수는 "1970년대 중동전쟁 당시 오일쇼크가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주고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진 경험이 있다"며 "이번 사태도 장기화될 경우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 생활물가뿐 아니라 근원물가까지 자극해 인플레이션이 구조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물가 상승률이 2% 후반대나 3%대로 올라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정부 대응과 관련해서는 단기 유류비 지원을 넘어 중장기적인 에너지 전환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강 교수는 "현재 정부가 석유류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등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새로운 차원의 대응 전략이 필요할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친환경 에너지 전환, 그린에너지 전략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석유류 가격 상승이 최근 물가를 끌어올린 핵심 요인이라고 보고 최고가격제 등을 통해 상승 압력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3월부터 석유류 가격 상승이 본격 반영되면서 4월 물가를 끌어올린 측면이 크다"며 "정부가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면서 상승 압력 상당 부분을 흡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생활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보다 높은 것은 휘발유·경유 비중이 크기 때문"이라며 "민생물가TF를 통해 가격 상승 품목을 집중 점검하고 업계 협조 요청과 할인행사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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